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보안여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천재 시인 이상, 그리고 문학청년들의 시인부락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고 떠나며 문화촌의 명맥을 이어온 서촌 통의동 일대. 그 통의동 길, 경복궁 영추문과 마주한 거리에 흑갈색 2층의 보안여관이 있다. 영업이 종료된 2004년까지 70년 넘게, 오가는 나그네들의 보금자리였다. 새하얀 간판에 파란 고딕체의 ‘보안여관’ 이름은 그대로지만 이제 여관은 뜨내기손님 대신 이른바 문화 투숙객을 받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8일 재개봉되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는 영국 비밀정보부 출신으로 스파이 소설의 대가인 존 르 카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렛 미 인’(2008)으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연출해 스파이 장르물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는 찬사를 받았다.1973년. 영국 정보부 서커스의 국장 컨트롤(존 허트)은 은밀하게 요원 짐(마크 스트롱)을 불러 소련의 지배를 받는 헝가리의 한 장군의 망명을 도우라고 부다페스트에 보낸다. 장군이 서커스 수뇌부에 잠복한 두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상업영화의 구문론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 감독 데뷔작 ‘열혈남아’ 이외에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지만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만큼은 웬만한 흥행 감독이 부럽지 않다. ‘타락천사’(1995)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불친절한 아트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난해하다.킬러 황(리밍-여명)은 청부 살인업자다. 그의 동업자인 파트너(리자신-이가흔)는 창녀다. 둘은 함께 일한 지 155주나 됐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파트너는 황의 집을 청소한 뒤 쓰레기들을 가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패밀리 맨’(브렛 래트너 감독, 2000)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진정한 사랑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소박한 가정에서의 평범한 행복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은 듯하지만 알고 나면 꽤 깊은 울림을 준다. 1987년 런던 최고 은행의 인턴십에 합격해 출국하려는 잭(니컬러스 케이지)을 연인 케이트(티아 레오니)가 만류하지만 떠난다.2000년. 잭은 뉴욕의 큰 투자 회사의 CEO가 돼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독신의 바람둥이로서 모든 면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야근을 한 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년 전 축구 스타 펑(우멍다-오맹달)은 돈에 눈이 멀어 동료 선수 훙의 승부조작 제안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한쪽 다리에 장애를 입고 축구계를 떠난 뒤 현재 훙의 허드렛일을 해주며 감독을 꿈꾸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슈퍼컵 우승을 차지한 악마팀 구단주로서 거물이 된 훙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리를 헤매던 펑은 우연히 남루한 옷차림으로 소림 쿵후를 홍보하는 씽씽(저우싱즈-주성치)을 만나고 그의 엄청난 쿵후 실력이 축구에 접목될 경우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팀 창단을 제안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산층 부부 이자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웬 윌슨)는 14살 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10살 아들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함께 산다. 그런데 어기는 얼굴이 아주 기이한 형태로 태어나 성형수술을 무려 27번이나 받았지만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4학년까지 엄마에게 홈스쿨 교육을 받은 뒤 5학년이 돼 처음 등교한다.친절한 교장 투시먼은 자신의 이름으로 어기를 웃기며 긴장을 풀어 준 뒤 부잣집 아들 줄리언, 평범한 가정의 잭, 연예인 지망생 샬롯 등 세 친구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싱크로닉’(아론 무어헤드, 저스틴 벤슨 감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매우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특히 내내 무겁고 어두운 음향 효과가 긴장감을 더욱 북돋운다. 구급 대원 파트너인 스티브(앤써니 마키)와 데니스(제이미 도넌)는 죽마고우다. 데니스는 아내 타라와의 사이에 18살 딸 브리아나를 두고 있다.독신인 스티브는 알코올과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어느 날 뇌 송과선에서 종양이 발견된다. 6개월을 살지, 6년을 살지 모른다. 둘은 끔찍한 사망 사건의 현장에 잇달아 출동하고, 그 사고의 배경엔 모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KIST] 국책연구기관이 속속 들어서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의 요람이었던 홍릉 일대. 1969년, 홍릉 임업시험장 구내 8만 평이 넘는 너른 부지를 확보하며 완공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는 한국 최초 국가 출연으로 설립된 종합연구기관이다. 본관과 연구동, 공작동, 연구원 주거시설 등 3년에 걸친 건설은 기본적인 국가산업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한 초특급 프로젝트였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존 랫클리프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은 UFO 기록을 미국 정부가 갖고 있다며 오는 6월 발간될 보고서에 그 내용들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외계 생명체는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면 혹시 그들은 인류가 신이라고 믿어온 존재자가 아닐까?아니면 최소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동안 다양하게 제기돼온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그들이 쥐고 있는 것일까? 하나의 은하엔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런데 우주엔 최소한 1000억 개의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러사아 공사관] 덕수궁과 경향신문사 사이, 정동길을 걷다 보면 아담하고 호젓한 정동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가톨릭의 첫 수도공동체였던 정동수녀원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그리고, 당시 수녀들이 머물던 한옥과 담을 맞대고 있던 옛 러시아 공사관. 통상을 요구하는 서구 열강의 침략이 잦아지던 19세기 말 정동 일대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서구 열강의 공사관 중 동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러시아공사관이 들어섰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날씨의 아이’(2019)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근 애니메이션이다. 16살 섬 소년 호다카는 가출해 2달째 계속 비가 내리는 도쿄로 간다. 3일을 굶자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는 18살 소녀 히나가 공짜로 햄버거를 준다. 호다카는 배에서 만났던 케이스케의 작은 편집 대행사에서 숙식하며 그의 조카 나츠미와 함께 어시스트를 해 준다.호다카는 불량한 어른에게 끌려가는 히나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연히 습득한 권총을 허공에 발사한다. 그리고 큰돈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국지적으로 어느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삼일빌딩] 수도 서울에 최근 3, 4년간 고층빌딩이우후죽순으로 솟는다. 금년 11월29일 현재서울시내의 10층이상 고층건물은 모두 59동.중구 남대문로 2가 118, 지하2층 지상23층으로날씬하게 들어선 한진상사의 KAL빌딩이28일 현재 전국 기성건물로선 한국 최고층 건물...이밖에 27층의 정부청사도 최고 최대를 향해 계속 작업중.서울은 평면에서 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 동아일보 1969.11.29.탑골공원에서 남산 쪽으로 향하는 청계천 변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장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뤽 베송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칼릿 조핸슨이 맹활약한 ‘루시’나 망한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감독, 혹은 ‘택시’ 시리즈의 제작자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레옹’부터 ‘제5원소’를 그릴 법하다. 그러나 그의 시그너처는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대표작 ‘그랑 블루’(1988)다.1968년 그리스 해변 마을. 잠수에 능한 이탈리아 출신 소년 엔조가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그보다 2살 어리고 덩치도 작은 프랑스 소년 자크는 그에게 살짝 주눅이 들어있다. 자크의 홀아버지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네덜란드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챕터’(디어드릭 반 루이옌 감독, 2019)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와는 전혀 상관없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구문론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꽤 탄탄한 플롯이 색다른 재미와 완성도를 보장한다. 캐나다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마리아는 전 남편 지미에게 폭행당하는 동료 티나를 도와준다.전과자인 지미는 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나 권총을 꺼내들고 그 과정에서 마리아는 지미를 죽인다. 이 사건을 한 손님이 찍어 SNS에 올리고 전 세계의 뉴스가 보도하자 마리아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빅토리아 시대의 끝 무렵인 1898년 영국 런던. 대륙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패권 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식민지 사업으로 앞선 제국주의 영국이 가장 번성하던 때. 3국이 아프리카 대륙을 제멋대로 ‘땅따먹기’ 하던 시기다. 인도 파병 경험이 있는 군인 겸 건축가 패터슨 대령(발 킬머)이 케냐 사보강 다리 건설 책임자로 파견된다.제국의 명분은 아프리카를 구하고 노예 생활을 청산해 줄 철도 사업이라고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보다 먼저 현지 식민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인부들은 현지의 이슬람교도와 인도에서 압송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윌리엄 프리드킨이 호러의 바이블 ‘엑소시스트’(1973)로만 기억되듯 ‘베티 블루 37.2’(1986)는 프랑스 영화계 누벨 이마주의 대표 주자 장 자끄 베넥스의 일생의 역작이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배경으로 치명적인 사랑이 펼쳐지고, 때론 광기가 넘실대면서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인들의 세계가 전개되다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진다.해변가 방갈로에 얹혀사는 30살의 작가 지망 배관공 조그(장 위그 앙글라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능적이고 즉흥적인 19살 베티(베아트리스 달)와 사랑에 빠져 함께 산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75년 영국 런던. 생리학 박사 랭(톰 히들스턴)은 세계적 건축가 로열(제레미 아이언스)이 설계한 40층 고급 아파트 25층에 입주한다. 고소득층 사람만 입주할 수 있는 데다 입주 심사마저 까다로운 이곳은 따로 밖에 나갈 필요 없이 건물 내에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다채로운 서비스가 제공된다.랭은 바로 위층에 사는 아들을 둔 치명적인 미혼모 샬롯과 연인 사이가 된다. 이곳은 하층민, 중층민, 상층민 등으로 계급이 형성돼있다. 랭은 40층 펜트하우스와 옥상 정원을 소유한 로열의 부름을 받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드림걸즈’(2006)는 엠마 왓슨 주연의 ‘미녀와 야수’(2017)를 연출한 빌 콘돈 감독의 뮤지컬로 흥행과 수상 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960년대. 가수 지망생 디나(비욘세),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은 디트로이트 극장의 오디션에 참여해 눈도장을 찍지만 커티스(제이미 폭스)의 농간으로 우승을 놓친다.쇼 비즈니스계 입성을 노리는 자동차 판매원인 커티스는 그녀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직접 관리하고자 했던 것. 그는 세 명에게 스타 지미 얼리(에디 머피)의 백 보컬리스트 자리를 제안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1년 9월 11일 대폭발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자국민 보호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으로 동맹국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2003년 3월 20일 오전 바그다드 남동부 등에 미사일 폭격을 가함으로써 전쟁을 개시했다.하지만 속셈은 이라크의 원유를 확보하고, 중동 지역에서 친미 블록을 형성함으로써 정치구도를 재편하며, 미국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데 있었다. 이후 현지에 미군을 주둔시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합했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셀린 시아마 감독, 2019)은 겉으로 보면 퀴어 무비지만 알고 보면 아직도 잔존한 ‘메일 게이즈’(남성적, 이성애적인 여성의 대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더불어 여성의 자립성과 독립성을 주창하는 강렬한 테제가 빛나는 아트버스터다.18세기 프랑스 한 외딴섬. 백작 남편을 여의고 홀로 두 자매를 키우는 부인은 정략적 중매결혼으로 첫딸을 결혼시키려 하다가 잃는다. 부인은 둘째 엘로이즈(아델 에넬)를 자신의 고향 밀라노로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