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복잡다단한 현대에서는 진실이 애매모호하다. 때론 법과 판결이 명석판명하게 인식되지 않을 때도 있다. 양현석이 ‘내사 종결’을 예상한 것만 봐도 그런 의구심을 가질 소지가 있다. ‘진범’(고정욱 감독)은 그런 진실을 매개로 관객에게 주변에 믿을 만한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묻는 스릴러 영화다.영훈(송새벽)과 유정 부부, 준성(오민석)과 다연(유선) 부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유정은 준성의 대학 후배고, 그런 인연으로 다연이 영훈에게 유정을 소개해 결혼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유정이 변사체로 발견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는 지고의 신을 염라대왕으로 설정했다. ‘한국 신화의 제우스’인 것이다. 그런데 2편에선 대왕의 자리가 영속한 게 아니라 임명제 혹은 세습제로 바통 터치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또 원래부터 신이 아니라 세상에서 영웅적 행동을 한 사람이 죽은 뒤 신의 자리에 오른다.그리스 신화에도 그런 신이 나온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은 신의 자식이지만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디오니소스를 낳은 세멜레는 사후 신이 된다. 디오니소스는 완전한 신인데 헤라클레스는 그저 데미갓에 머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직도 생존하고 자연을 극복하기엔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류는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특히 지도자들이 앞장서 자신들의 권위에 당위성을 주기 위해 전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문명과 신화가 발생했으며, 지적인 사고가 발달한 발칸반도는 삶의 교훈을 담아 그리스신화를 완성하고 철학으로 승화하게 된다.‘옛날 옛적에’로 시작된 가공은 어느덧 신화가 됐고, 지도자는 신의 전령으로서 인간을 다스리고 신의 명령을 전달하는 확실한 ‘왕’이 됐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은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물론 허황된 얘기라며 무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광풍에서 보듯, DC가 쉼 없이 마블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이제 관객들은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의 동화적 판타지보단 ‘어벤져스’의 우주적, 과학적 판타지에 이끌리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그 슈퍼히어로 영화의 내용엔 인간이 만든 신화, 종교, 철학, 그리고 생존에의 몸부림에서 기원한 두려움이 근간을 이룬다. 상상력이 확장된 관객들은 동화의 판타지에는 더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켄 스콧 감독)은 한국어 제목의 재미와 ‘고행 수행자의 특별한 여행’이란 원제의 브라만교적 깊이를 동시에 즐기고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영화다. 아자(다누쉬)는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시링의 혼외자로 태어난 소년이다. 사기를 친 죄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그는 엄마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수시로 묻지만 매번 “아버지는 없다”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시링은 아자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는 게 꿈이고, 그 말에 계속 세뇌되며 자란 아자는 그걸 인생의 목표로 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KBS1 ‘거리의 만찬’(이승문 PD)은 지난 21일 ‘결혼을 졸업했습니다’를 방송했다. MC들은 얼마 전 소설가 이외수와 ‘졸혼’을 선언한 전영자 씨를 만나 그 사연 및 현재 행복한지 물어봤다. 이 PD는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를 굳이 공영방송에서 1시간씩 방송하는 데 대해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홀로서기를 시작한 만 66살 전 씨의 현재의 밝음을 꾸밈없이 보여주자’는 2가지 의도에서 강행군했다고 밝혔다. ‘정상 가정’이 17.7%에 불과한 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올리비에르 마샬 감독)를 리메이크한 ‘비스트’(이정호 감독)는 선입견을 비판하는 인식론과 인생을 해체하는 허무주의의 연무가 가득하다. 인천 중앙경찰서 강력1팀장 한수(이성민)와 2팀장 민태(유재명)는 한때 파트너였지만 현재 과장 승진을 다투는 경쟁자다.2팀은 한 여고생 실종사건을 맡았다. 그러나 실적 없이 17일 만에 피해자가 처참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한수는 종찬(최다니엘)과 함께 피해자의 마지막 행선지인 성당으로 가 부제를 체포한다. 그의 집에선 여성의 속옷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0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YG와 아이들 전말 추적’에서 양현석은 제작진에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검사를 두 달에 한 번씩 내가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참관한다”며 “마약 검사를 전담하는 직원까지 있다”고 특정인을 언급했다.제작진에게 마약 키트를 보여주며 ‘국내에선 팔지 않는 것으로 검찰에서 쓰는 게 1만 원이라면, 이건 대략 5만 원짜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6종의 마약이 검출되는 키트보다 2배나 많은 종류를 발견할 수 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소설가 출신 감독 닐 조던의 대표작은 ‘크라잉 게임’(1992)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다. 전혀 다른 듯한 외형의 두 작품은 그러나 결국 자연법이라는 조던의 철학을 뿌리로 한 이복형제다. 오는 26일 개봉되는 ‘마담 싸이코’는 조금 더 인간의 심리 속으로 깊숙하게 침투한 서스펜스 스릴러다.소도시에서 뉴욕으로 이주, 친구 에리카의 아파트에 얹혀살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프랜시스(클로이 모레츠)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주인을 잃은 핸드백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온다. 에리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95년 시작된 ‘토이 스토리’가 ‘토이 스토리 4’(조시 쿨리 감독)까지 왔다. 앤디의 사랑을 받던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톰 행크스)는 앤디가 대학생이 되자 버즈 등과 함께 소심한 소녀 보니에게 ‘입양’된다. 보니는 억지로 유치원 예비소집에 참석해 쓰레기로 버려진 플라스틱 포크로 포키를 만든다.주눅 들었던 보니는 자신이 만든 장난감에 애정을 품게 되면서 서서히 적극적인 인물로 바뀌어가고, 보니의 사랑은 우디에서 제시로, 다시 포키에게로 바뀐다. 집에 온 포키는 생명력을 얻어 우디 등의 친구가 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현재 아일랜드는 영국을 가장 가까운 이웃 겸 경제 협력 파트너로 여기고 있지만 영화 ‘블랙 47’(랜스 데일리 감독)의 배경인 1847년은 완전히 달랐다. 아일랜드 왕국은 12세기 후반부터 영국 노르만족의 침략을 받기 시작하더니 1541년 영국의 헨리 8세가 아일랜드 왕을 겸임하면서 식민지가 됐다.대영제국의 식민지 정책이 극에 달하던 때의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수년 만에 인구 4분의 1이 사라진 암흑의 시기. 영국이 곡물법을 폐지함으로써 값싼 아일랜드의 곡물을 대거 수입하자 기아는 극에 달하고 열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기존 시리즈의 리부팅인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F. 게리 그레이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액션과 스케일에서 보증수표다. 2016년 파리. MIB 요원 하이T(리암 니슨)와 H(크리스 헴스워스)는 에펠탑에서 우주 최강의 악당 하이브를 물리쳐 조직 내 전설이 된다.20년 전. 브루클린에 타란트 종족이 출몰해 MIB가 출동한다. 소녀 몰리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타란트 소년의 탈출을 도와준다. 현재. 하이T는 런던 지부장이 됐고, H는 거기서 현장 근무 중인데 뭔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본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 ‘13년의 공백’은 보편적 상업영화의 틀을 거부하지만 어렵지 않고 의외의 코미디를 즐길 수 있으며,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고, 냉정하면서도 따뜻하다. 마사토(릴리 프랭키)는 요코(칸노 미스즈)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둔 가장인데 노름에 빠져 빚을 졌다.채권자들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근 채 싸구려 카레로 연명하며 칩거하던 어느 날 마사토는 요코에게 담배를 산다며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다. 고시엔 구장에 서는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둘째 코지(타카하시 잇세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존 윅’ 시리즈에 대해 부정적인 관객도 있지만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이에겐 키아누 리브스가 톰 크루즈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못지않게 믿음을 주는 스타임에 틀림없다는 점에서 왜 ‘존 윅 3: 파라벨룸’(채드 스타헬스키 감독)까지 제작됐는지 충분한 존재 이유를 느끼게 하고 믿음이 간다.세상엔 일반인이 잘 모르는 국제암살자연맹이 있다. 궁극의 지배자가 최고회의란 지도 계급을 움직이고, 최고회의는 세계 대도시에 컨티넨털 호텔이란 지부를 설립해 킬러들을 관리하도록 한다. 회원 킬러라면 컨티넨털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5일 개봉된 ‘엑스맨: 다크 피닉스’(사이먼 킨버그)는 ‘엑스맨’(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래 19년을 이어온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종착역이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매튜 본 감독, 2011)로 시작한 프리퀄 4부작의 마지막이다. 프리퀄, ‘로건’과 ‘데드풀’ 시리즈의 제작자 킨버그의 감독 데뷔작이다.1975년. 8살의 진이 부모와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초능력으로 사고를 유발함으로써 부모를 잃자 찰스(제임스 맥어보이)가 영재학교로 데려간다. 1992년. 임무 수행 중이던 우주 탐사선이 태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강윤성 감독의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전작 ‘범죄도시’보다 장르와 내용은 더 깊어졌고, 유머도 늘었다. 늦깎이 감독이기에 젊은이보다 성장이 빠르다. 3선에 도전 중인 여당의 목포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는 위선과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이중인격자로서 구린내 풍기는 비리 정치인의 전형이다.그는 12년 전 검사 시절 목포 폭력조직의 이권다툼 때 조광춘(진선규)의 살인을 눈감아준 뒤 그의 조직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겨왔다. 만수의 지원을 받는 친구가 시장을 허물고 대형 테마파크를 세우려 하지만 상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한국 영화로서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국내 흥행이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이 상 수상작은 국내에서 ‘흥행필패’였지만 봉 감독은 보란 듯이 징크스를 깼고, CJ엔터테인먼트는 ‘설국열차’ 흥행의 재현 혹은 ‘괴물’(쇼박스)의 추월도 노려봄직한 상황이다.영화의 갖가지 상징성과 메타포 등은 감독의 의도지만 관객 저마다의 해석도 용인이 허가된다. 예술은 작가의 상상력과 광기에서 나오지만 관객은 돈을 지불하는 만큼 자기만의 방식대로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혁신적인 사고가 만연된 민주국가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과연 그럴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미미 레더 감독)은 프로테스탄티즘으로 시작해 존 로크의 ‘자연주의적 관용의 원리’와 장 자크 루소의 국민 주권으로 건설된 미국의 50년 전 민낯을 까발린다.인종 차별도 채 해결되지 못한 1956년. 결혼해 딸 제인을 낳은 루스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전체 학생의 단 2%에 해당하는 9명의 여학생 중 한 명으로 남편 마티의 뒤를 이어 입학한다. 마티와 함께 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00년 된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개봉 전 예매로만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이 상 수상작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기에 자칫 국산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재미있다.그러나 칸, 베니스, 베를린 등의 3대 영화제에 대한 ‘어렵다’거나 ‘비대중적’이라는 선입견이 틀린 인식이 아닌 것은 맞다. 그래서 봉 감독의 영특함은 오롯이 빛난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로켓맨’(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슈퍼히어로물도, 정치물도 아니다. 영국 록의 제왕 엘튼 존의 일대기를 진지하면서 무거운 주제와 판타지 뮤지컬로 푼, 마치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록 무비다. 알코올중독자 치료 모임에 갑자기 무대 복장을 한 엘튼 존(태런 에저튼)이 끼어들더니 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레지날드 드와이트는 사이가 안 좋은 스티븐과 쉴라를 부모로 뒀다. 가끔 집에 들르는 스티븐은 레지에게 애정이나 관심이 전혀 없어 그저 재즈를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훌쩍 떠난다. 쉴라는 레지를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