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 김태균 감독이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쫓는 실제 형사의 얘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치밀하고 치열한 미스터리 심리전이다. 눈부신 액션이나 뒤통수를 때리는 맥거핀이 없음에도 강렬하다.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은 한 ‘뽕쟁이’의 주선으로 태오(주지훈)를 소개받는데 그 자리에 들이닥친 강력계 형사들이 태오를 체포하는 걸 눈앞에서 본다. 그는 최근 발생한 살인 및 시체유기 사건의 진범. 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의 순수 제작비 185억 원은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135분이란 다소 부담스러운 러닝 타임은 상업적인 색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떠오를 즈음 벌써 끝났냐는 아쉬움이 들 정도. 판타지를 제거한 현사실적 ‘반지의 제왕’과 철학을 덜어낸 ‘트로이’의 종합이라면 과찬일까?당 태종 리시민(박성웅)은 아버지를 도와 당을 건국한 뒤 2대 왕에 올라 서, 남, 북을 평정했지만 동쪽의 고구려를 제압하지 못해 체면이 구겨진 상황. 신라의 고구려가 침공하지 말도록 겁박해달라는 부탁에 고구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단군신화에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 등의 신하들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건 애초부터 우리는 농경민족이었다는 걸 상징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아울러 지상학이 발달, 만연된 이유다.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은 그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거듭된 반전극이다.조선 말기. 효명세자가 세도가 영의정 김좌근(백윤식)의 계략에 의해 요절하자 순조는 중신들에게 아들의 명당 묏자리를 묻는다. 좌근을 중심으로 뭉친 중신들과 지관들은 입을 모아 한 곳을 지목한다. 나이 어린 지관 박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가 교묘하게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은 풍자와 해학, 혹은 그걸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사회적 시비에 있다. 그걸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에서 ‘협상’(이종석 감독)은 2명의 주연배우의 캐릭터를 극대화함으로써 시나리오의 힘을 증폭시키는 영리한 제작 시스템을 발휘한다.서울 양재동 한 단독주택에서 동남아시아인 2명이 젊은 한국인 남녀를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장 정준구(이문식)가 투입되지만 영어가 서툴러 애를 먹는다. 조사관 안혁수(김상호)는 휴가 중인 미국 유학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출부 출신 김의석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장편 데뷔작 ‘죄 많은 소녀’는 최소한 문제작 반열에 오를 듯하다. 유물론과 관념론, 경험론과 합리론,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등 사람들이 살면서 모호하게 느낄 법한 경계 혹은 다름에 대한 심오한 성찰 또는 경멸을 담고 있다.여고생 경민(전소니)이 실종되자 담당 형사(유재명)는 사건 당일 경민과 함께 있었던 영희(전여빈)와 한솔(고원희)을 만나지만 진술이 달라 난감해 한다. 시내 강의 다리 위에서 경민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들은 비교적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상류사회’(변혁 감독)의 저조한 성적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인터뷰’ ‘주홍글씨’ 등의 이력을 가진 감독에 박해일과 수애의 조합은 ‘폭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폭망’까지 가진 않을 외형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이로 인해 마음 아플 사람은 투자자, 제작자, 감독 등 많겠지만 수애의 상처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최근 영화에서 여자들의 역할이 더욱 줄어든다는 불만이 많은 가운데 이 영화는 박해일로 시작해 중간 이후 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삽살개처럼 생기고, 망아지만큼 큰’ 괴물의 기록에서 영감을 얻은 허종호 감독이 쓰고 연출했다. 연산군의 폭정에 반발한 중신들이 일으킨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이 그러나 신진사류로 개혁을 꾀하다 오히려 그 훈구파의 반발을 사 위기에 몰렸던 시대다.인왕산에 물괴가 출몰한다는 괴이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도성 안의 백성들이 역병으로 줄줄이 죽어나가는 등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다. 중종(박희순)은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민심을 교란하는 것이라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쏘우’ 시리즈의 기획, 원안, 극본, 주연을 맡았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감독 리 워넬의 ‘업그레이드’는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지만 그 여운의 결이 다르고, 충격의 진폭이 이채롭다는 점에서 변별성을 갖춘다. 단순한 액션 영화로서도 재미있고, 의미와 철학이 풍부하다는 걸 깨닫는다면 더 재미있다.일상의 모든 시스템이 스마트화되고, 자율 운전 자동차가 생활화된 미래. 아내 애샤(멜라니 벨레조)는 인공 팔과 다리 등을 만드는 첨단 회사 코볼트에 다니지만 남편 그레이(로건 마샬 그린)는 부자들을 위해 아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독립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는 주변에 흔한 평범한 사람들의 각자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심리에 집중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단장의 고통을 소재로 출발해 양심과 이기심, 정의 구현과 치졸한 안정에 대해 묻는다. 여기에 살짝 미스터리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재미를 선사한다.소도시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하며 사는 중년 부부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1년 전 고1이던 아들 은찬을 잃었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간 은찬은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한 뒤 자신은 익사한 것. 1년 후 성철은 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벨기에가 자랑하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제작한 영화 ‘플래니테리엄’(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은 유럽식 예술영화치곤 비교적 쉽다. 매 시퀀스를 적당하게 받쳐주는 뛰어난 음향효과까지 분위기를 고조시켜줘 등장인물들의 감정과의 에움길마저도 편하며 전체적인 흐름과 동반하는 데 용이하다.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의 1930년대. 미국의 20대 로라(나탈리 포트만)와 10대 케이트(릴리-로즈 멜로디 뎁) 영매 자매가 교령회 공연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온다. 이를 본 유명 영화제작자 앙드레가 집으로 불러 개인적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로 슈퍼스타가 되기 직전 찍은 ‘더 보이스’(마르얀 샤트라피 감독)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걸작 ‘성스러운 피’에 코미디를 더한 굉장히 독특한 상업적 컬트 무비다. 슬래셔에 판타지를 버무린 이 코믹 호러는 장르 파괴, 혹은 ‘짬뽕’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혁명적이다.미국 작은 도시 밀턴. 욕조 생산 공장 배송팀 신참인 제리(라이언 레이놀즈)는 매우 성실하고 착한 청년으로 사내 평판이 좋다. 상사는 곧 있을 전 직원 단합대회를 준비할 팀원으로 제리를 발탁하는데 운 좋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상류사회’(변혁 감독)는 얼핏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연상되지만 미스터리란 장치를 더해 구조적으로 사뭇 결이 다른 서스펜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꾸준히 영세 상인들의 시위에 동참하던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은 어느 날 분신한 노인을 구해준다.미래그룹 산하 미래미술관 부관장인 그의 아내 수연(수애)은 미래그룹 한 회장(윤제문)의 아내인 관장 화란(라미란)과 더불어 후배인 민 실장(한주영)과의 사이에서 출세욕을 불태우는 중이다. 그러던 중 제2정당 민국당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편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 독특한 스타일로 318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후속편 제작이 확실시되는 ‘마녀’(박훈정 감독), 멜로로선 꽤 많은 260만여 명을 끌어들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는 사뭇 다른 장르지만 기억이란 공통 소재가 있다.뒤로 가면 설경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준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부터 더 멀게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올드보이’(박찬욱 감독)도 있다. 이렇듯 기억은 수많은 감독들이 플롯이나 최소한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마일22’(피터 버그 감독)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액션, 철학과 심리학이 적당하게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액션(재미)과 철학(사유)을 동시에 담아 ‘팝콘’ 취향의 관객과 지적인 유희를 즐기려는 이를 동시에 만족시킨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에서 ‘공상과학’만 뺐다.미국 정부는 군사, 외교의 사각지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비밀조직 오버워치를 은밀하게 운영 중이다. 오버워치 현장팀장 실바(마크 월버그)는 어릴 적부터 영재였지만 분노조절 장애와 강한 자기주장으로 팀원들마저도 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할리우드의 미스터리 스릴러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는 확실히 독창적이다. 막 데뷔한 감독의 나이는 이제 27살이고, 작품은 모든 장면이 PC라는 디지털 환경을 통해 구현되는 장편 상업영화의 효시다. 즉 관객은 스크린을 바라보지만 결국 주인공의 노트북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셈이다.한국계 미국인 부부 데이빗(존 조)과 파멜라(사라 손), 그리고 딸 마고(미셸 라)의 행복했던 가정. 마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며 건강을 자랑하던 파멜라가 마고의 고등학교 진학 직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집안 분위기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시리즈 사상 최고 성적을 바라보고, ‘공작’(윤종빈 감독)은 ‘구강 액션’이라는 다소 천박한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첩보 영화의 새 장을 열고 있다. 눈이 즐겁고, 귀가 호강하는 다름에도 함께 인기를 끈다는 건 관객의 수준이 높다는 증거다.‘폴아웃’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외형에 역사가 짧아 신화가 없기에 오랜 유럽의 역사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집착하는, 미국의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정서가 내면을 형성한다. 약 196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007’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파이 액션 영화는 그동안 다양한 변주를 통해 거듭났다. 누아르 스타일을 더한 ‘미션 임파서블’과 ‘본’ 시리즈도 성공했지만 로완 앳킨슨 주연의 ‘쟈니 잉글리쉬’ 같은 포복절도 시리즈도 호응을 얻어왔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수잔나 포겔 감독)는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오드리(밀라 쿠니스)는 30살 생일날 남자친구 드류(저스틴 서룩스)로부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받고 기분이 완전히 잡친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무명배우 모건(케이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제작비 190억 원, 강동원과 정우성이란 톱스타, 김지운이란 감독, 원작이 주는 무게감 등 무엇 하나 빠질 게 없었기에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영화 ‘인랑’이 손익분기점인 600만 명은커녕 100만 명에도 못 다다를 치욕을 안고 사실상 퇴장 수순을 밟고 있지만 논란은 진행 중이다.개봉을 ‘5일’ 앞둔 ‘금요일’에 ‘이례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 때부터 분위기는 수상했다. 물론 일부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있었다. 본질을 짚어보면 간단하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언론, 트레일러, 인터넷 등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릴러 영화 ‘목격자’(조규장 감독)의 특징은 시작부터 범인을 공개하는 담대함에 있다. 이런 장르의 경우 맥거핀 장치를 통해 관객을 속여 가며 궁금증을 증폭시킨 뒤 마지막에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의 충격파로 전율케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목격자’는 공포의 전이라는 높은 몰입도로 승부수를 던진다.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40대 가장 상훈(이성민)은 산자락 단지의 아파트를 장만하고 동료들에게 한턱낸 뒤 새벽 2시께 귀가한다. 아내 수진(진경)과 유치원생 딸 은지는 이미 잠든 상황. 베란다에 캔 맥주 하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은 관객에게 정치적 진실을 까발릴 것이란 점에서 충격파다. 남측 정부가 북측의 핵 보유 여부를 파악하는 데 모든 혈액을 집중하고 있던 1993년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은 육군 정보사 소령 박석영(황정민)을 대북용 공작원으로 스카우트해 흑금성이란 암호명을 붙인다.바로 자원 전역한 석영은 사업을 한답시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흥청망청 쓰는 등 통 큰 사업가로 철저하게 신분을 세탁한 뒤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간다. 북측의 여러 인물들을 접촉하며 사업가로서의 존재를 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