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14일 개봉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롭 마셜 감독)는 ‘메리 포핀스’(1964)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라 속편이다. ‘시카고’로 뮤지컬 장르의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은 마셜 감독은 녹슬지 않은 솜씨와 센스를 자랑한다. 겉으론 따뜻한 가족영화를 표방하지만 의외로 의미심장해 그 값어치가 높다.전편의 1910년에서 20년 지난 영국 런던. 둘 다 1914~1918년의 제1차 세계대전을 피했지만 그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전편은 전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는 했지만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 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의 혼과 민족정신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 전 조선인에게 창씨개명과 일본어로만 소통할 것을 명령한다. 일자무식에 전과자인 판수는 조선어학회에서 일하며 우리말을 깨우친 뒤 우리말 사용을 이단시하는 아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노력한다.글로벌 시대이기에 영어는 배워야 한다. 필요에 의해 일본어에도 능숙해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국내의 일상에서 굳이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일제강점기 때 적지 않은 매국노들이 일본어 실력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5일 개봉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1982), ‘공각기동대’(1995), ‘엑스 마키나’(2015) 등과 함께 SF계의 철학 교과서로 손꼽히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이제 영화의 기술과 SF 장르의 철학은 ‘알리타’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며 어떤 전환점을 맞지 않을까? 그만큼 이 영화는 재미와 메시지와 질문을 가득 담고 있다. 표피적으로는 CG로 구현해낸 사이보그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올 초 개봉돼 278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은 대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사투리를 모으고 거기서 표준어를 정한다. 표준어는 ‘한 나라의 규범으로 인정된 말, 법으로 정한 언어 규범’이다. 그렇게 우리 선조는 올바른 우리말 지키기에 힘썼다.국립국어원은 2015년 6월 13일 ‘너무와 정말의 차이’를 묻는 한 국민의 질문에 너무를 부정 성격으로 규정했지만 15일 너무도 긍정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변경해 공표한 뒤 18일 대답을 바꿨다. 오랫동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테제가 있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면 드넓은 하늘은 물론 온 세상이 안 보일지 모르지만 하늘과 세상은 오히려 그를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버닝썬 사건’으로 이슈가 된 빅뱅 승리와 그의 소속사 수장 양현석의 대응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지난해 20대 남성 김모 씨가 이곳에서 성추행을 당한 듯한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이사 장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되레 성추행 의혹을 뒤집어썼다고 지난달 주장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MBC와 KBS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본 작가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을 실사화한 ‘알리타: 배틀 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첨단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B급 정서 가득한 로드리게즈 감독은 과연 이 디스토피아적 철학의 세계를 어떻게 구현해냈을까?300년 전 URM(화성연합공화국)의 총공세로 대추락이 발생, 마지막 공중도시 자렘과 황폐화된 지상의 고철도시만 남은 26세기의 지구. 무료로 사이보그를 치료해주는 의사 이도(크리스토프 왈츠)는 고철더미 속에서 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충청도 한적한 마을 도로변의 폐업한 한 주유소. 아내와 사별한 뒤 유일한 희망이 하와이 여행인 만덕(박인환), 그의 아들 준걸(정재영)과 남주(엄지원) 부부, 그리고 막내딸 해걸(이수경)이 살고 있다. 남주는 10년 만에 임신했고, 그래서 준걸은 조작한 교통사고 수리비에 바가지를 씌워 생활비를 번다.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 둘째 민걸(김남길)은 휴대전화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은 뒤 짐을 싸 집으로 낙향하는 중이다. 그런데 마치 자신을 마중 나온 듯한 해걸을 보고 반갑게 다가서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극장 상영용 장편영화는 사뭇 음식 같은 면이 있다. 어떤 사람은 몇 번씩 보기도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재미있냐고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다. 현재 흥행 1위인 ‘극한 직업’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유치하다고 외면하는 이도 분명히 있다. 취향과 인식의 차이다.오는 30일 개봉될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에 대한 각 매체의 양극의 반응이 그런 맥락이다. 영화 배급자나 평론가, 그리고 담당 기자는 평범한 대중에 비해 영화에 해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모두 사람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딘 라바키 감독의 영화 ‘가버나움’이 지난주 개봉됐다. 코미디 ‘극한 직업’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가버나움’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가 드라마와 다른 차원에서 취급되는 이유 중 하나는 평생 영향을 받는 ‘작품’이 꼭 존재한다는 점인데 ‘가버나움’이 그렇다는 것.혼돈의 레바논. 빈민가에서 부모와 줄줄이 딸린 동생들과 함께 사는 12살인지 13살인지 나이도 모르는 소년 자인이 주인공이다. 유독 애정이 가는 여동생 사하르의 초경을 알아챈 부모가 집주인 아들 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을 선택하려면 주인공이 도미닉 같은 폭주족(‘분노의 질주’)이 아니라 그들을 잡아들이는 뺑소니전담반 경찰이고, 독일처럼 아우토반이 있는 것도 아니며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것도 아닌 한국이 무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감독은 ‘차이나타운’ 이후 두 번째 연출이다.F1 레이서 출신 JC모터스 정재철(조정석) 회장은 경찰 수뇌부를 비롯해 정관계 곳곳에 줄을 댄 채 불법을 자행하며 부를 축적한 사업가다. 경찰 내사과장 윤지현(염정아)은 은시연(공효진) 경위와 함께 그 커넥션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75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렸던 꿈을 되살려준 ‘메리 포핀스’가 ‘메리 포핀스 리턴즈’(롭 마셜 감독)로 돌아왔다. 전편으로부터 20년이 흐른 1930년대 대공황 시대. 조지 부부는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남매 마이클(벤 위쇼)과 제인(에밀리 모티머)은 성인이 됐다.제인은 미혼이지만 은행원 마이클은 지난해 상처하고 애나벨, 존, 조지 3남매를 키운다. 일요일에 은행의 변호사가 방문한다. 아내의 치료비 등에 쓰느라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상환이 3개월째 밀리는 바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증인’은 ‘오빠 생각’(2016)으로 맥이 빠졌던 이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가장 빛낼 마스터피스가 될 듯하다. 힘 뺀 정우성과 더 빼서 더욱 강한 김향기의 서번트 증후군 연기가 두고두고 회자될 매우 재미있는 법정 드라마가 탄생했다. 미스터리 스릴에 유머와 감동까지 갖춘 작은 거인 같은 작품.‘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46살 노총각 순호는 늙은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뒤늦게 출세를 하겠다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 드디어 대표 변호사의 눈에 들어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를 잡는다. 1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장미여관 출신의 육중완이 “밴드는 연애나 결혼과 비슷해 처음에는 잘 맞지만 점점 대화가 줄어 이혼까지 가게 된다. 오래가는 밴드라면 (으레) 멤버들끼리 데면데면한데 우리는 그 조율을 하다 티격태격했고 결국 소원하게 됐다”라고 해체의 배경을 털어놨다. 지난 16일 MBC ‘라디오스타’에서다.또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음악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형과 동생으로서 만났는데 헤어지고 나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 정말 안타깝다”라며 “앞으로 동업을 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라고 향후 ‘동업’의 청사진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 12일 KBS2 ‘불후의 명곡’이 끝나자마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르씨엘의 문시온(25)이 올랐다. 15일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직후엔 걸그룹 카밀라의 한초임이 같은 현상 속에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둘 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스타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분위기는 잡았다. 일단 두 사람이 눈길을 끈 이유는 확연하게 다르다. 문시온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고 전태관과 생존한 김종진의 후광을 등에 업은 게 사실이다. 한초임은 오직 비주얼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영화 ‘왕이 될 아이’(조 코니쉬 감독)는 브리튼족 켈트인의 전설인 엑스칼리버와 아서 왕의 서사시를 모티프로 한다는 점에서 ‘킹 아서: 제왕의 검’(가이 리치 감독, 2017)보다 스케일은 좀 작지만 합목적성에 의거하면 명쾌하다. 대놓고 아이들의 환상의 세계를 겨냥한 재미와 교훈을 갖춘 성장 동화다.먼 옛날 아서 왕의 이복누이 모가나(레베카 퍼거슨)가 아서의 엑스칼리버를 탈취하지 못하고 지하세계에 봉인된다. 우더 왕이 적통 후계자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후 현재. 중학생 알렉스(루이스 서키스)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7인조 신인 아이돌그룹 플래티넘(PLT, 라엘 선민 원섭 제스 차빈 하진 헤기)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데뷔를 알렸다. 플래티넘은 타이틀곡 ‘Mad city’를 비롯해 록 ‘박자 무시하고 질러’, 발라드 ‘참 슬픈 일이야’, 슈가팝록 ‘안아줄래’ 등을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따로 없다”면서도 조심스레 방탄소년단을 거론한 플래티넘. 과연 이들은 지난 3년간의 혹독한 연습과 앨범 작업의 결실을 풍성하게 맺을 수 있을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글래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언브레이커블’(2000)과 ‘23 아이덴티티’(2007)를 매조지는 트릴로지의 마지막 영화다. 어릴 때 어머니의 학대로 인해 발현된 해리성 정체장애를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의 24개 인격의 ‘패거리’는 4명의 치어리더를 폐공장에 감금한 채 비스트를 기다린다.‘23 아이덴티티’에서 24번째 슈퍼 히어로 인격체 비스트를 완성한 뒤 ‘먹잇감’을 또 잡아들인 것. ‘감시자’로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악당들을 혼내주던 슈퍼 히어로 데이빗(브루스 윌리스)은 거리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경고 1, 영화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감독)을 보고 나면 한동안 자신의 행운 혹은 행복이 미안할 것이다. 2, 지금까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경박하거나 천박했다고 자책할 것이다. 3,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강권하는 바람에 ‘왕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볼 가치가 충분한 마스터피스다.내전이 한창인 레바논. 복잡한 도시 빈민가에서 부모와 줄줄이 딸린 동생들과 함께 사는 12살인지 13살인지 나이도 모르는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 많은 동생 중에서도 유독 바로 밑의 여동생 사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7일 첫 방송된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2: 죄와 벌’은 6.7%의 시청률로 1위에 올랐다. 기득권을 지닌 MBC ‘나쁜 형사’와 SBS ‘복수가 돌아왔다’가 압도적으로 강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대체적인 총평은 조들호 혹은 박신양의 2년 10개월 만의 귀향이 반갑다는 분위기다.전편의 17.3%의 최고 시청률에 비교하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이제 첫걸음이란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우선 시청자들이 강점으로 꼽은 건 군더더기 없이 스피디한 진행,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9일 개봉될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는 장르, 흥행 성적, 평가 내용 등을 모두 떠나 한국 영화사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고, 한국 영화인들이 레퍼런스로 삼아야 할 값어치를 지녔다. 그 이유는 국어학이나 철학 등에서나 다룰 법한 내용을 독립정신에 연결해 주체의식을 고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때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 말. 일제는 조선의 민족정신을 멸절시키기 위해 창씨개명과 조선말 금지 정책을 폭력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지식인 정환은 지하에 조선어학회를 설립해 8도의 사투리를 모으고 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