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라남도 여수에서 3대째 돼지국밥 식당 동백을 운영하는 순철(박근형)은 곧 팔순이다. 워낙 인심이 사나워 친구가 없는 그의 팔순 잔치에 손님이 안 올 것을 우려한 환갑의 아들 남식은 주민들에게 공짜 술을 대접하며 참석을 부탁하지만 이를 본 순철은 행패만 부릴 따름이다.손님이 떨어지자 순철은 가족들에게 폐업 의사를 전하고, 남식 부부는 반발한다. 손자 귀태는 음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식당 운영에는 무관심하다. 그런데 어느 날 대명그룹 회장 장연실이 10살 손녀 혜지와 함께 동백을 찾는다. 죽은 아버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휴가’(이란희 감독)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매우 아프고 처연하다. 홀로 고교 3년생 현희(김정연), 중학 2년생 현빈(이승주) 두 딸을 키우는 재복(이봉하)은 5년째 서울 강남역에서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 중이다. 지친 동료 영석(서광택), 만용(황정용)과 갈등하다가 일주일간 휴가를 갖기로 결정한다.지방 소도시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재복은 현희로부터 수시모집에 합격했으니 예치금 4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큰소리를 치지만 막막하다. 그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 우진(신운섭)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바그다드 카페’(퍼시 애들런 감독, 1987)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세 번째 개봉되었을 정도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독일 로젠하임 출신의 야스민은 미국 여행 중 남편과 헤어지고 남편이 버린 커피포트와 여행 가방을 들고 라스베이거스 끝 황량한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들어선다.그곳 주인은 카페, 주유소, 그리고 모텔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허름한 숙소를 운영하는 브렌다. 무능한 남편은 며칠 전 싸운 뒤 집을 나갔다. 사춘기 아들 살은 벌써 딸을 낳았지만 온종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삼국지(연의)’라고 하면 흔히 유비, 관우, 장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중국 일부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해 제의를 지낼 정도이다. 그런데 ‘삼국지: 용의 부활’(리옌쿵-이인항-감독, 2008)은 기존의 삼국지를 다룬 콘텐츠와 다르게 조자룡과 더불어 그의 그늘에 가린 나평안, 그리고 조영에 초점을 맞춘다.상산 출신의 평안(홍진바오, 홍금보)은 출세의 꿈을 안고 촉나라 유비의 군대에 들어가 작은 벼슬을 얻는다. 그의 밑으로 같은 상산 출신의 자룡(류더화, 유덕화)이 입대한 뒤 그를 친형처럼 따른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8년 7월 23일 오전 9시 38분께 서울 중구 신당동 N아파트 1층 현관 앞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이곳은 노 의원의 동생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이다. 투신 장소로 보이는 17~18층 사이 계단에서 고인의 유물과 유서가 발견되었다.‘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대표는 필명 드루킹인 김동원)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박찬욱 감독 개인에게는 계속 영화를 할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되어 준 출세작이자 관객과 한국 영화계에는 남북 관계를 재조명하도록 만들어 준 전환점 측면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한밤중 총격이 벌어진다.북측 최만수(김명수) 상위와 정우진(신하균) 전사가 사망하고, 오경필(송강호) 중사가 한쪽 어깨에 총상을 입는다. 남측 이수혁(이병헌) 병장은 한쪽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대한다. 북측은 수혁이 공격했다고, 남측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그대 너머에’(박홍민 감독)는 기억, 존재, 불공평 등에 대한 매우 독특한 판타지 미스터리 예술 영화이다. 중년의 영화감독 경호(김권후)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시나리오를 친한 형인 영화 제작자에게 건네지만 “재미없다.”라는 반응만 얻는다.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 각본을 의뢰하지만 역시 퇴짜.그는 대학 시절 친구였던 인숙(오민애)의 딸 지연(윤혜리)의 연락을 받고 만난다. 지연은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냐고 묻지만 그는 강력하게 부정한다. 하지만 그는 지연의 뒤를 따라간다. 인숙은 알츠하이머병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웅: 천하의 시작’(장이머우 감독, 2003)은 영화 자체로는 뛰어난 무협물이자 아름다운 여러 폭의 수채화, 수묵화이지만 정치적 의도는 매우 음흉한 괴작이다. BC 3세기 막강한 일곱 국가들이 군웅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의 중국. 천하를 통일하려는 진왕 영정(천다오밍)은 조나라 세 자객의 위협에 전전긍긍한다.그들은 불세출의 고수 장천(전쯔단), 파검(량차오웨이), 비설(장완위). 어느 날 무명(리롄제)이라는 시골의 하위 관리가 세 명을 죽였다며 그들의 무기를 들고 입궁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100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사랑의 블랙홀’(해롤드 래미스 감독, 1993)은 얼핏 보면 멜로 영화이지만 사실 무척 재미있고, 꽤 심오한 내용을 담은 삶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방송사 기상 통보관 필(빌 머레이)은 내일 성촉절(2월 2일)을 앞두고 4년째 취재에 나서기 위해 PD 리타(앤디 맥도웰), 카메라맨 래리와 함께 펜실베니아 펑수토니 마을로 간다.다음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고교 동창 네드를 만나지만 퉁명스럽게 물리친 뒤 취재를 마친다. 그리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거센 눈 폭풍으로 도로가 봉쇄되는 바람에 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제8요일’(1996)은 인생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한 자코 반 도마엘의 작품으로 아픈 결말의 ‘토토의 천국’(1991)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끝맺는다. 20살을 앞둔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파스칼 뒤켄)는 4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요양원에서 같은 환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중년의 아리(다니엘 오떼이유)는 성공한 세일즈 기법 강사이다. 아내 줄리(미우 미우)는 그의 차갑고 계산적인 삶의 태도에 염증을 느껴 두 딸을 데리고 친정 근처 바닷가 마을에서 살며 이혼을 준비 중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더 기버: 기억전달자’(필립 노이스 감독, 2014)는 로이스 로리의 1993년 소설 ‘더 기버’를 원작으로 한 SF 영화이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때문에 전쟁을 겪은 먼 미래. 새로 형성된 커뮤니티라는 지도층은 다름을 제거한 상태인 늘 같음 상태라는 개념을 지향하는 사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커뮤니티의 책임자는 수석 원로(메릴 스트립). 이 사회는 온갖 수단과 검열을 사용해 분란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거해 버렸다. 날씨는 늘 생산에 좋은 상태로 조절되며, 생활 영역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종재(33) 감독의 장편 데뷔작 ‘생각의 여름’은 독립 영화에서 상업 영화로 가는 진로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주는 꽤 영민한 작품이다. 주제는 진지하지만 가벼운 웃음을 주는 시퀀스들로 잘 포장되었기에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상큼함이 두드러진다. 문예창작학과 출신 29살의 현실(김예은)은 시인 지망생이다.첫사랑 원창을 ‘절친’ 주영(한해인)에게 빼앗긴 뒤 그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최근엔 연인 민구(곽민규)가 떠나갔다. 시인 공모전에 출품할 시 5편을 써야 하는데 4편만 완성했을 뿐 5편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제리 맥과이어’(카메론 크로우 감독, 1996)는 멜로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꽤 심오한 영화이다. 제리(톰 크루즈)는 대형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SMI에서 잘나가는 35살의 매니저이다. 그는 점점 사기꾼이 되어 가는 데 환멸을 느낀다.그래서 회사의 미래를 제시하는, 진정한 인생은 더 적은 수입과 사람들을 향한 더 많은 관심에 있다는 내용의 ‘사명감 제안서’를 회사 중역들에게 제출한다. 그렇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멘티인 밥의 해고 통보. 그는 짐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암살자들’(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충분히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한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인이 김정남을 살해한다.현지 경찰에 검거된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 두 여인은 동시에 김정남의 앞과 뒤에서 그의 눈에 맹독성 화학 무기 VX 신경 작용제를 발랐고, 김정남은 1시간도 안 되어 숨졌다.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성과 완성도를 가장 완벽하게 동시에 갖춘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세계 3대 영화제는 그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로마’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상업적 성공으로는 놀란에 뒤지지만 작품의 철학적 가치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칠드런 오브 맨’(2006)은 쿠아론의 세계관과 종교관이 응집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2027년.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해짐으로써 정부가 무너지고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영국만 국가가 유지된다. 하지만 정부는
‘갈매기’는 신예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단순한 페미니즘을 넘어선, 아직도 보수적이고 편협한 여성에 대한 시선과 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중한 의문 부호이다. 수산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오복(정애화)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무일(이상희)과의 사이에 세 딸을 낳은 60대이다.둘째는 일찍 시집가서 두 아이를 낳았고, 첫째 인애(고서희)는 공무원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셋째 지애(김가빈)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기 바쁜 철딱서니이다. 오복은 상인들과 합심해 시장 재개발 반대 시위를 한 뒤 그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홍콩 누아르의 마지막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무간도’ 트릴로지의 시간상의 배열만 놓고 보면 ‘무간도 2-혼돈의 시대’(리우웨이창, 마아지우후이 감독, 2003)가 제일 먼저이다. 1991년. 삼합회 중간 보스 한침(쩡즈웨이)은 경찰 황 국장(황치우셩)과 친구 사이이다. 침은 메리(류자링)와 결혼했다.메리는 사실 황 국장과도 묘한 관계이다. 황 국장의 사주를 받은 그녀는 가족의 이민으로 홀로 남은 청년 건명(천관시)에게 삼합회 보스 예곤을 암살하도록 지시한다. 침은 건명을 경찰 내부에 스파이로 심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테스와 보낸 여름’(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 2020)은 국내에서 접하기 흔하지 않은 네덜란드 영화인데 매우 선겁고도 슬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10살 샘은 부모, 13살 형 요러와 함께 섬으로 여름휴가를 왔다. 세 남자는 백사장에서 공을 차는데 그만 샘이 파놓은 구덩이에 요러가 빠져 다리를 다친다.샘은 병원에서 혼자 밖으로 나와 생선 튀김을 사 먹은 뒤 동네를 구경하다 테스라는 한 살 연상의 소녀를 만나 함께 살사를 배우며 친해진다. 샘은 막내이기에 나중에 홀로 남겨질 것을 고려해 외로움 적응 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입시 명문고 웰튼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아이비리그로 진학하기 위해 마치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양 책과 씨름하며 살아간다. 교장은 졸업생의 75%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했음을 자랑하며 전통, 명예, 규율, 우수라는 학교의 4대 교훈을 지킬 것을 외친다. 그의 좌우명은 원칙에 입각해 헌신적으로 교육한다는 것.키팅(로빈 윌리엄스)은 기존 영어 선생의 퇴직으로 새로 부임한 이곳 출신 영어 교사이다. 그는 자신을 선생이 아닌 ‘오, 캡틴 나의 캡틴’으로 불러 달라며 첫 수업부터 파격적인 교수법을 펼친다. 그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더 그레이’(조 카나한 감독, 2012)는 리암 니슨의 액션 활극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심오한 생철학과 실존주의 이념이 넘쳐흐른다. 오트웨이(리암 니슨)는 아내와 사별한 뒤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알래스카에서 석유 시추공들을 위협하는 늑대로부터 보호해 주는 일을 하며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그는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거친 시추공들과 함께 탑승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깊은 산속에 추락하고 만다. 생존자는 그를 포함해 7명. 혹독한 추위도 견디기 힘든데 늑대 무리가 그들을 공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