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Artificial Intelligence, 줄여서 AI라는 말을 필자가 처음 들어본 것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그때 필자는 한참 유행하던 MSX 컴퓨터 게임(국내에서는 ‘재믹스’라는 이름의 콘솔 게임기도 있었다)에 푹 빠져 있었는데, 한 게임의 최종 보스가 AI를 탑재한 전투병기라는 설정이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어감 자체도 신선했지만, 무언가 그럴 듯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해 한참 서적을 뒤적거렸던 때도 있었다. 이후 몇몇 게임은 아예 대놓고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오랜만의 포스트다. 사실 이 ‘제목’으로 다음 칼럼을 쓰자고 몇 달 전부터 생각, 정말 생각만 하고서는 이토록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각설하고, 일반인들조차 현악기의 명품인 ‘스트라디바리’, 정확한 풀 네임으로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Antonio Stradivarius)를 한 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트라드와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과르네리, 풀 네임으로 과르네리우스 델 제수(Guarnerius del Gesu, ‘예수의 과르네리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이번 3편에서는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샤이, 조나단 노트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 현대의 말러누가 뭐래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다. 번스타인 역시 일찍이 이 곡의 명연을 이 악단과 남겼지만 얀손스는 해석의 궤를 달리한다. 현과 목관, 금관군에 동등한 비중을 부여해 노래하게 하고, 마치 눈앞에서 연주하듯 투명함을 살리고 있다. 작곡가 말러의 손을 떠난 텍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전편에 이어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들 2편이다. 레너드 번스타인과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말러의 이정표말러의 교향곡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이때부터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는 일이 지휘자들에게 일종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지휘자는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그는 말러 교향곡의 어두운 낭만성과 극단적 탐미주의를 한껏 부각시킨 해석을 선보여 지금까지도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클래식 세상만사의 ‘번외편’ 격으로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들을 3회에 걸쳐 일별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국내에 소위 말하는 ‘말러 붐’이 분 것은 90년대의 일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편성 교향곡에서 베토벤의 아성에 (감히) 도전할 만한 작곡가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150년 전에 태어나 100년 전에 죽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7. 7. ~ 1911. 5. 18.)는 오늘날 베토벤보다 더욱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원래 예술의 전당의 음악당 내에는 대규모 공연을 위한 콘서트홀과 소규모 공연을 위주로 하는 리사이틀 홀, 이렇게 두 개의 공연장만이 있었다. 사실 이 두 공연장의 중간 규모에 해당하는 ‘챔버홀’에 대한 요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있어 왔는데, 2011년 가을, 예술의 전당과 IBK 기업은행이 문화 예술 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마침내 중간 규모의 챔버홀(정식 명칭: IBK 챔버홀)을 완공하게 된다.사실 국내외 ‘이름 난’ (클래식) 연주자들을 제외하자면 나머지 연주자들의 공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국제기구 유니세프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공부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매 년 갱신되는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타이틀에 이어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다. 한국은 이래저래 좋지 못한 것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인상마저 준다. 어떤 이는 “이런 ‘Hell Chosun(!)’을 벗어나는 길은, 이 나라를 뜨는 것 뿐”이라는 과격한 언급도 서슴지 않는다. 표현이 거칠어 그렇지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한 몸, 비록 척박한 곳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영화 ‘위 플래쉬’가 이야기다. 내용을 ‘초 간단히’ 요약하자면 천재 재즈 드러머(학생)와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가학적 선생 이야기. 음악 예술계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음악세계가 저런 이면이 있나 싶기도 할 텐데, 모든 픽션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적당한 현실과 적당한 허구가 버무려져 있다.그러니까 드라마 ‘미생’을 보고 회사생활을 100% 이해(?)해서는 곤란하며, 오래 전 드라마 '하얀 거탑‘을 보고 의사들의 삶을 안다고 해서는 안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티브이 채널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진다. 작금에야 초창기의 광풍(狂風)이 어느 정도 가시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초기의 열기는 정말이지 대단했더랬다. 하지만 이 ‘음악 실기 오디션’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클래식이다. 동네 콩쿠르에서부터 국제 콩쿠르에 이르기까지, 예술 중학교 입학에서 음대 입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소소한(그러나 학부모들은 목숨을 거는) 자리배치(누가 앞자리에 앉느냐)에서부터 프로 오케스트라의 입단(?)에 이르기까지, 심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새 활에 관하여지난 호에서 소개드린 새 악기와 달리 새 활은 전문 연주자들 사이에 (새 악기에 비해) 보다 친근한(?) 상대다. 새 악기를 메인 악기로 취급하여 콘서트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며 그러한 연주자들은 쉬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전문 연주자들의 악기 케이스 혹은 컬렉션에서 현존하는 활 제작자들의 활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비단 수집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현재진행형‘의 물건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Intro활에 대한 관심이나 기호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제외하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요, 소위 ‘음악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조차 악기가 스트라드나 과르네리는 아닌지 여부에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사용하는 활에 대해서는 무지한 수준이다. 아마도 활이란 물건은 모양새부터가 -악기에 비해- 단순하여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웬만한 저가 악기에는 그저 ‘딸려 나오는’ 물건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intro[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현악기 시장은 고전음악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다. 클래식 음악이 폐쇄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을 줄로 믿는다. 누구나 들을 수 있고 누구든 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개방적이지 않느냐 라고 할지 모르나, 클래식의 깊은 맛을 느끼고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깊이가 필요하기에 폐쇄적이라는 표현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조차도, 그리고 심지어 전문 연주자에게조차도 현악기 시장은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뛰어난 명기나 출처가 확실한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어째서 명 바이올린 협주곡은 D 장조가 많은 걸까? 답은 바이올린의 ‘물리적 한계’에서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낮은 음을 솔(G)음으로 하고 4개의 줄이 각각 5도 간격으로 조현된 바이올린의 물리적 특성(혹은 한계) 하에서는 비단 작곡 뿐 아니라 연주의 화려함과 용이함의 측면에서도 샵(#)이 두 개 붙어 있는, D 장조가 가장 이상적인 조성이다. 때문에 이 조성 하에서 수많은 명 협주곡들이 탄생 하였는데, 차이콥스키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파가니니의 바이올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바흐의 걸작 중 하나인 총 6곡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대한 경탄과 찬미는 아무리 길게 늘어놓는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일찍이 슈피타는 파르티타 2번의 종 악장인 샤콘느를 일컬어 “이 곡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이며 인류음악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조형미와 아름다움을 가진 곡”이라 극찬한 바 있다. 이 걸작에 대한 수많은 연주자들의 도전 또한 이 작품의 위대함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음반을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연주 스타일의 변천에 대해 살펴보자. 유럽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바이올리니스트는 행복하다. 아무리 많은 곡을 배우고 연주해도 평생 익혀야 할 곡이 (그것도 주요한 곡들이) 넘쳐나니 지루할 틈이 없어 행복하다.바이올리니스트는 불행하다. 이제는 ‘웬만큼’ 레퍼토리가 구축 되었겠지...하고 믿는 순간 그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야 할 곡과 넓혀야 할 레퍼토리가 부지기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피아니스트를 곁에 두고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현악 연주자들 중에서는 가장 넓은 바다를(다르게 표현한다면 망망대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그 중에서도 3번 G장조에서부터 4번 D장조, 그리고 5번 A장조를 아우르는 최후의 세 곡은, 비단 연주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클래식 입문자에서부터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친숙한 레퍼토리다. 기실 연주자에게 모차르트는 여간 까다로운 대상이 아니다.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이들에서부터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바이올린 협주곡을 배울 단계에 다다르면, 대개 하이든 혹은 모차르트로 시작을 하게 된다.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대개 모차르트를 쉽게 느낀다. 밝고 유창하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다도(茶道)…….차를 달이거나 마실 때의 방식이나 예절을 뜻하는 이 말 한 마디에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차를 마신다’는 행위 이외의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제 아무리 이세돌보다 수읽기에 능하다 해도, 바둑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을 이해할 수 없듯이, 따스한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은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정서적 순간이다. 그것은 혼자만이 즐기는 여유일 수도 있으며 마주한 이와의 교감일 수도 있다. 혹은 어지러운 심경을 다스리려는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서양 고전 음악은 애당초 우리 것이 아니다. 이것은 엄연한 팩트다. 하지만 전 세계가 1일권인 지구촌 시대에, 우리가 ‘기원’이 아니라고 해서 위축되거나,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서양 고전 음악’과 연계된 문제들이다.첫째는 편향성이다.어지간한 국제 콩쿠르에서, 이제 수상자 목록에 한국인이 있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매너리즘(mannerism)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이 컬럼이 ‘클래식과 연관된’ 혹은 ‘예술 세계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성격을 띠고 있어, 매너리즘에 대한 언급 또한 응당, ‘클래식의 매너리즘’에 대해 이야기해야 맞겠지만, 실은 이 매너리즘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우리네 삶의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느슨해진 긴장감, 혹은 관계에의 싫증을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Artificial Intelligence, 줄여서 AI라는 말을 필자가 처음 들어본 것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그때 필자는 한참 유행하던 MSX 컴퓨터 게임(국내에서는 ‘재믹스’라는 이름의 콘솔 게임기도 있었다)에 푹 빠져 있었는데, 한 게임의 최종 보스가 AI를 탑재한 전투병기라는 설정이었다. 인공지능이라는 어감 자체도 신선했지만, 무언가 그럴 듯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해 한참 서적을 뒤적거렸던 때도 있었다. 이후 몇몇 게임은 아예 대놓고 ‘인공지능을 탑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