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학림다방] 뮌헨 슈바빙, 가스등을 못 잊어하던 전혜린의 우울이, 민주화 거사를 모의하던 학생운동가들의 비밀스러운 밀담은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 다방으로 사랑받았으며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곳,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 바로 대학로의 “학림다방”이다. 대학로가 생기기 훨씬 오래전인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엔 다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당시엔 이곳에 개천이 흐르고 개천 위로 작은 다리가 있어 학생들은 2층 다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일도 우린 사랑하고 있을까’(저우난 감독)는 대놓고 기억을 소재로, 겨울을 배경으로 한 멜로라는 점에서 미셸 공드리 감독의 걸작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케 하는데 매우 귀엽게 시작해 ‘쿨’하게 매조지는 미덕이 돋보인다. 3년 차 회사원 페이리(리홍치)는 소심한 성격이라 사내에서 존재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IT 엔지니어이지만 택배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는 스스로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구석에 처박아 두는 공구맨’이라 부를 정도다. 미모의 시만(안젤라베이비)이 첫 출근해 고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말간 도심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보다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교통량과 함께 교통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교통사고를 당한 대다수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눈에 띄는 외상이 없거나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쁜 일상생활에서 정밀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고 이후 신속한 검진 및 치료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교통사고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교통사고는 보통 순간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만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한때 예술가로 손꼽혔지만 이젠 블록버스터 감독 이미지가 굳은 장이머우의 ‘황후화’(2006)는 모든 걸 떠나 웅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미술 하나만큼은 정말 볼 만한 사극이다. 당나라 말기. 한낱 무신이었던 황제(저우룬파)는 양나라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잡은 뒤 양의 공주를 황후(공리) 자리에 앉혔다.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원상(류예)을 둔 황제는 황후와의 사이에서 원걸(저우제룬)과 원성 두 왕자를 낳았다. 황후와 원상은 수년간 불륜 관계인데 최근 소원해졌다. 원상이 황실 주치의 장역유의 딸 소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몰 타임 크룩스’(2000)는 뛰어난 작품성과 부도덕한 사생활의 양면성을 지닌 우디 앨런 감독의 스노비즘 풍자 코미디의 보석이다. 어수룩한 은행털이 전과자 레이(우디 앨런)와 프렌치(트레이시 울만)는 가난한 부부다. 레이는 친구 3명과 공모해 은행 옆의 휴업 중인 피자집을 임차해 땅굴을 파서 은행 금고에 침입한다는 계획을 세운다.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게에 ‘선셋 제과점’이란 간판을 달고 프렌치가 직접 만든 쿠키를 판다. 의외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어 프렌치는 사촌 메이를 직원으로 채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네고시에이터’(1998)는 ‘모범 시민’,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초기 미스터리 스릴러로 꽤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니 로먼(새뮤얼 잭슨)은 12년간 인질범 협상가로 맹활약해왔고 캐런과의 신혼의 단꿈에 젖은 시카고 경찰이다.파트너 네이트에게 경찰 상해보험과 관련해 내부에서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내사과 니바움이 연루됐다는 정보를 듣는다. 한밤에 메시지를 보낸 네이트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간 대니는 총살당한 그를 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밤빛’(김무영 감독)은 상업적 구문론에 익숙한 관객에겐 대단히 불친절하거나 불편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깊이를 즐기고자 하는 관객에겐 짙은 여운이 뼛속까지 파고들 독립영화다. 오래전 아내와 헤어진 희태(송재룡)는 병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자 모든 인연을 털고 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캔다.어느 날 여름방학을 맞은 중학생 아들 민상(지대한)이 찾아오자 건조한 반복이 일상이던 그의 삶의 틈으로 한 줄기 빛이 쏟아진다. 민상이 있다고 그의 생활 패턴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평소대로 산에 오르고 계곡물에 세면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이문설농탕]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요식업 허가를 받은 오래된 식당이 있다. 1904년에 문을 열어 110년간 4대 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이문설농탕’. 이름을 알 수 없는 홍씨가 공평동에 낸 이문옥을 시작으로 2대 양씨, 3대 유원석씨, 그리고 지금의 전성근 대표가 대물림을 하고 있는 최고령 맛집이다. 초대 부통령 이시영, 국어대사전을 집필한 이희승 박사,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 그리고 한때 종로를 평정한 김두한까지... 단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언노운’(2011)은 ‘하우스 오브 왁스’, ‘오펀: 천사의 비밀’의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관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반전 액션 미스터리다. 미국의 마틴(리암 니슨) 박사는 아내 리즈(재뉴어리 존스)와 함께 생명공학정상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베를린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간다.체크인하려는 순간 서류 가방 하나가 빠진 걸 깨달은 마틴은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택시는 강에 빠지고 운전기사 지나(다이앤 크루거)가 기절한 마틴을 구해준 뒤 홀연히 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인류의 일상을 지배해온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극복되겠지만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디지털적으로 변전될 것이다.국민의 문화생활 측면에선 방송과 영화 콘텐츠 감상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제 수많은 국민은 ‘안방극장’이나 멀티플렉스 등의 한정된 장소에서의 감상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해도 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사마에게’(와드 알-카팁 감독 , 2020)는 그렇잖아도 복잡한 중동지역에서 가장 처참한 시리아의 한 여대생이 카메라를 잡기 시작해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하페즈 알 아사드가 197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시리아는 내내 아사드 집안이 다스렸다. 바샤르는 2000년 집권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이다.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중동 지역으로 옮겨가 ‘아랍의 봄’이 됐는데 시리아 역시 2011년부터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 이 작품을 이해하고 충분한 감동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54년. 연방보안관 테디(리어너도 디캐프리오)는 방화광 래디스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아내를 잃은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파트너 보안관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중범죄자 수용 정신병원 셔터 아일랜드에 간다. 감쪽같이 탈출한 여성 레이첼을 찾는 게 임무.고립된 이 섬은 선착장을 통해 배를 타는 게 유일한 탈출 수단인데 항구와 배는 철저하게 병원이 통제하고 있다. 인터뷰한 환자 컨스 부인은 뭔가 숨기는 듯하더니 은밀하게 그의 수첩에 ‘도망쳐’라고 쓴다. 그런데 책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겨우내 얼었던 얼음들이 녹기 시작한다. 서빙고를 따라 노들섬을 지나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화려한 노들섬에 비하면 밤섬은 다가갈 수 없는 무인도다. 백로가 노닐던 노들섬과 한강변 버드나무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봄인가 생각하니 아직 찬 공기가 목덜미에 앉는다. 언제나 봄은 온 듯 안 오듯 기약할 수 없다. 밤 모양 같은 밤섬에 버드나무들 사이로 오리가족이 오가며 바뀌는 계절을 알린다. 밤섬엔 사람이 언제까지 살고 있었을까? 밤섬 부군당을 생각하니 그들의 삶이 궁금 해 진다.양화대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작품성과 ‘오션스’ 시리즈의 재미를 동시에 지녔거나 혹은 그 두 가지의 장점이 약간씩 결여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문제작이다. 평단은 호평을 했지만 적지 않은 관객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주연배우의 매력만큼은 보증수표다.200여 개의 은행을 털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잭(조지 클루니)은 사기죄로 들어온 증권가의 거물 리플리의 저택에 5000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땅굴을 파 탈옥한다. 연방 보안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한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2007)은 델 토로 특유의 다크 판타지가 짙은 여운을 준다. 의사인 남편 카를로스, 에이즈에 걸린 7살 아들 시몬과 함께 사는 로라는 자신이 자랐지만 폐쇄된 보육원을 매수해 이사한 뒤 장애 아동 보호소로 꾸민다.로라는 어릴 적 기억을 찾아 지금은 기능을 잃어버린 등대 밑 해식동굴로 시몬을 데려간다. 시몬은 동굴 안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개껍질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동굴 안에서 사귄 새 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2004)도 훌륭하지만 로버트 로센 감독의 ‘알렉산더 대왕’(1957)을 비교해 음미하는 것도 절대 시간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기원전 356년 알렉산드로스가 태어난다. 그리스로부터 야만국으로 분류됐던 당시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는 왕위에 등극해 그리스의 패권을 잡게 된다.그런 그의 훌륭한 조력자가 아들 알렉산드로스. 그러나 필리포스의 권력이 커질수록 주변에 여자가 늘어나 결국 본처 올림피아스를 내치고 친척인 장군 아타로스의 조카 에우리디케를 왕비 자리에 앉힌다.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최순우 옛집] 한국 고미술의 거목 황수영, 진홍섭과 함께 개성 3걸로 불렸던 혜곡 최순우(1916~1984년) 선생이 1976년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다. 한국미의 본성을 명쾌하게 밝힌 ‘동양의 안목’, ‘심미안의 소유자’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혜곡은 미술사학자로 제4대 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하였고 한국 문화 전통과 한국의 미를 탐구, 전파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옛 문인이며 화가들이 우정을 나누고 그 흔적이 유난히 많은 성북동 그의 옛집 한옥 곳곳에는 혜곡 선생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케이퍼 무비 ‘퍼펙트 케어’(J. 블레이크슨 감독)는 번뜩이는 기획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면 재미와 완성도가 보장된다는 것을 새삼스레 입증한다. 30대 후반의 말라(로자먼드 파이크)는 케어 비즈니스 회사를 운영한다. 말은 보호가 필요한 노약자를 돌봐 준다지만 사실 비열한 사업이다.병원 의사 캐런, 요양원 원장 샘과 짜고 ‘호갱’을 골라 과장된 소견서로 ‘환자’를 요양원에 보낸 뒤 그의 전 재산을 탈탈 털어먹는 게 실상이다. 중년 남자 필드스트롬이 요양원에 들이닥쳐 어머니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일의 안녕’(훌리오 메뎀 감독, 2015)은 신파조로 나가지 않아 매우 감동적인, 삶의 의미와 방향을 묻는 영화다. 교사 마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3달 전 실직했고, 동시에 철학과 교수인 남편 라울이 여제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다.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인 외아들 다니와 함께 살고 있다.오른쪽 가슴에 멍울이 잡혀 부인과를 찾았더니 주치의 훌리오는 유방암 진단을 내린다. 다니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중 레알 마드리드 청소년팀 스카우터 아르투로를 알게 돼 대화를 나누던 중 전화를 받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과 오해, 그리고 영원한 노스탤지어인 어머니의 자궁에 대한 그리움을 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사막지대에서 라이 쿠더의 끈적끈적하고도 처연한 기타 현으로 표현한 ‘파리, 텍사스’와 영화적 모든 예술과 철학을 통해 유물론의 손을 들어준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에브리띵 윌 비 파인’(2015)은 대놓고 오즈 야스지로, 프랑수아 트뤼포,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종합을 시도한 위대한 예술가 벤더스의 비교적 쉬운 드라마다. 그는 많이 따뜻해졌고, 대중적 취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