[미디어파인=주동일 청춘칼럼] “지금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성적이 잘 안 오르는 것 같아. 왜 이렇게 겁을 먹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말이다.대학교에 들어와서 자신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다녔고 중국 무술 동아리에 들어가서 쿵푸를 배웠다. 심지어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 문신까지 새겼다. 얼떨결에 입대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 뭘 해도 난 안 될 것 같았다.우리가 흔히 쓰는 ‘자신감’(Self-Confidence)이라는 말은 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표현으로 더
[미디어파인=주동일 청춘칼럼] ‘아버지를 따라 그림자를 쫓던 은교는 무재라는 연인을 만나 일상으로 돌아온다.’지하철이 광화문에 다다를 즈음 덮은 소설의 제목은 ‘백(百)의 그림자’였다. 표지에 쓰인 ‘百’은 ‘白’ 위에 획을 하나 더 그은 모양이다. ‘가득 찬’ 혹은 ‘완전한’을 뜻하는 百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을 상징하는 白과 고작 획 하나 달랐다. 발음부터 모양까지 꼭 닮은 그 둘은, 획 하나를 두고 정 반대 의미에 서 있었다.획 하나를 두고 정 반대에 서 있었다.광화문에 가로놓인 차벽 하나를 두고 아버지의 마음은 시
[미디어파인=주동일 청춘칼럼] 중학교 2학년 때, 학원에서 돌아오면 서점이 문 닫기까지 삼십분 남았다. 다급하게 책상에 널브러진 동전을 긁어모아 서점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당시에 좋아했던 힙합 음악에 대한 글을 읽으려면 외국의 힙합 잡지 ‘XXL’을 사는 방법밖에 없었다. ‘XXL’과 형이 읽고 싶다던 'GQ'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잡지는 묵직하면서도 가벼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GQ'무겁고 그에 비해 두께가 반밖에 되지 않던 ‘XXL’는 가벼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문화의 전문가인
[미디어파인=주동일 청춘칼럼] 살면서 친구가 소중하다고 느낀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여자인 친구들을 소중하게 느낀 시간은 그보다 짧다. 친구가 소중하다고 느낄 당시에 남자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친구들이 모두 남자였고, 대학교에 와서야 여자인 친구를 처음 사귀었다.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똑같이 우정을 느끼기 시작한 게 스무 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까지 여자는 ‘여자’였다. 왠지 보호해야만 할 것 같았고 남자들보다 예민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 조심스러운 행동들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주동일 청춘칼럼] 모두가 공감하는 비밀들이 있다. 그 비밀들만큼 우리의 윤리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기 좋은 게 또 있을까. 프라이머리의 ‘Don't be shy’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이제껏 피해왔던 이야기다보니 손끝이 멈칫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한 번쯤 있었던 이야기 아닐까. 나는 몇 년째 만나고 있는 내 가장 친한 이성 친구에게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설렘을 느끼곤 한다.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 미술관의 그림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충만해진다. 걸음걸이와 실루엣, 머리
[주동일의 ‘롤링인더딥’] 쇼핑몰과 패션 커뮤니티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무신사가 출판계에 발을 디딘다.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에서 아라곤이 유령들을 끌고 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직은 잡지 판매에 큰 욕심을 내는거 같지 않지만 본격적인 판매로 이어질 경우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무신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춘추전국시대 같은 잡지사들의 끊임없는 전투에서 무신사의 출현 자체만으로도 출판계에 엄청난 이슈임은 분명하다.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무신사 잡지 발
[Intro][주동일의 ‘롤링인더딥’] 대학생들이 방학과 휴학 기간 동안 유럽 여행을 간다. 마카롱 같은 디저트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소니엔젤’과 ‘베어브릭’ 같은 아트토이를 모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Verse 1] ‘작은 사치’, ‘가치 소비’문화적 다양성에서 본다면 유럽 여행과 디저트, 아트토이(예술가들의 디자인이 더해진 장난감) 수요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외국에 가서야 접할 수 있었던 문화들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하지만 이 현상들은 단순히 문
[주동일의 ‘롤링인더딥’] “90년대 갱스터 힙합을 섬세하게 표현 : 아프로 파마와 닥터드레의 음악, 갱단마다 다른 색 셔츠 & 반다나(두건)”“책, 영화와 달리 게임 플레이어의 진행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다양한 모습”“게임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곧 문화 그 자체라는 오해를 벗어나도록 노력 필요” [Intro]보라색 두건을 쓴 시체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한 명이 피를 흘리면서 도망친다. 초록색 두건과 셔츠를 입은 같은 편 갱 단원들이 총을 쏘지만 잘 맞추지 못한다. 달려가서 너클로 도망치는 상대편 갱 단원의 등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