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하루’(조선호 감독, 2017)는 서사의 울림이 만만치 않다. 출세와 돈을 마다한 채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돌며 정치와 종교를 떠난 히포크라테스적 봉사 인술을 펼쳐 저명한 준영(김명민)은 UN 인권 포럼에 참석한 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그에게 유일한 가족은 12살 딸 은정(조은형).한창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할 은정은 큰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외국을 싸돌아다니느라 자신에게 소홀한 아빠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질 대로 팽배한 상황. 취재진이 공항으로 몰려들어 기자 회견이 진행된다. “왜
[유진모의 무비&철학]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YG엔터테인먼트나 블랙핑크 제니 입장에서는 지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돋보인, 그래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장본인은 제니라고 여길 듯하다. 그녀의 사진이 25억 원의 가치가 매겨질 정도로 미디어 가치 창출에서 최고라고 외신에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칸의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 HBO 시리즈 ‘디 아이돌’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데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블랙핑크라고 하더라도 배우가 아닌 이상 칸에 배우 자격으로 등장할 수는 없다. 에스파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미이라’(1999)는 이집트 역사를 왜곡했지만 1편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리롄제(이연걸)를 끌어들인 3편까지 내달렸다. 돈은 벌었지만 평단의 혹평과 식자들의 불평은 피해갈 수 없었다. ‘미이라’(알렉스 커츠만 감독, 2017)는 유니버설픽쳐스가 고전 몬스터 영화들을 리부트한 프로젝트 다크 유니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첫 번째 작품이다.‘스타 트렉: 다크니스’와 ‘나우 유 씨 미’ 1, 2편을 연출한 커츠만 감독의 세계관은 크리스토퍼 놀란에 가깝고, 언제나 그렇듯 톰 크루즈의 선택은 탁월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페미니즘을 앞세운 액션 영화라고 하면 리들리 스캇의 ‘에이리언’이고, 누아르를 꼽으라면 ‘델마와 루이스’dl다. 그 철학과 정신을 이어받아 재미를 더한 정점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이고, 여기에 공간과 시간에 의한 존재의 의의와 역사를 첨가한 작품은 최초의 여성 인류 화석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붙은 이름을 제목으로 한 뤽 베송의 ‘루시’이다.이런 작품들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한 ‘악녀’(정병길 감독, 2017)는 한 마디로 재미있고,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디지
[미이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의혹 등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어쩔 수 없이 활동을 중단한 가수 황영웅이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모친까지 가세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황영웅은 MBN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그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예상되었으나 상해 전과가 드러나는 한편 학창 시절의 폭력, 데이트 폭력, 허술한 군 복무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작진과의 협의 끝에 프로그램에서 중도에 빠졌다. 그럼에도 논란 발생 두 달만에 소속사와 함께 활동 복귀 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원더우먼’(패티 젠킨스 감독, 2017)은 매번 마블에 뒤진 DC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이다. 갤 가돗을 원 톱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대담하게 구약성서에 맞선 ‘종의 기원’부터 밑밥으로 내던진다. 그리스 신화 전쟁의 신 아레스는 제우스와 아내 헤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제우스와 티탄 신족 메티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무식하고 포악한 아레스는 닥치는 대로 인명을 살상하고 도시를 파괴하지만 지략과 전술로 무장한 아테나는 오히려 그런 아레스로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요아킴 뢰닝, 에스펜 잔드베르크 감독, 2017)는 장단점이 확실한 시리즈의 5번째로서 그나마 미덕을 갖추려 애를 쓴 기색이 역력하다. 바다의 살인강도 해적을 낭만과 결합한 시도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상업주의의 돈에 눈먼 상투적인 수법이다.영화의 태생부터 불편한 결정적인 핸디캡이다. 아무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지적인 만족을 찾는 게 무리하고 하더라도 이 시리즈는 지나치게 드러내놓고 ‘나 돈 벌겠다, 어쩔래?’라고 뻔뻔스러운 장삿속을 드러내는 것 같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대립군’(정윤철 감독, 2017)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16세기 말 임진왜란으로 멸절의 위기에 처한 조선이 배경인데 한국 전쟁이나 최근의 상황이 엿보인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18세의 어린 광해(여진구)에게 임시 조정인 분조를 맡긴다.자신은 명나라에 가서 원군을 요청하겠다며 의주로 피란하는데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광해의 목적지는 신철 장군이 이끄는 주력 군대가 머무는 강계. 그들의 고난스러운 여정에 북방 국경 지대에서 여진족을 상대로 맹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F 괴수 공포 영화의 대명사인 ‘에이리언' 시리즈는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시작해 이후 각기 다른 유능한 세 감독이 번갈이 연출을 맡아 ’전설‘이 됐다. 그러나 원작자인 스콧은 불만이 많았던 듯 프리퀄 세 편을 기획해 먼저 ‘프로메테우스’(2012)를 내놓은 뒤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인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오리가에 행성을 목적지로 2000명의 이주민과 15명의 승무원을 태운 거대 우주선 커버넌트를 발사한다. 수십 년을 항해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2017)은 기시감을 많이 준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의 누아르를 기본으로 ‘무간도’, ‘프리즌’,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의 감옥 액션, 조폭 액션, 언더 커버(위장 잠입), 그리고 남자들의 진한 의리에 대한 철학이 콸콸 쏟아진다.류승완이 타란티노식 액션을 오마주했다면 변성현은 몇 계단 뛰어 한국적 누아르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별성 높은 연출 솜씨를 보여 준다. ‘게임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서스펜스 소설의 거장 빌 S. 밸린저의 ‘이와 손톱’을 각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정식 김휘 감독, 2017)은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웰메이드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특히 2개의 시공간을 교차 편집해 마치 ‘사건 속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듯한 병치적 장치는 관객의 지적인 호기심을 한껏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비교가 될 듯하다.1945년 경성. 클럽에서 마술사로 일하는 압둘라 리(고수)는 찻집에 앉아 있다 갑자기 안으로 뛰어 들어온 미모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안관은 각 행정 구역 최소 단위 지역의 안전과 질서를 맡아보는 민선 관리 제도가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의미로 널리 통용된다. 동네에서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에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며 대소사를 챙겨 주는 오지랖 넓고 인맥이 매끄러운 사람이다.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 2017)은 그런 정서에서 출발한 유쾌한 코미디를 표방한다. 2011년. 대전경찰서 강력계 형사 대호(이성민)는 파트너 종철과 함께 정체불명의 마약계 대부 뽀빠이의 뒤를 캐던 중 그의 ‘배달부’인 일식(정만식)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콜로설’(나초 비가론도 감독, 2017)은 제목에서 이미 ‘거대한’(Huge)이란 뜻으로 커다란 사이즈의 괴수와 로봇의 등장을 예고한다. 앤 해서웨이가 이 B급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작품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사실부터 관심을 끌지만 결론부터 내리자면 ‘소리는 요란하지만 내용물은 글쎄’에 가깝다.25년 전 서울. 공원에 있는 어린 딸을 데리러 왔던 어머니는 딸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가까운 곳에 거대한 정체불명의 괴수가 등장한 것. 현재의 뉴욕.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연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 2017)은 무겁지만 매우 흥미롭다. 변종구(최민식)는 서울 문래동 공장 노동자를 거쳐 집권 여당 새자유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현재 두 번째 서울시장을 맡고 있고, 곧 있을 지자체 선거에서 3선을 겨냥 중이다. 다음 목표는 대통령이다.그의 캠프의 본부장은 검찰 출신 2선 국회의원 심혁수(곽도원). 경쟁자는 야당의 양진주(라미란)와 무소속의 허만길. 양진주 곁에는 야무진 브레인 임민선(류혜영)이 있다. 방송국 베테랑 여기자 정제이(문소리)는 종구의 적인 듯 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문현성 감독, 2017)은 허윤미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기초로 해 예종(이선균)과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가 콤비를 이루는 코믹 액션 추리극의 형태를 띤다. 국가 고시에 장원 급제한 이서는 예문관의 임금 언행 기록 담당으로 입궐해 예종과 마주한다.숫기가 없고, 다소 어설픈 행동을 보이지만 남다른 능력이 있으니 그건 바로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외우는 집중력과 암기력이다. 이런 능력을 인정해 예종은 항상 자신의 곁 5보 안에 머물라는 특명을 내리는데 이는 사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본 특수 촬영물을 대표하는 슈퍼 센다이(전대) 시리즈 중에서도 ‘파워 레인저’는 간판이다. 미국의 사반 엔터테인먼트가 ‘공룡전대 주레인저’를 리메이크한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를 만든 데 이어 라이온스게이트가 사반을 끌어들여 7편의 극장판 ‘파워 레인저’ 시리즈를 기획하고 그 첫 번째로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2017)을 내놨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후 두 번째 시리즈 소식이 없다. 전대물의 특징은 다수가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한다는 기둥 줄거리이다. 누가 봐도 ‘어벤져스’가 유사하다는 것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매번 믿고 보게 만드는 오락 영화인데 8번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F. 게리 그레이 감독, 2017)은 팝콘 무비로서 더 이상 흠을 찾기 힘들 만큼 고른 미덕을 갖췄다. 지난 7편까지 마스터한 마니아라면 매우 버라이어티한 선물일 것이고, 단 한 편도 못 봤더라도 감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도미닉(빈 디젤)은 연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즈)와 쿠바에서 장기 휴가 중이다. 조용히 살고 싶은 그의 앞에 해킹 테러의 전설 사이퍼(샤를리즈 테론)가 나타나 자신과 손을 잡고 커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의 사랑, 그리스'(2017)는 그리스가 낳은 유명 배우이자 감독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의 두 번째 장편 연출 영화이다. 3편의 옴니버스가 말미에 하나의 플롯으로 완성되는 약간의 반전이 가미된 사랑 이야기이다. 그 저변엔 그리스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깔려 있어 매우 진지하다.‘부메랑’. 여대생 다프네는 밤길을 가던 중 괴한에게 공격을 당하지만 시리아 출신 난민 청년 파리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거리에서 행상을 하며 살아가는 파리스에게 거부감을 느끼던 다프네는 그의 순수함에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멜로 장르에서 여자 관객들의 지지를 받아 온 이윤기 감독은 새 영화 ‘어느 날’(2017)을 멜로의 ‘닭살’을 빼고 대신 판타지를 입혀 상처받은 젊은 두 영혼의 치유의 드라마로 썼다. 보험 회사 과장 강수(김남길)는 2달 전 사랑하는 아내 선화(임화영)를 잃었다.처남 영호의 독촉 전화마저 외면한 채 장례식에 불참한 이유는 남모를 그만의 고통이다. 마음을 다스려 회사로 복귀하자 팀장은 “오랫동안 내근했으니 이제 다시 외근으로 복귀하라.”라며 새 임무를 던진다. 대표이사 친구의 아들이 강원도 고성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맹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역지사지는 자신과 반대에 처한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헤아리면 생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빠는 딸’(김형협 감독, 2017)이 그렇다.아버지와 딸의 영혼(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골자로 한 코미디 겸 감동 드라마를 표방하는 아주 전형적인 틀을 지녔다. 플롯은 전혀 새로울 게 없지만 시퀀스의 디테일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상태(윤제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