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반도’(연상호 감독)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 상업용 블록버스터의 스케일과 메시지를 모두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K-좀비라는 표현을 넘어선 한국 영화의 일대 약진이다. ‘부산행’의 석우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일 즈음 정석(강동원)은 누나, 매형, 조카와 함께 홍콩행 배를 탄다.미국이 한국의 생존자들을 홍콩으로 피신시키려는 것. 그러나 지하 객실에서 감염자 한 명이 등장해 정석의 누나와 조카 등 다수를 감염시키고, 한국의 주변국들은 이를 계기로 더 이상의 한국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비바리움’은 각본을 쓰고 연출한 로어칸 피네건 감독의 아이디어 하나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완성된 엄청난 호러 영화다. 연인인 제마와 톰은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에 간다. 중개인 마틴은 딱 맞는 집이 있다며 색깔, 크기, 모양 등이 똑같은 집으로 이뤄진 욘더 마을로 데려간다.두 사람이 9호 집을 구경하는 사이 마틴이 사라진다. 뭔가 찜찜했던 그들은 차라리 잘됐다며 차에 올라 되돌아간다. 그러나 하루 종일 헤매도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다. 휴대전화까지 불통이다. 결국 연료가 떨어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국이 만들면 등반마저도 무협 액션이 된다. ‘흑협’, ‘성월동화’, ‘삼국지-용의 부활’로 잘 알려진 리옌쿵(이인항) 감독의 ‘에베레스트’다. 1960년 중국 국립등반대는 에베레스트에 도전해 대장 등 7명의 대원을 잃고 3명이 등정에 성공하지만 카메라를 잃어 촬영을 못 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5년 후. 당시의 생존자 팡(우징)은 교단에서 강의를 하지만 거짓말쟁이로 의심받자 강단에서 내려온다. 기상학을 전공하는 그의 연인 쉬(장쯔이)는 학교의 배려로 소련으로 유학을 떠난다. 1973년. 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AOA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사안이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몰랐던 걸까? 알면서도 쉬쉬한 걸까? 아니면 AOA 멤버들의 눈치만 살핀 걸까? FNC는 권민아의 폭로가 시작된 지 3일째 되는 5일 한밤에 지민의 탈퇴를 발표했지만 무능 혹은 무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내부적으로 이토록 곪을 때까지 몰랐다면 무능을 넘어선 자격 미달이 의심된다.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법하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면 단기간의 이익에만 눈이 먼 근시안적 경영이었다고 봐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우리 민족은 내부적으로 많은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조선 말기의 동학운동부터 해방 직후의 제주 4·3사건까지. 그리고 박정희 정권 때의 부마민주항쟁과 전두환 정권 때의 광주민주화운동까지.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이조훈 감독)을 보려면 손수건을 준비할 것.1980년의 5월 감독은 초등학교 2년이었다고 한다. 그의 눈엔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도, 그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군인들도 이해가 안 됐을 것이다. 그런 그가 고등학생이 돼 ‘광주비디오’를 접했다. 그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판타지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일찍이 알아본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모탈: 레전드 오브 토르’는 관객들이 잘 아는 ‘어벤져스’의 토르를 소재로 하지만 마블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SF 스릴러다. 노르웨이 시골의 청소년 올레가 한 이방인에게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살인자는 노르웨이계 미국인 에릭. 경찰 책임자 헨릭은 심리 상담사 크리스틴에게 그의 심문을 맡긴다. 에릭이 겁을 먹자 갑자기 번개가 쳐 경찰서가 풍비박산 난다. 에릭의 신병을 인수하러 미국 대사관에서 보낸 사람들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의 새 작품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화풍으로 몽환적이지만 한편으론 현사실적이기도 하다. 판타지적 설정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다 결국 사랑도 회의주의도 모두 인생의 과정이거나 편린임을 웅변하는 장대한 서사시다.여대생 히나코는 서핑을 즐기기 위해 바닷가 마을로 이사한다. 소방관 미나토는 먼발치서 그녀를 바라보며 후배 와사비에게 나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불량한 무리들이 불꽃놀이를 하다 히나코가 사는 아파트에 불을 내고 미나토가 출동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KBS2 '개그콘서트'가 26일 1050회를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진다. KBS는 ‘21년 만의 휴식기’라지만 언제 속개될지, 속개되기는 하는지 오리무중이다. 1999년 9월 4일 시작된 ‘개그콘서트’는 콩트 형식으로 세트장에서 진행되던 기존 코미디의 포맷에서 탈피해 방청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개 프로의 새 지평을 열었다.초기엔 원로 개그맨 전유성, 김미화 등이 이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신선한 새 얼굴들을 발굴해내며 국내 코미디 프로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개그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인베이젼 2020’(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은 ‘어트랙션’(2017)의 3년 후를 그린다. 전편. 모스크바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추락해 사상자가 발생한다. 율리아는 죽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우주선에 접근했다 위험에 빠지지만 외계인 하컨의 도움을 받고 그들이 침략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하지만 율리아의 연인 툐마를 비롯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외계 존재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가 커져 군대를 조직해 전쟁을 벌인다. 율리아와 하컨은 전쟁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결국 툐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4일 개봉될 ‘그레텔과 헨젤’(오즈 퍼킨스 감독)은 상업적 블록버스터 위주의 메뉴에 지칠 법한 컬트 마니아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완전히 뒤집었지만 외려 원작자의 호러적 의도를 간파한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질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먼 옛날에 분홍 모자를 쓴 예쁜 소녀가 있었다는 동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소녀가 병에 걸리자 엄마는 고쳐 달라고 어둠의 마법을 쓰는 마녀에게 데려간다. 마녀는 병을 고쳐줄 뿐만 아니라 예지력이라는 선물까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부력’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로드 라스젠 감독이 취재를 통해 접한 동남아시아의 노예노동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되지만 중반 이후 의외의 반전으로 흥분을 안겨준다. 국내의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부터 ‘가버나움’(2018)의 교훈까지 담은 시사성과 재미가 충만하다.캄보디아 빈농의 다자녀 가정의 14살 소년 차크라는 가난과 중노동이 지긋지긋하다. 한 친구의 태국에서 1달 막노동을 해 30여만 원을 벌었다는 말에 혹한 그는 밀입국을 결심한다. 유사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인 틈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국의 슈퍼히어로가 판치는 할리우드에서 ‘엑스맨’의 로건은 다소 이례적으로 캐나다 출신이다. 영화 ‘로건’(제임스 맨골드 감독, 2017)은 그 캐나다 태생의 울버린 역을 맡은 휴 잭맨이 슈퍼히어로 사상 역대 최장 17년 동안, 그리고 최다 9편에서 한 캐릭터에 매진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서기 2029년 멕시코. 뮤턴트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엑스맨은 해체됐다. 로건은 특유의 자연치유 능력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마이크로버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탓일 것이다. 그는 심각한 병에 걸린 찰스 자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즈니-픽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댄 스캔론 감독)은 낭만보다 경제가, 철학보다 과학이 우선시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동화다. 마법이 사라진 세상 아빠를 일찍 여의고 엄마와 사는 엘프족 형제 발리(크리스 프랫)와 이안(톰 홀랜드). 형 발리는 의욕만 충만하지 어수선하다.이안은 철이 들었지만 소심하다. 그의 16살 생일을 맞아 엄마가 형제가 모두 16살이 넘었을 때 펴보라고 했다는 아빠의 선물을 준다. 그건 마법 지팡이다. 발리가 마법의 주문을 외울 때는 아무런 현상이 발생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이 캔 온리 이매진’(앤드류, 존 어윈 형제 감독)은 2003~2004년 빌보드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5위, 2017년 빌보드 CCM 디지털 음원 판매 1위, 2018년 빌보드 CCM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1999년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린 머시미의 ‘I can only imagine’의 뒷얘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1985년. 음악과 잡동사니를 좋아하는 소년 바트는 한때 미식축구 선수였던 폭력적인 아버지와 자상한 엄마와 함께 산다. 엄마는 바트를 위해 교회 캠프에 보내주고 거기서 알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청샤오둥, 탕지리 공동 감독의 영화 ‘동방불패’(1992)는 많은 관객들이 홍콩 무협영화 중 걸작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진융의 무협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1990)의 속편으로 제작돼 엄청난 세계관과 인생관을 펼치면서 이원론(이항대립)의 정수를 보여준다.1595년. 패권 다툼으로 정국이 어지러워진 일본의 닌자와 무인 등 여럿이 명나라 남쪽 해안가에 정착한다. 한족에게 피해의식이 강한 묘족의 리더 임아행은 일월신교라는 마교를 설립하지만 의동생 동방불패(린칭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디오 DJ 아버지와 요절한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매기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현재 10년째 예전 히트곡을 우려먹고 사는 슈퍼스타 그레이스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다. 프로듀서를 꿈꾸는 그녀는 매일 밤 음악 공부를 하며 실력을 키우고, 사사건건 매니저 잭과 의견충돌로 엄발난다.그녀는 우연히 마켓 옆에서 작은 공연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데이빗을 알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주말 파티에 오라고 초대한다. 그저 가수 지망생인 줄만 알았던 그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그가 숨은 보석 같은 존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독립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김희정 감독이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눈길을 걷다’에 이어 ‘프랑스 여자’로 내달 4일 관객과 만난다. 40대 중반의 미라(김호정)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에 갔다 쥴을 만나 결혼한 뒤 국적을 바꾸고 정착해 살다 서울에 돌아온다.연기와 연출을 함께 공부했던 후배 영화감독 영은(김지영)과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와 매일 단골 카페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런데 그녀는 현재에서 갑자기 과거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엘 에저튼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더 기프트’(2015)는 복수에 관한 스릴러인데 왠지 잔인하지 않고 따뜻하다. 꽤 큰 보안업체 간부인 사이먼과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로빈 부부는 사이먼의 진급을 위해 지사를 옮기며 다소 외진 곳으로 이사하고, 쇼핑몰에서 쇼핑 중 고교 후배 고든을 만난다.사이먼이 출근한 뒤 로빈은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난 고든을 발견한다. 고든은 부부의 대저택에 매료되고 로빈은 집 구경을 하라고 허락한다. 사이먼의 퇴근 시각 무렵인지라 내친 김에 로빈은 저녁식사를 제안하고, 다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공동 연출한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의 협업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1995)는 대놓고 프로이트를 명제로 던진다. 독신의 과학자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9명의 인간을 창조하지만 유전자가 꼬여 의도와 다르게 태어난다. 아내로 만든 비스무쓰는 난쟁이가 된다.아들로 만든 여섯 쌍둥이는 잠꾸러기가 된다. 자신을 이을 천재 과학자로 만든 크랑크는 꿈을 꾸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태어나자마자 늙은이가 되고, 친구로 만든 이르뱅은 미완성으로 뇌만 수족관을 떠다닌다. 과학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W.A.T. 특수기동대’(클락 존슨 감독, 2003)는 풋풋하던 27살, 32살의 콜린 패럴과 제레미 레너의 매력과 스릴러적 재미를 느끼기 충분한 액션 영화다. LA 스왓의 파트너 짐과 갬블은 은행강도 사건에 투입되는데 갬블이 실수로 인질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풀로 반장에게 불려가 문책을 당한다.풀로가 총기실로 발령을 내자 분노한 갬블은 그에게 대들고 그걸 말리는 과정에서 갬블은 짐이 생존하기 위해 풀로에게 자신을 고자질했다고 오해해 싸운 뒤 퇴직한다. 6개월 후. 전설적인 베테랑 혼도(새뮤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