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삶의 지혜를 전달해 주는 영화는 무수하게 많은데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로브 라이너 감독, 2007)은 그중 필독서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는 대학 때 연인 버지니아가 임신하는 바람에 중퇴하고 지금까지 아내와 3남매를 위해 헌신해 왔다.에드워드(잭 니콜슨)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사업가이지만 성격이 괴팍해 친구도 없고 4번의 이혼 끝에 얻은 유일한 딸 에밀리와는 연을 끊고 혼자 살고 있다. 주로 병원 사업을 하는 에드워드는 암 선고를 받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톰보이’(2011)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뒤늦게 공개됐다. 10살 로레(조 허란)는 6살 자매 잔, 셋째를 임신한 엄마, 그리고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아빠와 사는 평범한 소녀다.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이제 막 새 동네로 이사 왔다.소녀들보다는 소년들과 뛰어놀고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은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만 입고 다닌다. 창밖으로 소년들이 노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그들 곁에 슬며시 다가가고 그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에서 감독으로 갈아탄 스캇 쿠퍼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몬태나’(2018)는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작이다. 흔히 웨스턴 무비라고 하지만 기존 서부 영화와는 결이 다른 로드 무비다. 미국인들이 서부를 개척하며 인디언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19세기 말 미국 정부는 전시적인 목적으로 7년간 잡아둔 샤이엔족 추장 옐로 호크(웨스 스투디) 가족을 고향인 몬태나 주 ‘곰의 계곡’으로 돌려보내려 한다.대통령의 명령서를 받은 대대장은 퇴역을 앞둔 만년 대위 블로커(크리스천 베일)를 호출해 호송 임무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세기 청조 말의 혼란기. 명문 문파인 무당파의 마지막 제자로서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무사 무바이(저우룬파-주윤발)는 사부의 원수인 푸른 여우를 죽이지 못한 죄책감과 더불어 자신을 위해 희생한 친구의 정인인 쉬리안(앙쯔충-양자경)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데 죄악감 때문에 강호를 떠나려 한다.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400년 된 명검 청명검을 쉬리안에게 준 뒤 그들의 은인인 베이징의 타이 대인에게 전하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청명검을 전하자마자 도둑이 들어 훔쳐 가고, 쉬리안은 왕실 보안 책임자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역설의 거장’ G. K. 체스터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목요일이었던 남자’(발라즈 주슈트 감독, 2016)는 원작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다소 난해하지만 깊게 음미하면 꽤 심오한 담론을 느낄 수 있다. 시골 성당의 신부 스미스는 헌금 수금원에 불과하다는 자괴감과 더불어 솟구치는 성욕 등에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낸다.어느 날 고해성사를 하러 온 한 창녀의 유혹에 못 이겨 그녀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간 빼돌린 헌금을 모두 빼앗긴 뒤 성당에 불을 지른 죄로 로마의 사길리아 수도원에 수감돼 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2년 ‘본 아이덴티티’로 시작된 본 시리즈는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첩보 영화로서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 이후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다 뜬금없이 맷 데이먼이 아닌 제레미 레너를 내세운 ‘본 레거시’로 살짝 실망을 주기도 했다.‘제이슨 본’(2016)은 데이먼은 물론 폴 그린그래스 감독까지 복귀해 시리즈를 제대로 매조진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에 열광한 관객들에겐 추억의 소환이자 아쉬운 종착지다. 제이슨의 움직임을 포착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경삼림’(1994)은 홍콩을 대표하는 예술적 감독 왕자웨이(왕가위)의 영화 중 가장 걸작이라고도, 혹은 가장 쉬운 작품이라고도 평가된다. 사복 경찰 223(카네시로 타케시-금성무)은 5월 1일 생일을 한 달 앞둔 만우절에 5년간 사귄 연인 메이에게 거짓말처럼 실연당한 뒤 매일 5월 1일로 유통기한이 정해진 파인애플 통조림을 구매한다.4월 30일 밤까지 메이의 연락이 없자 30개의 통조림을 한꺼번에 먹은 뒤 한 바에 들러 게워 내고 술을 마시며 이곳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겠노라 다짐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천장지구’(찬묵싱-진목승 감독, 1990)는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 열광한 마니아들에게 ‘영웅본색’만큼 잊지 못할 누아르일 것이다. 원제 ‘天若有情’(하늘에도 정이 있다면, 하늘이 정이 있는 듯하다)와 ‘연애의 순간’이란 영어 제목에서 보듯 젊은 남녀의 맹목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강렬하게 그린다.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타이완 출신 창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화(류더화-유덕화). 어릴 적 엄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같은 일을 하는 3명의 엄마 친구들 손에 자란 그는 폭력 조직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무장원 소걸아’(찬지아샹-진가상-감독, 1992)는 찬지아샹(진가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저우싱즈(주성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저우 특유의 코미디와 철학이 어우러져 참된 삶의 전범을 똥기는 무협 영화다. 아찬은 남부러울 것 없는 광저우의 갑부 소 장군(우멍다-오맹달)의 무매독자다.그는 집안에 돈이 넘쳐나기에 아쉬울 게 없어 글조차 배우길 꺼렸다. 25살 생일에 술집 이화원에 갔다 기생 여상(장만-장민)을 놓고 황제의 최측근 고위 관리 왕야와 시비가 붙는다. 왕야는 무림 고수 무기의 도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폭풍 속으로’,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가 남자보다 더 남자‘들’의 심리를 훨씬 많이 알고 그런 내면의 외화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 각광받는 여류 감독이라면 ‘섀도우 클라우드’의 중국계 뉴질랜드인 로젠느 리앙 감독은 페미니즘을 가장 거칠고 재미있는 액션으로 은유하는 작가로서 빛을 발한다.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연합군 공군기지. 막 이륙하려는 폭격기에 영국 공군 소속 여군 비행장교 개릿(클로이 모레츠)이 탑승한다. 그녀는 라이거트 소령의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인어’(2016)는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건 맞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저우싱즈(주성치) 감독 특유의 B급 코미디의 외피로 치장한 참된 사랑과 자연 보호에 관한 영화다. 인어들은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 칭뤄만에서 살고 있다.그런데 어느 날 돈밖에 모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 류 사장(덩차오)이 이곳을 사들여 소음으로 특정 어종을 쫓아낼 뿐만 아니라 생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소나라는 기계를 설치하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려 한다. 바다에서 생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8일 재개봉되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는 영국 비밀정보부 출신으로 스파이 소설의 대가인 존 르 카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렛 미 인’(2008)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연출해 스파이 장르물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는 찬사를 받았다.1973년. 영국 정보부 서커스의 국장 컨트롤(존 허트)은 은밀하게 요원 짐(마크 스트롱)을 불러 소련의 지배를 받는 헝가리의 한 장군의 망명을 도우라고 부다페스트에 보낸다. 장군이 서커스 수뇌부에 잠복한 두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상업영화의 구문론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 감독 데뷔작 ‘열혈남아’ 이외에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지만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만큼은 웬만한 흥행 감독이 부럽지 않다. ‘타락천사’(1995)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불친절한 아트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난해하다.킬러 황(리밍-여명)은 청부 살인업자다. 그의 동업자인 파트너(리자신-이가흔)는 창녀다. 둘은 함께 일한 지 155주나 됐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파트너는 황의 집을 청소한 뒤 쓰레기들을 가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패밀리 맨’(브렛 래트너 감독, 2000)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진정한 사랑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소박한 가정에서의 평범한 행복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은 듯하지만 알고 나면 꽤 깊은 울림을 준다. 1987년 런던 최고 은행의 인턴십에 합격해 출국하려는 잭(니컬러스 케이지)을 연인 케이트(티아 레오니)가 만류하지만 떠난다.2000년. 잭은 뉴욕의 큰 투자 회사의 CEO가 돼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독신의 바람둥이로서 모든 면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야근을 한 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년 전 축구 스타 펑(우멍다-오맹달)은 돈에 눈이 멀어 동료 선수 훙의 승부조작 제안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쪽 다리에 장애를 입고 축구계를 떠난 뒤 현재 훙의 허드렛일을 해주며 감독을 꿈꾸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악마팀 구단주로서 거물이 된 훙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리를 헤매던 펑은 우연히 남루한 옷차림으로 소림 쿵후를 홍보하는 씽씽(저우싱즈-주성치)을 만나고 그의 엄청난 쿵후 실력이 축구에 접목될 경우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팀 창단을 제안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산층 부부 이자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웬 윌슨)는 14살 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10살 아들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함께 산다. 그런데 어기는 얼굴이 아주 기이한 형태로 태어나 성형수술을 무려 27번이나 받았지만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4학년까지 엄마에게 홈스쿨 교육을 받은 뒤 5학년이 돼 처음 등교한다.친절한 교장 투시먼은 자신의 이름으로 어기를 웃기며 긴장을 풀어 준 뒤 부잣집 아들 줄리언, 평범한 가정의 잭, 연예인 지망생 샬롯 등 세 친구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싱크로닉’(아론 무어헤드, 저스틴 벤슨 감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매우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특히 내내 무겁고 어두운 음향 효과가 긴장감을 더욱 북돋운다. 구급 대원 파트너인 스티브(앤써니 마키)와 데니스(제이미 도넌)는 죽마고우다. 데니스는 아내 타라와의 사이에 18살 딸 브리아나를 두고 있다.독신인 스티브는 알코올과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어느 날 뇌 송과선에서 종양이 발견된다. 6개월을 살지, 6년을 살지 모른다. 둘은 끔찍한 사망 사건의 현장에 잇달아 출동하고, 그 사고의 배경엔 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존 랫클리프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은 UFO 기록을 미국 정부가 갖고 있다며 오는 6월 발간될 보고서에 그 내용들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외계 생명체는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면 혹시 그들은 인류가 신이라고 믿어온 존재자가 아닐까?아니면 최소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동안 다양하게 제기돼온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그들이 쥐고 있는 것일까? 하나의 은하엔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런데 우주엔 최소한 1000억 개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날씨의 아이’(2019)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근 애니메이션이다. 16살 섬 소년 호다카는 가출해 2달째 계속 비가 내리는 도쿄로 간다. 3일을 굶자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는 18살 소녀 히나가 공짜로 햄버거를 준다. 호다카는 배에서 만났던 케이스케의 작은 편집 대행사에서 숙식하며 그의 조카 나츠미와 함께 어시스트를 해 준다.호다카는 불량한 어른에게 끌려가는 히나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연히 습득한 권총을 허공에 발사한다. 그리고 큰돈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국지적으로 어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뤽 베송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칼릿 조핸슨이 맹활약한 ‘루시’나 망한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감독, 혹은 ‘택시’ 시리즈의 제작자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레옹’부터 ‘제5원소’를 그릴 법하다. 그러나 그의 시그너처는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대표작 ‘그랑 블루’(1988)다.1968년 그리스 해변 마을. 잠수에 능한 이탈리아 출신 소년 엔조가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그보다 2살 어리고 덩치도 작은 프랑스 소년 자크는 그에게 살짝 주눅이 들어있다. 자크의 홀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