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팀 밀러 감독)는 재미와 철학을 동시에 갖춘 SF액션의 기념비적인 ‘터미네이터’(1984)의 6번째 얘기다. 1편에선 미래에서 온 카일 리스가 사라 코너를 구한 뒤 미래의 지도자 존을 잉태하게 하고, 2편에선 터미네이터 T-800 모델이 존과 사라를 T-1000로부터 구해줬다.스토리는 리부트돼 1998년 과테말라 해변으로 돌아간다. 존과 함께 이곳으로 도망쳐 온 사라. 그러나 101 모델이 존을 제거하는 걸 눈앞에서 목도한다. 22년 후 멕시코시티.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통인시장 정자 앞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시장을 가는 사람과 인왕산을 오르는 사람이 만나는 광장이다. 잠시 쉬어가는 정자에서 세종대왕도 만날 수 있다. 이곳 어딘가에서 600여 년 전 충녕대군이 태어났다. 궁담길 밖 이곳이 세종마을이다. 눈에 익은 마을버스도 오간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경복궁역을 지나 10분이면 수성동 계곡이다. 경복궁에서 걸어서 10분에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인왕산 정상도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청바지를 입은 사람, 넥타이를 메고 걷는 사람, 모자를 눌러 쓴 외국인까지 옥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누벨바그를 잇는 아티스트 클레어 드니는 ‘하이 라이프’를 통해 다윈(‘종의 기원’), 스탠리 큐브릭(‘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솔라리스’) 등과의 반대편에서 종의 종착역을 묻는다. 정부는 몬테(로버트 패틴슨), 딥스(줄리엣 비노쉬) 박사 등 사형수들을 태양계 밖으로 보낸다.딥스는 자식과 남편을 죽였고, 몬테는 자신의 애완견을 죽인 여동생을 죽였다. 그들의 임무는 우주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로 가 에너지를 채취해 귀환하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82년 만우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김지영(정유미)은 꿈에 그리던 취업에 성공했고, 대학 때 가슴 콩닥거렸던 선배 대현(공유)과의 결혼에 성공했지만 직장인과 아내까지가 한계였다. 여기에 엄마 역할까지 더할 순 없는 게 대한민국의 냉엄한 현실이었다. 딸 아영을 낳고 퇴직해 전업주부가 됐다.100만 부나 팔린 조남주의 소설을 김도영 감독이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남성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에서 왜 페미니즘이 필요한지 명명백백한 근거가 드러난다. 여성에 대한 상대적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말레피센트2’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판타지로 확장했다면 ‘스노우화이트’(안느 퐁텐 감독)는 ‘백설공주’를 꽤 현실적으로 구체화했다. 클레어(루 드 라쥬)는 아버지 사후 계모 모드(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호텔을 운영하며 산다. 모드는 제 연인이 클레어에게 흑심을 품은 걸 알고 살인을 교사한다.외진 숲속에서 클레어가 총살될 찰나, 때마침 멧돼지 사냥을 나온 피에르의 오발로 구조된다. 그는 쌍둥이 동생 프랑수아, 첼리스트 뱅상과 함께 사는 자기 집으로 그녀를 데려간다. 그녀는 카페에 취업해 나름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미 1983년 매스미디어가 여론을 왜곡하고, 인간의 내면세계를 지배할 수 있음을 ‘비디오드롬’을 통해 경고했다. 시빅 방송 사장 맥스(제임스 우즈)는 일정을 알려주는 비서의 모닝콜 비디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요즘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스너프 필름에 빠져있다.그는 다른 방송사의 토크쇼에 매혹적인 라디오 진행자 니키(데보라 해리), 영상으로 참여한 미디어학자 오블리비언 교수와 함께 출연한 뒤 단숨에 니키와 연인 사이가 된다. 고객들의 환상을 수입으로 바꾸는 그는 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말레피센트’(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는 마녀사냥에 대한 메시지는 줬음에도 다소 아쉬웠다면 ‘말레피센트 2’(요아킴 뢰닝 감독)는 화려한 영상과 장엄한 액션에 스토리는 확장됐고, 메시지는 지평을 넓혔다. 강을 경계로 존 왕의 인간계 얼스테드와 오로라(엘르 패닝)의 요정 세계 무어스가 공존한다.무어스에서 자꾸 요정들이 사라지는 와중에 얼스테드의 필립(해리스 딕킨슨) 왕자가 갑자기 오로라 앞에 나타나 청혼한다. 오로라는 대모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에게 이를 알리지만 달가워하지 않는다. 잉그리스(미셸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독립문] 북경으로 가는 길 서문 밖 무악재, 그 초입 중국 사신들을 맞던 모화관과 영은문이 있었다. 영은문은 조선 사기(史記)에 제일 수치스러운 일그 수치를 씻으려면 그 문만 헐어버릴 뿐 아니라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우는 것이수치를 씻을 뿐 아니라.../ 독립신문 1896.6.20.길이 10.4km의 왕복 8차선으로 경인고속도로 입구까지 이어져 서울시내 최장가로로 꼽히는 성산로, 그 기점은 바로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 일대이다. 서대문형무소와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을 이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남주의 동명 소설을 김도영 감독이 데뷔작으로 스크린에 옮긴 ‘82년생 김지영’은 원작의 논란을 넘어서 양극으로 분화된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거시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사회 공통의 현상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깃점이 될 듯하다. 지영(정유미)은 대현(공유)과 결혼해 딸 아영을 낳은 전업주부다.설날을 앞두고 대현은 제 고향에 가지 말자고 제안하지만 지영은 시어머니가 용인하겠냐며 시큰둥할 뿐이다. 시댁에서 1박2일에 걸쳐 제사상을 차린 뒤 친정으로 가려 하는데 시누이 내외가 들어온다. 시어머니가 상을 차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폴란드의 스타니슬라브 렘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솔라리스’(197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감독)와 함께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철학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소련은 머나먼 행성 솔라리스 탐사를 위해 우주정거장을 세웠다.그러던 중 탐험가 몇 명이 실종되자 당국은 생존자 베르톤을 소환한다. 그에게선 심한 쇼크에 의한 환각증상이 의심되는 황당한 진술만 나온다. 정부는 3명만 생존한 정거장에 정밀한 조사를 위해 심리학자 크리스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두 번 할까요’(박용집 감독)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서 공식처럼 흐른다. 그런 데 익숙하고 좋아하는 관객에겐 취향 저격이겠지만 다소 진지한 스타일의 관객이라면 신중해야 할 듯. 결혼 3년 된 현우(권상우)는 선영(이정현)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선영은 이혼식을 하면 그러겠노라 한다.그렇게 결혼식장에서 이혼식을 한 지 6개월 후. 현우는 직장에서 일이 술술 풀리는 중이다. 선영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1달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막 귀국하는 길인데 접촉사고를 냈다고. 현우가 현장을 정리해주고 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우리는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그 꿈은 이뤄질 수나 있는 걸까? 어쩌면 뜬구름을 잡으려 허망한 미망에 부풀어있는 것은 아닐까? ‘와일드 로즈’(톰 하퍼 감독)는 소외와 상실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허파에 허황된 바람을 불어넣는 게 아닌 가슴 뿌듯한 주의주의(강력한 의지가 우선) 영화다.20대 중반의 로즈(제시 버클리)는 1년의 복역을 마치고 귀가한다. 8살 딸 위노나와 5살 아들 라일이 있는 미혼모고 홀로된 엄마 마리온(줄리 월터스)에겐 못된 딸인 그녀는 엄마 지인의 소개로 부잣집 수잔나(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달 20일 시작돼 오는 27일까지 한 달여 공연되는 뮤지컬 ‘사랑했어요’(성남아트센터)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주인공은 르씨엘 문시온일 듯하다. 송창의, 나윤권부터 FT아일랜드의 이재진까지 쟁쟁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첫 뮤지컬임에도 돋보이는 활약으로 샛별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이 작품은 1990년 11월 1일 32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김현식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소재로 음악이란 공통분모 아래 남다른 우정을 나눈 선후배 준혁과 기철의 은주라는 한 여인을 향한 아픈 사랑을 다룬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리안 감독의 새 영화 ‘제미니 맨’은 ‘와호장룡’의 액션보다 화려하고,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감동보다 깊다. 두 작품의 철학적 깊이와 상업적 재미 사이의 고뇌를 단숨에 해결했다. DIA(국방부 정보국) 소속 51살 최정예 요원 헨리(윌 스미스)는 러시아 범죄자 도르모프 암살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낚시터에 간 그는 새로 바뀐 종업원 대니(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의 안내를 받아 바다로 나간다. 사실 낚시가 아니라 옛 전우 잭을 만나는 것. 잭은 도르모프가 테러범이 아니라 과학자라며 작전에 모종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아이언 자이언트’(브래드 버드 감독)가 20년 만에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9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버드는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로 유명한데 그의 가치는 ‘아이언 자이언트’로 인해 더욱 빛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버드가 탄생한 1957년 어느 날 시작된다.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미국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점에 메인주 록웰 마을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로봇이 불시착한다. 소년 호가드는 카페에서 일하는 미혼모 애니와 둘이 산다. 엄마의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 정상의 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가을비를 맞으며 수성동계곡에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 지나니 낮이 짧아진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도 분다. 계곡을 향하는 길목에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절기를 실감케 한다. 추분이 지나니 추어지는 날씨밖에 없다. 찬 이슬이 내리면 단풍이 들고 한로 지나 은행잎이 노랗게 되면 서리가 내린다. 자연의 섭리다. 인왕산도 가을을 준비한다.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니 순환도로다. 횡단보도를 건너 또다시 계곡를 만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금이야 한류열풍으로 전 세계의 대중예술과 문화를 쥐락펴락하는 한국이지만 20세기만 하더라도 구경꾼이었다. ‘씨받이’로 강수연에게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긴 당시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며 2002년 ‘취화선’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판소리 복서’(정혁기 감독)는 임 감독의 정신을 명확하게 꿰뚫은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진정한 보수가 뭔가 명석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재개발이 한창인 소도시 한구석의 불새 권투 체육관. UFC가 모든 격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우리는 과연 정의로운 세상에 살고 있을까? 학교와 책에서 배운 이성과 선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열두 번째 용의자’(고명성 감독)는 왜 영화의 다양성이 중요한지, 언론 등 매체의 투명한 활성화가 민주주의에서 필수인지, 과거의 청산과 올바른 역사 수업이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지 보여준다.해방된 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1953년 가을. 문인, 화가 등 예술인들이 모이는 명동의 오리엔타르 다방. 언제나 그렇듯 시인, 화가, 교수 등이 모여 저마다 사연들을 털어놓는데 일찍 거나해진 화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개봉됐다. 각 관객에 따라 해석이 다르겠지만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맥락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가 컬트에서 최고점을 찍었다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데이빗 린치 감독에 대해서는 모두 높은 평가를 내리지만 상업적 형식에 익숙한 다수 관객은 그의 영화를 외면한다. 현실과 환상이 뒤죽박죽이고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플롯은 147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경험하고 나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7월 개봉돼 8만 6712명의 관객을 동원한 미스터리 호러 ‘미드소마’(아리 애스터 감독)가 170분짜리 디렉터스컷으로 10월 3일 재개봉된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주거나 평론가들이 극찬한 영화라면 대다수 관객은 고개를 돌린다. 흥행 성적과 평가가 매우 다른 애스터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애스터는 왜 20여 분을 더 늘려 재개봉을 시도할까? 이 작품은 충분히 충격적이고 무섭다. 그런데 귀신이나 괴물이란 작위적인 장치가 개입하지 않아 더 큰 공포를 준다. 상업영화의 구문론적 문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