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전수정의 서울 프롬나드] 오랜만의 걸음이 어색하다. 이르다고 보긴 힘든 아침 9시 지하철은 한산했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 시국에 이제는 몸과 마음이 풀어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며 사람들은 조심 또 조심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하염없이 몰려들던 안국동 일대의 고요한 풍경도 낯설었다. 약속 시각 10시를 목전에 둔 상황이므로 부지런히 출발 지점인 조계사 우정총국을 향해 움직였다. 노상 울려 퍼졌을 불경 외는 소리가 여느 날과 날리 은은함을 넘어 웅장함을 뽐냈다. 신심으
■ 일시 : 2020. 10. 17.(토) 10:00~13:00■ 장소 : 조계사 옆 우정총국(체신기념관) 회화나무 앞(종각역2번 출구 도보 8분)■ 코스 : 조계사(보성사터) - 서울중앙교회(시천교당터) - 서인사주차장(사동궁터) - 3.1독립선언광장(태화관터) - 경인미술관(박영효집터,중성사인쇄) - 천도교중앙대교당. 수운회관 – 이종일집터(민가다헌) - 종로경찰서‧안동의원터 – 감고당인쇄소 – 의암성사(손병희)집터 – 춘암상사(박인호)집터■ 주관 : 문화지평■ 후원 : 서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오지환이 병역대체제도의 수혜를 입자 대표팀에 발탁된 배경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실제 대회 내내 그리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인 바 있다. 그 후 방탄소년단 등 국위를 선양하고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 연예스타에게도 병역대체제도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중이다.키움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하성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외국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대한의원] 창경궁로를 따라 창경궁의 후원이었던 옛 함춘원 자리. 1908년 당대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신식병원이 들어섰다. 근대의학의 분과 진료와 체계적인 의학교육, 대한의원의 시작이었다. 을사조약 후 통감부의 지휘 아래 당시 관청 건물을 담당했던 탁지부 소속의 일본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본관, 7개 병동과 의학교 등 2천 평이 넘는 초대형 의료기관으로 개원하였다. 대한의원과 같은 역사주의 건축 양식은 중앙을 강조하고 좌우를 대칭으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로그’는 B급 판타지 블록버스터 ‘솔로몬 케인’(2009)으로 국내 관객에게 알려진 마이클 J. 버세트 감독의 최신 액션 영화로 역시 B급 정서가 강하다. 샘(메간 폭스)은 뭣이든 해결해 주는 용병단체 로그에서 한 팀을 이끈다. 그녀는 납치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지사 딸 아실리아 구출 임무를 맡는다.아실리아는 남아공 특정 지역을 장악한 자람의 무장 세력 알샤바브에 잡혀있다. 자람은 불법 사업을 마음대로 펼치기 위해선 주지사를 제어해야만 하기에 그 딸을 납치한 것. 샘 일행은 침착하게 자람의 아지트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런’은 ‘서치’(2017)로 국내(2018) 관객 295만여 명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린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미혼모 다이앤이 선천적 중증 장애인 딸 클로이를 출산한 뒤 17년. 휠체어와 네블라이저에 의지하고, 많은 약을 복용하는 클로이는 워싱턴대학의 입학통보서를 기다린다.교사인 다이앤에게 잘 교육받은 이유도 있지만 클로이는 물리학, 화학 등에서 특히 돋보이는 수재다. 다이앤은 심한 당뇨병을 앓는 클로이가 저혈당이 왔을 때를 대비해 초콜릿 등을 사 온다. 그녀가 전화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이스 걸 라이크 유’(크리스 리델, 닉 리델 감독)는 요즘같이 우울한 때에 어른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가볍게 즐길 만한 로맨스물이다. 하버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루시는 금발에 미모까지 그야말로 지성과 외모를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여자다. 그런데 애인 제프는 그녀에게 얹혀산다.어느 날 제프는 루시가 섹스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이별을 통보하고 짐을 싼다. 루시는 50대 유부녀 프리실라, 30대 자유연애녀 네사, 미혼남 폴 등과 함께 쿼텟을 결성, 결혼식 등에서 연주한다. 이 동료들에게 자신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앤드류 헤클러 감독)은 1996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로렌스 카운티가 배경이지만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에게 거리낌 없이 총질을 해대는 현재와 별다를 바 없다. 영화 ‘그린 북’(2019)에서 보듯 남부는 노예 제도를 고집했던,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한 지역이다.청년 버든은 가전제품 대여업체에서 일하면서 탐이 이끄는 KKK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아인 버든에게 탐은 아버지와 다름없는 인물. 버든은 대여료가 밀린 집에 가전제품을 회수하러 갔다 초등학생 아들 프랭클린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외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할 수 있는 신체 부위 중 여성에게는 볼륨감 있고 균형 잡힌 가슴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빈약한 가슴과 모양의 불만족으로 인해 보정속옷이나 마사지 및 크림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물론, 성형을 통한 의료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가슴성형의 경우 흔히 보형물 삽입을 통한 개선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방법 중 하나인데, 최근에는 이 방법에 대한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지난 해 앨러간 보형물의 희귀암 유발 이슈에 이어 최근, 밸라젤 부작용에 대한 이슈와 함께 인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8일 개봉될 영화 ‘마리 퀴리’는 2008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 ‘페르셰폴리스’의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작품으로 몽환적이면서도 현사실적이다. 마리는 1867년 3개국이 분할 지배하던 폴란드의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압정을 겪으며 성장했다.10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17살 때부터 가정교사 등을 하며 독학했지만 당시 폴란드와 독일에서는 여자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1891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 유학했다. 수학, 물리학을 전공해 수석 졸업했을 만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1일 개봉되는 영화 ‘안티고네’는 시나리오 집필과 촬영을 직접 하는 소피 데라스페 감독의 5번째 장편이다. 그리스 신화의 가족을 위한 희생의 아이콘 안티고네와 인종차별 및 인권유린의 현실을 접목했는데 유려한 연출에 타이틀 롤 나에마 리치의 연기 솜씨의 도움이 더해 문제적 울림을 준다.아프리카 이슬람 국가 알제리에서 처참하게 부모를 잃은 뒤 캐나다로 이민 온 17살 안티고네는 불어를 못 하는 할머니, 미장원에 취업한 언니 이스메네, 지역 축구단 선수면서 18살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갱단에 소속된 큰오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대문형무소] 형무소: 범법자들의 처벌과 교화의 장소! 그러나 순전히 일제의 탄압 수단이었던 ‘서대문 형무소’ 일제 강점기, 수 천 명 독립투사들의 염원은 그렇게 좌절됐다. 을사조약 이후 국권침탈을 시작한 일제는 가장 먼저 대규모 교도시설을 만들었다. 500명이 넘는 기결수를 수용할 수 있는 근대식 목조 가옥은 당시 전국에 있던 감옥을 합한 것보다 두 배가 넘는 규모였다. 1910년 일제가 조작한 총독암살미수사건으로 체포된 105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시작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박지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내가 죽던 날’은 미스터리 형식으로 펼쳐지지만 엄청난 눈물을 유발한 뒤 상쾌한 희망의 훈풍을 불어줄 애틋하고 따뜻한 내용이다. 여고생 세진(노정의)은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사업가 아버지가 밀수로 입건된 후 사망하고 오빠는 마약 범죄로 수감돼 고아가 된다.엄마와 일찍 헤어진 아버지는 정미라는 젊은 여자와 내연의 관계였고, 그녀는 세진을 친딸처럼 다정하게 대했지만 사건 이후 잠적했다. 검찰과 경찰은 사건의 주요 증인인 세진을 ‘보호’하기 위해 전라도 외딴섬에 보낸다. 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애비규환’(최하나 감독)은 심한 참상이라는 뜻의 아비규환에 아버지라는 애비로 변전한 말장난이라 살짝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외형은 매우 코믹하면서도 내용은 의미심장한 블랙 코미디의 묵직한 심도를 뽐낸다. 21살 대학생 토일(정수정)은 가정교습을 해 주는 고3 호훈의 아이를 임신한다.대구에서 남편과 이혼한 엄마는 토일이 6살 때 지금의 남편과 재혼해 서울로 올라왔다. 한문 선생인 계부는 토일을 친딸 이상으로 애지중지 키웠다. 토일은 임신 5개월이 돼 더 이상 부른 배를 숨길 수 없자 호훈을 데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0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서울 망우1동 염광아파트에 살던 5살 소녀 최준원은 제집처럼 드나들던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집 앞 놀이터 부근에서 사라졌다. 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 실종이 아니라 ‘증발’(김성민 감독)인 이유는 그녀의 가족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이영애 주연의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 2019)는 실종 아들을 6년째 찾아 헤매는 엄마의 얘기를 그린 픽션이지만 ‘증발’은 실화라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피붙이를 잃은 가족의 고통과 상실감 이상으로 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출신 심령술사 리드는 마법서를 도둑맞은 후 자주 악몽을 꾼다. 죽은 딸 오드리를 부활시키기 위해 남편 제임스와 함께 바빌로니아의 저주받은 도시에 가서 고대 유적을 부수고 그 속에서 마법서를 찾아내지만 제임스는 죽고 자신만 살아남는 꿈.로스토브 총경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연쇄적으로 살해당하자 좌충우돌 빈민가를 쑤시고 다니며 수사를 하고, 가닌 경위가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며 조력한다. 로스토브는 피해 여성의 사체 안에서 오각성이 그려진 달걀을 발견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달 4일 개봉될 영화 ‘도굴’은 박정배 감독의 데뷔작인 데다 라인업이 엄청나게 화려하다고 하기엔 살짝 부족하긴 하지만 외형으로만 판단하면 큰코다칠 듯하다. CJ엔터테인먼트가 지난 ‘몸비시즌’ 때 텐트폴 무비들과 맞대결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로 화려하고, 재미있으며, 유쾌한 여운을 준다.흙에서 보물을 읽는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는 한 천년 사찰에서 불상을 훔친 뒤 장안동 고미술상가를 휘젓고 다닌다. 어둠의 세계에서 돈을 번 진 회장은 골동품 모으는 게 취미다. 자신의 건물 지하에 철옹성 같은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삼일로 창고극장] 쇼핑의 메카 명동, 명동성당이 보이는 삼일로 대로를 따라 퇴계로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길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덕 위에 소극장 하나가 지나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리 연극계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있는 곳이다.바로 대학로 연극시대를 열기 전, 연극의 중심지였던 명동을 40년 동안 지키고 있는 최장수 소극장, 삼일로 창고극장이다.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명동성당 인근의 2층 가정집을 개조해 ‘에저또 창고극장’이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앙상블’(정형석 감독)은 전주에 사는 세 커플의 에피소드로 펼쳐지다 마지막에 여섯 주인공이 한자리에 모여 매조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인생 얘기다. 첫 번째 에피소드. 연극 연출가 영로는 아내와 헤어진 뒤 외아들 우동과 함께 누나네 집에서 10년째 외롭게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중늙은이다.한때 영로의 조연출이었지만 이젠 그보다 더 성장한 30대 세영은 영로의 새 작품에서 기꺼이 조연출을 맡고 있다. 세영은 대놓고 영로를 책임지겠다고 프러포즈하지만 영로는 젊고 아름다우며 전도양양한 그녀에게 미안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청계천 광통교 지나니 개천의 시작인지 끝인지 물길이 보이지 않는다. 청계천 물은 어디서 오는걸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이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산들이 빼꼼이 보인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서니 눈앞에 궁궐이 보이고, 반쯤 핀 모란 같은 산은 궁궐을 감싼 듯하다. 광화문 향해 걸음을 옮기니 경복궁 뒤로 백악산이 기다린다. 왼쪽에 세 개의 봉우리 사이로 나무와 바위들이 다가서는 듯 인왕산도 가깝다. 인왕산과 백악산을 바라보며 한걸음 들어가니 경복궁 정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