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오세영, ‘그릇1’ 부분, 시집 '모순의 흙' 중.아버지는 서예가이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8년 전, 아버지는 전주 한옥 마을의 한 집을 임차하여 작업실로 썼다. 대문을 열어 두는 때가 많았다. 이따금 서예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구경하고, 차도 한 잔씩 마시고 가곤 했다.한옥 마을은
[미디어파인 칼럼=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와 학교의 책임회피 속에서 유령처럼 존재해왔다. 그랬던 그들에게도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권리가 주어져야한다고,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여기저기에 대자보가 붙고 현수막이 걸렸다. 그리고 아직 미흡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부터 노동자들의 쉼터를 만드는 등 시설과 제도를 개선해나고 있다. 그러면 이제 그들의 노동환경이 나아졌다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을까.대학 1학년 때 청소노동자분들과 하루일과를 함께 해볼 일이 있었다. 치우는 입장이 되고 보면 쓰레기통은 복잡하
[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오세영, ‘그릇1’ 부분, 시집 중아버지는 서예가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8년 전, 아버지는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집을 임차하여 작업실로 썼다. 대문을 열어두는 때가 많았다. 이따금 서예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구경하고, 차도 한잔씩 마시고 가곤했다.한옥마을
[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정호승 시, '서울의 예수' 부분-믿음이 깨지고 드러난 이면의 모습이 추하고 역겨우면, 도피를 생각하게 된다. 인도에서 교환학생 중이고 잠시 네팔에 온 나는, 한국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국 갈 날을 세는 일이 두렵고 싫다.영화를 보다 보면 '내부자'들의 '부당거래'를 숱
[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한이야기] 이번 학기는 교환학생으로 인도에서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보니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얘기할 기회가 많다.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오고 싶게 만들까’를 생각하곤 하는데, 쉽지가 않다.처음에는 한식이나 한옥에 대한 얘기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주제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겐 너무 낯설기만 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국’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들은 오히려 북핵 이슈나, 삼성, 아직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이렇듯 정작 한국 고유의 문화적 색깔에 대해서는 감
[김자현의 詩詩한 이야기]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사람살이의 정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러나 단지 ‘시匙(숟가락 시)’ 한 글자를 ‘시屍(주검 시)’자로 바꾸면, 정은 온데간데없고 뜻이 무섭다. 열사람의 주검이 모여 하나의 밥그릇을 만든다는 말. 장난이라 우습고, 웃을 수만은 없어 아픈 말이다.1년 전,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방에서 큰길까지의 골목을 따라 5개의 슈퍼마켓이 있었다. 자취방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이름 없는 구멍가게와 월드마트, 다래마트, 플러스마트, 롯데마트 99
[김자현의 안 시시(詩詩)한 이야기] 지난 번 박근혜정부가 들어설 때에 어리석은 몇몇 국민들이 서로 말하기를, “이번 정부가 국민 대통합을 이끌겠노라 자처하였던지라 필경 교육에서도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 인식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여 환영하더라. 그러나 천하의 일 가운데 예측하기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밖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어찌하여 발표되었는가. 이 발표는 비단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 즉, 그렇다면 박근혜정권의 본뜻은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들녘에 비가 내린다빗물을 듬뿍 머금고들녘엔 들꽃이 찬란하다사막에 비가 내린다빗물을 흠뻑 빨아들이고사막은 여전히 사막으로 남아있다받아들일 줄은 알고나눌 줄은 모르는 자가언제나 더 메말라 있는초여름인간의 사막-정호승, ‘사막’ 전문, 시집 중[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내년엔 올해보다 450원이 오른 6030원을 최저시급으로 받는다. 경영계는 영세기업의 운영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하고, 노동계는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호소한다.최근의 최저시급을 둘러싼 논쟁에 정작 사람은 없다. 6030이라는 숫자들
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해일이 되어 가까운 마을부터 휩쓸어버리거나/ 이 세상을 차갑고 거대한 물로 덮어버린 뒤/ 물보라를 날리며 배 한 척을 저어나가는 날이/ 한 번쯤 있었으면 하지만/너무 크고 넓어서 많은 것을 가졌어도/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것처럼 공허한/ 바다가 아니라 쏘가리 치리 동자개 몇 마리만으로도/ 넉넉할 수 있는 강으로 가고 싶다/ (&hellip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 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치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 끝내 아무 일도 없었던 스물네 살엔 좀더 행복해져도 괜찮았으련만.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같은 사내와 좀더 오래 거짓을 겨루었어도 즐거웠으련만. 이리 많이 남은 행복과 거짓에 이젠 눈발 같은 이를 가진 아이나 웃어줄는지. 아무 일 아닌 듯. 해도, 절벽엔들 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