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낙원동 떡전골목] 순수와 장수를 뜻하는 떡국으로 새해를 열고... 명절마다 생일마다 제사마다 먹었던 떡... 그리고 우리 떡의 명맥을 잇고 있는 서울의 한 거리가 있다. 창덕궁과 창경궁이 가까운 낙원동 일대엔 한국전쟁을 전후해 터를 잡은 옛 떡전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 떡집 대부분은 짧게는 3~40년에서 길게는 100년 가까이 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한때 수 십 곳에 달했던 떡집들이 지금은 열 곳 남짓으로 줄었고 궁중 떡으로 유명한 이곳의 맛과 멋은 여전히 서울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중 마지막인 ‘스파이더맨 3’(2007)는 흥행 성적 459만여 명이 증명하는 재미를 넘어선 수작이다.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절친’ 해리(제임스 프랭코)가 자신이 아버지(악당 그린 고블린)를 죽였다고 오해하고는 공격해 오자 반격하다 그에게 중상을 입힌다.병원에서 깨어난 해리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일부 기억을 잃고는 자신의 병석을 지킨 ‘절친’ 피터에게 고마워한다. 피터는 데일리 버글에서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데다 스파이더맨으로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가족과 그리움에 관한 신동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다. 혜정(김혜정, 노윤정)은 바람난 철부지 남편과 헤어진 뒤 큰아들 동민(신정웅)과 둘째 동휘마저 독립하자 홀로 노래방을 운영하며 산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동민을 부르자 그는 한걸음에 달려온다.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며 “얼마 전 아빠가 술 한잔하자며 찾아왔는데 새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한다. 자신과는 결혼식을 안 올렸다고, 그 여자에게는 동민만한 딸도 있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혜정은 유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담보’(강대규 감독, 2020)는 관객들을 울려 보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최루 영화이다.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는데 의외로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9)의 뛰어난 연기력과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의 귀여운 매력이 이 작품 속에 푹 빠지도록 만든다.1993년 인천. 중년의 두석(성동일)은 사채업을 하는 친구의 못 받은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을 동거인 종배(김희원)와 함께 하고 있다. 3달째 이자가 밀린 조선족 명자(김윤진)를 길거리에서 마주친 두석은 그녀의 9살 딸 승이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라남도 여수에서 3대째 돼지국밥 식당 동백을 운영하는 순철(박근형)은 곧 팔순이다. 워낙 인심이 사나워 친구가 없는 그의 팔순 잔치에 손님이 안 올 것을 우려한 환갑의 아들 남식은 주민들에게 공짜 술을 대접하며 참석을 부탁하지만 이를 본 순철은 행패만 부릴 따름이다.손님이 떨어지자 순철은 가족들에게 폐업 의사를 전하고, 남식 부부는 반발한다. 손자 귀태는 음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식당 운영에는 무관심하다. 그런데 어느 날 대명그룹 회장 장연실이 10살 손녀 혜지와 함께 동백을 찾는다. 죽은 아버지
[미디어파인 칼럼=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부민관] 일제 강점기, 동양극장, 단성사, 명치좌 등의 여러 극장들은 영화 상영으로 인기가 높았던 경성부민들의 문화공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연극단체와 악극단을 위한 대규모 공연장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던 1935년,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지금의 서울시 청사인 경성부청 맞은편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 공연장이 들어섰다. 현재 서울 시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부민관은 1,800명을 수용했던 대강당 외에도 중강당과 소강당, 조명과 냉난방 시설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휴가’(이란희 감독)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매우 아프고 처연하다. 홀로 고교 3년생 현희(김정연), 중학 2년생 현빈(이승주) 두 딸을 키우는 재복(이봉하)은 5년째 서울 강남역에서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 중이다. 지친 동료 영석(서광택), 만용(황정용)과 갈등하다가 일주일간 휴가를 갖기로 결정한다.지방 소도시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재복은 현희로부터 수시모집에 합격했으니 예치금 4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큰소리를 치지만 막막하다. 그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 우진(신운섭)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바그다드 카페’(퍼시 애들런 감독, 1987)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세 번째 개봉되었을 정도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독일 로젠하임 출신의 야스민은 미국 여행 중 남편과 헤어지고 남편이 버린 커피포트와 여행 가방을 들고 라스베이거스 끝 황량한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들어선다.그곳 주인은 카페, 주유소, 그리고 모텔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허름한 숙소를 운영하는 브렌다. 무능한 남편은 며칠 전 싸운 뒤 집을 나갔다. 사춘기 아들 살은 벌써 딸을 낳았지만 온종일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455명이 죽고 혼자 살아남아 456억원을 받아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방에 쓰러져 있다. 아들을 기다리다 병든 어머니는 운명하였다. 「운수좋은 날」을 쓴 현진건이 이 드라마를 보면, 인력거꾼 김첨지가 이 드라마를 보면 뭐라 할까? 그날따라 운수가 좋아서 병든 아내에게 먹일 설렁탕을 사들고 왔지만 빈 젖만 빨던 아기의 울음을 듣던 김첨지가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와 구세대가 즐겼던 놀이를 통해 승자를 가려내는 게임. 승자에게는 456억원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삼국지(연의)’라고 하면 흔히 유비, 관우, 장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중국 일부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해 제의를 지낼 정도이다. 그런데 ‘삼국지: 용의 부활’(리옌쿵-이인항-감독, 2008)은 기존의 삼국지를 다룬 콘텐츠와 다르게 조자룡과 더불어 그의 그늘에 가린 나평안, 그리고 조영에 초점을 맞춘다.상산 출신의 평안(홍진바오, 홍금보)은 출세의 꿈을 안고 촉나라 유비의 군대에 들어가 작은 벼슬을 얻는다. 그의 밑으로 같은 상산 출신의 자룡(류더화, 유덕화)이 입대한 뒤 그를 친형처럼 따른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8년 7월 23일 오전 9시 38분께 서울 중구 신당동 N아파트 1층 현관 앞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다. 이곳은 노 의원의 동생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이다. 투신 장소로 보이는 17~18층 사이 계단에서 고인의 유물과 유서가 발견되었다.‘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대표는 필명 드루킹인 김동원)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정관헌] 광해군의 경운궁에서 대한제국의 본궁이 된 덕수궁. 궁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과 덕수궁 미술관 그리고 덕수궁의 가장 높은 곳엔, 덕수궁 건물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지어진 양식 건축물이 하나 있다. 정관헌. 이름 그대로 고요하게 내려다본다는 뜻의 이 회랑은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이 다과를 즐기던 휴식공간이자 외교사절을 접대하는 등 행사와 만찬을 즐겼던 연회장이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관에 피신해 있던 고종은 환궁 후 덕수궁 안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박찬욱 감독 개인에게는 계속 영화를 할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되어 준 출세작이자 관객과 한국 영화계에는 남북 관계를 재조명하도록 만들어 준 전환점 측면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한밤중 총격이 벌어진다.북측 최만수(김명수) 상위와 정우진(신하균) 전사가 사망하고, 오경필(송강호) 중사가 한쪽 어깨에 총상을 입는다. 남측 이수혁(이병헌) 병장은 한쪽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대한다. 북측은 수혁이 공격했다고, 남측은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새마을 운동 7년을 결산하고80년대 새로운 의지를 다짐하는 77년도새마을지도자대회가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전주에서 열렸습니다.수십년 만에 닥쳐왔던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우리 농민들은 피땀 어린 노력을 다해 4,170여만섬의 쌀을 생산했고 특히 정보 당 494kg수확으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워이젠 쌀이 남아돌아서 걱정일 정도인데...- 대한뉴스 1154호 / 1977.12.19.쌀 4천만 섬 생산, 수출 100억 달러 달성으로 자신감과 의욕이 충만하던
[미디어파인 칼럼=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해방촌]빈 도시락마저 들지 않은 손이 홀가분해 좋긴 하였지만해방촌 고개를 추어 오르기에는 뱃속이 너무 허전했다.산비탈을 도려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었다.철호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레이션 곽을 뜯어 덮은 처마가 어깨를 스칠 만큼 비좁은 골목이었다.부엌에서 아무 데나 마구 버린 뜨물이, 미끄러운 길에는구공탄 재가 군데군데 헌데 더뎅이 모양 깔렸다.../ 소설 中950~60년대 궁핍한 서민의 삶을 그린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됐던 용산구 판자촌 일대. 용산구 용산동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동국대 명진관] 1902년 초, 동대문 밖엔 전국의 사찰을 총괄할 수사찰인 원흥사가 창건된다. 그리고 신불교운동을 전개하던 몇몇 승려들에 의해 불교연구회가 조직됐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서두른 건 근대불교 학교의 설립이다. 그렇게 불교계는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인 명진학교를 설립했지만 교단의 혁신 운동과 맞물려 학교는 오랫동안 부침을 겪어야 했다.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남산 자락의 필동 일대. 대학으로 승격되면서 혜화동을 떠나 새롭게 마련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그대 너머에’(박홍민 감독)는 기억, 존재, 불공평 등에 대한 매우 독특한 판타지 미스터리 예술 영화이다. 중년의 영화감독 경호(김권후)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시나리오를 친한 형인 영화 제작자에게 건네지만 “재미없다.”라는 반응만 얻는다.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 각본을 의뢰하지만 역시 퇴짜.그는 대학 시절 친구였던 인숙(오민애)의 딸 지연(윤혜리)의 연락을 받고 만난다. 지연은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냐고 묻지만 그는 강력하게 부정한다. 하지만 그는 지연의 뒤를 따라간다. 인숙은 알츠하이머병을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뚝섬수원지] 서울에서 시민들이 수돗물을 먹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구한말, 함경남도 북청 출신을 중심으로 생겨나 서울 골목길을 누비며 우물물을 길어다 판매하고 방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던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머리맡에 찬 물을 솨아 퍼붓고는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북청 물장수물에 젖은 꿈이북청 물장수를 부르면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북청 물장수- 북청 물장수(김동환 1924년)
[미디어파인 칼럼=물길 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 지난 8월 21일 오전 8시 30분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 1번 출구 앞에서 청계천을 이루는 서울의 주요 ‘물길답사’ 마지막 시간이 시작됐다. 이번 물길답사는 도시인문콘텐츠·디지털 헤리티지 아카이빙 전문단체인 문화지평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물길 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란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했다.이번 답사 역시 무더위를 감안해 답사 시간을 대폭 앞당겼다. 그러나 날씨가 변수였다. 강한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었지만 강행했다. 결과
[미디어파인 칼럼=물길 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 지난 7월 31일 오전 8시 30분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전력관리처 앞에서 네 번째 ‘물길답사’가 시작됐다. 이번 물길답사는 도시인문콘텐츠·디지털 헤리티지 아카이빙 전문단체인 문화지평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물길 따라 점·선·면으로 잇는 서울 역사’란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다.한양은 내사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등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서에서 동으로 흘러 도성의 동쪽 오간수문(五間水門)과 이간수문(二間水門)으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