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던 켄 로치 감독이 83살에 내놓은 ‘미안해요, 리키’는 어쩌면 다니엘의 젊은 시절의 얘기일 수도 있겠다. 데뷔 이후 신인 배우 캐스팅과 다큐멘터리 기법의 촬영을 고수해온 연출 스타일과 노동 계급을 향한 관심이 백미를 이룬다.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노던록은행이 파산하자 건축회사를 다니던 리키는 실업자가 된다. 이후 막노동 등 안 해본 일 없이 일용직을 전전했지만 빚을 갚을 길이 없자 비정규직 택배기사가 된다. 매니저 멀로니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80년대 인기 정상의 그룹 팝의 멤버로서 잘나갔던 알렉스(휴 그랜트)는 이젠 퇴물이 된 중년이라 매니저 크리스가 잡아오는 공원 행사 무대 같은 걸로 먹고산다. 그런데 정상급 소녀 가수 코라(헤일리 베넷)가 팬이라며 신곡을 만들어 듀엣을 하자는 제의를 한다.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그는 작곡은 잘하지만 작사는 전병이라 유명 작사가를 섭외해 작업을 하는데 새로 바뀐 원예사라며 소피(드류 베리모어)가 방문한다. 작사가의 상투적인 가사에 난감한 알렉스에게 소피가 무심코 내던진 한 문장이 강하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꽤 진지한 인생의 메시지를 담은 ‘시동’(최정열 감독)의 흥행 성패 결과에 따라 강혜정 프로듀서-류승완 감독 부부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프로덕션 시스템이 큰 영향을 받을 듯하다. 전작 ‘엑시트’로 큰 재미를 본 외유내강이 그런 연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게 확실히 입증됐다.또한 ‘꼰대’와 청춘을 가르는 시금석도 될 듯하다. 이런 스타일에 ‘손발이 오글거린다’면 ‘아재’고 거리낌 없이 재미있다면 젊은이다. 서울 변두리. 배구선수 출신 홀어머니 정혜(염정아)는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쥬만지’(1995)가 게임을 시작하면 동물들이 현실에 나타났다면 ‘쥬만지: 새로운 세계’(2017)는 게이머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게 다르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제이크 캐스단 감독)은 전작을 이으면서 결론적으로는 첫째 작품으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훨씬 재미를 강화한 영리한 판타지 액션이다.전편에서 쥬만지 비디오 게임을 발견한 뒤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진탕 고생을 한 친구들은 어느새 대학 새내기가 됐다. 뉴욕 대학으로 진학한 스펜서는 한때 마사와 사귀었지만 이젠 서먹서먹해진 사이. 겨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매리’(마이클 고이 감독)가 주는 공포가 대단한 이유는 ‘곡성’, ‘샤이닝’, ‘유전’, ‘어스’ 등처럼 어떤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켜야 하는 시퀀스 때문일 것이다. 데이비드(게리 올드만)와 사라 부부는 하이틴 린지와 나이 차이가 많은 둘째 딸 매리를 키우며 산다. 낚싯배 선장인 데이비드는 일생의 숙원을 풀기 위해 배 경매장에서 매리라는 범선을 구매한다.수리비까지 26만 달러의 거금이라 은행 대출까지 받지만 그는 이 배에 손님들을 가득 싣고 큰돈을 벌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수리가 끝나자 그는 자신
[미디어파인 칼럼=전통시장 가치재조명‧관광자원화]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문화지평은 서울시의 미래유산 공모사업 일환으로 ‘시장의 가치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을 시장 3곳을 대상으로 수행한다. 1회 차는 법적으로는 두 개의 시장으로 존재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인들의 융화가 돋보이는 우리나라 건어물 유통 1번지, 건어물의 성지로 불리는 중부시장과 신중부시장의 융합체 ‘중부‧신중부시장’이다.1959년 시장 개장·2013년 서울 미래유산 지정 서울시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중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의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심리극 ‘호흡’(권만기 감독)은 매우 불편한 문제적 영화로 기록될 듯하다. 그만큼 뒤틀린 이 사회의 세태를 꼬집고 꾸짖는 호통이 날카롭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주인공들의 관계는 관객이 더 껄끄러울 듯하다.12년 전 정주(윤지혜)는 남편 태규가 10살 민구(김대건)를 유괴해 그의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낸 걸 방조했다. 5년 전 그들의 어린 아들 주환은 병사했고 둘은 이혼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태규는 얼마 전 재혼해 딸을 얻었다. 정주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알랭 샤바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산타 앤 컴퍼니’는 지금 시기에 걸맞은 가족용 코미디 영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분주한 산타클로스 마을. 완다(오드리 토투)와 함께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보낸 카드들을 체크하던 산타는 선물들을 챙기는 9만 2000명 요정들을 점검하러 산 아래 작업장으로 간다.산타는 리더 마그누스를 불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갑자기 쓰러지고, 이내 나머지 9만 1999명이 도미노처럼 기절한다. 완다와 함께 자료를 뒤진 끝에 그들에게 비타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산타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십년’은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고, 5명의 신예 감독들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다. 10년 뒤의 우울한 일본을 그리는데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플랜 75’. 정부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 안락사를 장려한다.홍보 담당 공무원 이타미는 아내 사키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사키는 치매에 걸린 친정엄마가 자꾸 밖에서 길을 잃는 문제로 골치 아파 정부의 플랜에 동참하려 하지만 이타미는 엄마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일랜드의 존 카니 감독이 ‘비긴 어게인’에 앞서 만든 ‘원스’는 눈길이 가는 멜로가 포장된 것도, 엄청나게 굴곡진 플롯으로 꾸며진 것도 아닐 만큼 시나리오는 간단하고 전개는 덤덤하다. 뮤지컬만큼 화려하지도 아닌데 그 작은 스케일에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넘치는 음악 영화이자 인생 영화다.남자(글렌 한사드)는 얼마 전 엄마가 사망하자 홀로 전자제품 수리 가게를 운영하며 사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버지에게 와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용돈을 번다. 어느 날 꽃을 파는 여자(마르게타 이글로바)가 다가와 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달 5일 재개봉되는 ‘블랙 스완’(애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나탈리 포트만의 명연기도 유명하지만 ‘백조의 호수’에서 모티프를 얻어 인간의 이중성을 스릴러로 풀어간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해 흥행도 잡은 예술 영화다.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뉴욕발레단 소속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예전부터 ‘백조의 호수’의 백조 여왕 배역을 꿈꿔왔다. 오래 그 자리를 지켜온 베쓰(위노나 라이더)가 나이가 들자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새 주인공을 발탁하려 단원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멜로 영화의 장점이 연인끼리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고, 커다란 기대도 심한 실망도 없이 적당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 단점은 파격적인 감흥은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러브 액츄얼리’는 천편일률적인 틀에서 벗어난 감동의 스테디셀러로서 오래 사랑을 받고 있다.‘라스트 크리스마스’(폴 페이그 감독)는 연말의 캐럴과 함께 즐길 만한 로맨스로서 단언컨대 ‘러브 액츄얼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스파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등으로 입증된 페이그의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바람이 차갑다. 가을의 끝인 듯 은행나무에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휘날린다. 숭례문 성벽을 따라 오르니 억새가 흔들거리며 손짓을 한다. 목멱산 백범광장에서 잠두봉과 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도성 안과 밖의 모습은 언제나 흥미롭다. 숭례문 밖 남지가 있었고, 한양도성 옛길에 남묘가 있었다. 목멱산 성곽에서 바라 본 한강은 동에서 서로 말없이 흘러간다.100여 년 전 한강 나루터는 어느새 다리가 놓여져 붐빈다. 저 멀리 한남대교에서 반포대교,동작대교와 한강대교 그리고 원효대교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겨울왕국 2’가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 작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는 2014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1000만 관객 돌파를 이룩한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된 전편 ‘겨울왕국’의 같은 기록보다 11일이나 앞선 속도다.그런데 이토록 이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관계자와 관객 역시 공존한다. ‘겨울왕국 2’의 스크린 독과점 우려는 개봉 전부터 지적되더니 개봉 다음날 ‘블랙 머니’의 정지영 감독을 포함한 한국 영화인들이 모인 ‘영화 다양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아가사 크리스티와 아서 코난 도일을 떠올리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 ‘루퍼’의 라이언 존슨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독창적인 추리 영화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 떼돈을 번 작가 할런이 85살 생일 파티를 치른 다음날 자살한 채 발견된다.할런의 노모, 딸 린다와 사위 리처드와 그들의 아들 랜섬(크리스 에반스), 며느리 조니와 그녀의 딸 메그, 아들 월트와 그의 아들 제이콥,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 가정부 프랜 등이 모두 용의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설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카라 출신 구하라(28)의 비보가 전해졌다. 경찰은 24일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가 스스로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인과 사고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한다. 고인은 지난 5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왜 유독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잦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9월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연령표준화 자살률’로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24.7명)은 O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즈니의 ‘겨울왕국 2’가 스크린을 싹쓸이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 영화는 지난 21일 63%의 상영 점유율과 7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개봉됐다. 그러자 ‘블랙 머니’의 정지영 감독을 포함한 한국 영화인들이 모인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영대위’)가 다음날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이들은 “영화의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특정 배급사나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특별한 반점을 갖고 태어난 골든리트리버 큐는 어린 소녀 치큐의 집에 임시로 위탁된다. 외동딸인 치큐는 큐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고, 그렇게 성장한 큐는 안내견 훈련사 사이먼의 세심한 훈련을 거친 뒤 맹인 리(런다화)에게 매칭(시각 장애인과 안내견의 궁합이 맞는지 보는 일종의 테스트)된다.리는 꽤 유명한 셰프였는데 방송에서 다른 셰프의 음식을 냉정하게 비판할 만큼 까칠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으면서 삶이 바뀌자 비타협적이고 불친절한 외골수로 변했다. 자신의 인생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감독)는 카 레이싱 소재의 영화로서 재미의 지평을 확장할 것이고, ‘남자 영화’로선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만큼 152분은 금세 지나가고, 흥분과 감동의 여운은 오래간다. 캐롤(맷 데이먼)은 195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하지만 심장 질환으로 은퇴한다.제2차 세계대전에 탱크 조종사로 참전했던 레이서 켄(크리스찬 베일)은 열정과 실력만큼은 당대 최고지만 까칠하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거대 자본이 결부된 모터스포츠계의 주류에서 밀려나 생계를 위해 하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교사 명국(박해준)과 간호사 정연(이영애)은 외아들 윤수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6년 전 윤수가 실종되면서부터 삶의 균형이 깨졌다. 명국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지도책 한 권 갖고 차에서 자며 전국을 돌고 정연은 태연한 척 근무하지만 시간을 쪼개 수소문하고 다닌다.명국은 윤수를 봤다는 사진이 담긴 제보를 받고 서둘러 해당 장소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더욱 어이없는 건 아이들의 장난 제보였다. 더 이상 살아갈 기운도 목적도 상실한 정연에게 시동생 부부가 저녁식사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