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감독)는 카 레이싱 소재의 영화로서 재미의 지평을 확장할 것이고, ‘남자 영화’로선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만큼 152분은 금세 지나가고, 흥분과 감동의 여운은 오래간다. 캐롤(맷 데이먼)은 195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하지만 심장 질환으로 은퇴한다.제2차 세계대전에 탱크 조종사로 참전했던 레이서 켄(크리스찬 베일)은 열정과 실력만큼은 당대 최고지만 까칠하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거대 자본이 결부된 모터스포츠계의 주류에서 밀려나 생계를 위해 하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교사 명국(박해준)과 간호사 정연(이영애)은 외아들 윤수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6년 전 윤수가 실종되면서부터 삶의 균형이 깨졌다. 명국은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지도책 한 권 갖고 차에서 자며 전국을 돌고 정연은 태연한 척 근무하지만 시간을 쪼개 수소문하고 다닌다.명국은 윤수를 봤다는 사진이 담긴 제보를 받고 서둘러 해당 장소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더욱 어이없는 건 아이들의 장난 제보였다. 더 이상 살아갈 기운도 목적도 상실한 정연에게 시동생 부부가 저녁식사를 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집 이야기’(박제범 감독)는 이 쓸쓸한 겨울의 도입부에서 집 혹은 안식처를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영화다. 더불어 가족이란 마음의 고향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슴 울컥한 동화다. 도대체 사는 게 뭔지도 모를 만큼 바쁘거나 부산하게 사는 이 삶 속에서 집과 그 집을 구성하는 가족의 의미를 질문한다.인천이 고향인 열쇠 기술자 진철(강신일)은 미자와 결혼해 은주와 은서(이유영) 자매를 낳고 아파트 한 채 장만하자는 일념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작은 단독주택 하나 겨우 샀다. 진철의 특이한 성격 탓에 미자와 은주
[미디어파인 칼럼=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지난 11월 2일 청명한 가을날 문화지평이 주관하는 2019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마지막인 10회 차가 진행됐다. 이번 답사에서는 일제 시대 창경원으로 전락했던 ‘여인의 공간 창경궁이 품은 굴욕의 역사’에 대해 역사문화와 건축‧조경 전문가인 김태휘 해설사로부터 순도 높은 해설을 들었다.창경궁은 조선왕조의 세 번째 궁궐로 건립된 것으로 세종 대왕이 아버지 태종 임금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지은 수강궁이란 궁궐이 있었다. 9대 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권투 전공 체대생 상곤(천정명)은 법대생 민정(이시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듬해 건달 두목이 된 선배 창완이 찾아와 자기 조직에 들어오라고 제안하자 상곤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철회(진이한), 태규(이하율), 상구(곽희성)도 합류시켜 달라고 청한다. 그들의 환영식이 펼쳐진다.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옆자리의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다. 미래건설 회장인 상곤의 아버지가 인맥을 활용해 그들 모두를 빼주지만 상곤은 아버지와 멀어진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상곤은 창완이 식구들이 벌어준 회사
[미디어파인 칼럼=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만초천(蔓草川). 무악재(길마재)에서 발원해 서대문사거리, 서울역, 서부역, 청파로, 원효로를 따라 흐르다 원효대교 밑에서 한강과 합수된다. 만초는 넝쿨이 무성한 풀을 말한다. 과거에는 천변에 풀이 덩굴째로 무성히 자라 일명 넝쿨내라고도 불렀다.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9회 차는 지난 10월 5일 서대문독립공원에서부터 마포종점 노래비가 서 있는 데까지 ‘끝장답사’를 했다. 끝장답사는 문화지평이 답사팀의 역사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6시간 이상 걸으면서 해설을 듣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순영(조은지)은 서울 유학 중 사귄 재구(박용우)와 결혼해 경남 사천에 귀향, 아버지의 땅에 카센터를 차려 산다. 국도변의 카센터는 인근의 리조트 공사 현장에 대형 트럭이 오가는 바람에 수입이 최악인 데다 환경마저 안 좋다. 이에 화난 재구는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 대표이사 예리에게 어필한다.순영에게 흑심을 품었던 문 사장은 그녀와 결혼해 나타난 데다 자신처럼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에게 수시로 시비를 건다. 그는 이종사촌동생인 박 순경의 공권력을 등에 업고 뭔가를 꾸미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미디어파인 칼럼=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가을 초입으로 들어설 무렵인 지난 9월 21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미술관 앞에는 부암동 일대와 백사실 계곡을 답사하기 위한 문화지평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서울 도처에서 부암동을 이르는 길은 네 갈래다. 유진상가가 있는 홍은사거리에서 세검정로를 타고 꼬불꼬불 오르거나 경복궁역에서 청운동을 거쳐 오르는 길이 있다.나머지는 불광역에서 구기터널을 지나면 정릉에서 북악터널을 지나오는 길과 만나 평창동을 거쳐 오늘 길이다. 대략 동서남북에서 한 갈래씩 길을 내서 부암동에 이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래저래, 이모저모로 어려운 요즘 같은 때에 최소 경비로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는 가성비와 접근성 최고 콘텐츠는 영화다. 인식론에 따라 체증이 내려갈 만큼 웃을 수 있는 코미디이거나 아니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는 최루물로 나뉠 텐데 ‘감쪽같은 그녀’(허인무 감독)는 후자다.2000년 부산. 경북 청송에 살던 12살 공주(김수안)가 갓난아이 진주를 업고 사회복지사 동광의 안내를 받아 72살 말순(나문희)의 빈집에 온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서 김밥을 파는 옆자리에서 직접 수놓은 손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으로 인한 직무 수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콘클라베가 소집됐다. 다섯 차례의 투표 끝에 아르헨티나 출신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3분의 2의 표를 얻어 교황으로 선출되며 이름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로부터 빌렸다.‘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유명한 거장 빔 벤더스가 연출한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5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결코 포교하려 들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9년 루벤 플레셔 감독은 우디 해럴슨(탤러해시), 제시 아이젠버그(콜럼버스), 엠마 스톤(위치타), 아비게일 브레스린(리틀록) 등을 주연으로 해 좀비를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을 패러디하며, 케케묵은 관념을 뒤집고 조롱하는 메시지를 담은 ‘좀비랜드’를 연출해 흥행과 호평의 2마리 토끼를 잡았다.좀비의 창궐로 인해 인류가 망하자 은둔형 청년 콜럼버스가 부모를 만나러 동쪽으로 가다 터프한 중년남자 탤러해시를 만나 친구가 되고, 사기꾼 자매 위치타와 리틀록과 악연 끝에 좀비와의 놀이공원 혈투를 통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이 연출한 ‘캡티브 스테이트’는 지금까지의 SF와는 차원도, 스타일도 매우 다르다. 미래적 SF 블록버스터는 오직 흥행에 주안점을 두고 스케일을 키우거나(‘트랜스포머’), 꽤나 심오한 철학을 담고자 노력(‘엘리시움’)하는 쪽으로 극명하게 양분된다.그런 이분법으로 볼 때 이 영화는 무조건 후자 쪽이다. 로치라 불리는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한 지 10년. 그들은 전 국가의 정부와 군대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이 신정부를 꾸려 통치하고 있다. 각 국민들의 몸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윤희에게’(임대형 감독)는 매우 유니크한 멜로 영화다. 한국. 윤희(김희애)는 이혼한 뒤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살아왔다. 고3 새봄은 서울로 진학할 계획이지만 남자 친구 경수(성유빈)는 계획이 없다. 윤희는 한 회사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전 남편은 술만 취하면 아파트 앞에서 윤희를 기다린다.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상대방은 윤희의 꿈을 꾼다고 했다. 윤희는 잊고 지냈던, 애써 잊으려 안간힘을 썼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회상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현실은 왜 이리 힘든지. 새봄이
[미디어파인 칼럼=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1970년대 이전 연남동은 한강변 저습지로 비가 많이 오면 상습적으로 물이 잠기는 침수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토지이용은 주로 농지로 제한됐고 주거는 판자촌이 산재된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1966년 지금의 경의선 폐선부지 왼쪽 지역이 성산토지구획정리지구로 지정되고 70년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신흥 주택지로 변모했다. 1975년 강변북로와 성산대교가 건설되고, 제방이 보수되면서 주택지로서 인기가 올라가면서 많은 중산층이 유입됐다.지금의 경의선 폐선부지 오른쪽 지역은 원래 연희동 소속이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군 복무를 면제받기 위해 고의로 발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재판 결과 입영 연기만 유죄로 인정됐던 MC몽이 최근 컴백 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과연 문제가 뭘까? MC몽은 지난 1일 군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했지만 그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그는 “(고의 발치 혐의 재판 때) 저는 김앤장이라는 거대 로펌을 고용한 적이 없다. 생니를 고의로 발치한 적이 없다. 뿌리밖에 남지 않은 치아를 발치한 것이다. 자숙하며 음악만 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300’으로 액션 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제라드 버틀러의 ‘백악관 최후의 날’(2013), ‘런던 해즈 폴른’(2016)에 이은 ‘폴른’ 시리즈의 3번째 ‘엔젤 해즈 폴른’(릭 로먼 워)이 오는 13일 개봉된다.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소재는 여전하되 존재감과 가족애란 주제의식이 강화됐다.비밀경호국 에이스 마이크는 옛 전우 웨이드가 차린 사설 용병 트레이닝 센터에서 아직 녹슬지 않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한다. 그런데 부상 후유증이 꽤 심각하다. 현재 국장이 곧 퇴직함에 따라 그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호러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샤이닝’의 속편 ‘닥터 슬립’(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오는 7일 개봉된다. 전작이 원주민의 피와 뼈로 이룩한 백인들의 제국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이번엔 존재론에 더 집중했다. 1980년 오버룩 호텔의 대니는 유령을 보는 능력 때문에 괴롭다.소설을 쓰는 그의 아버지는 이 호텔에서 광기에 휩싸여 가족들을 죽이려다 자신이 죽었다. 대니는 특별한 초능력인 샤이닝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 흑인 주방장 핼로랜의 영혼과 소통하며 그로부터 도움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신의 한 수: 귀수편’(리건 감독)은 5년 전 35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 버전이다. 전편에서 살인죄 누명을 쓰고 수감된 태석(정우성)에게 옆방의 수감자가 머리로 바둑을 두자며 노크를 한다. 태석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출소하며 그에게 이름을 묻지만 답은 없다.출소 후 관철동 주님(안성기)을 찾아간 태석이 머리로만 바둑을 두는 존재자에 대해 언급하자 “부산에 그런 수를 쓰는 자가 한 명 있는데 바로 귀수”라고 답한다. 이 영화는 그 귀수의 탄생을 그린다. 198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수출주도의 개방경제정책 대외거래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출자한 100억 원의 자본금으로 1967년 1월 개점한 외환은행은 한때 국내 최대의 상업은행으로 발전했지만 IMF 등의 경제난국을 거치면서 론스타펀드에 헐값에 넘어간 뒤 국부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블랙 머니’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웬만한 서스펜스 스릴러를 능가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탐사보도성 영화를 연출해온 정지영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는 외환은행 사태의 고발 보고서다. 2003년 다국적 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평론가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의 저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수록된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니콜라스 뢰그 감독, 1976)는 감독의 실험정신만큼이나 글램록을 대표하는 로커 겸 영화배우 데이빗 보위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본주의 미국에서 소외된 이방인을 그린다.먼 가뭄의 행성에서 아내,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타미(데이빗 보위)는 물을 구하는 임무를 띠고 ‘물의 행성’ 지구로 온다. 앞선 문명을 가진 그는 지구인이 아직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쏟아내 떼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