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 신을 만들었고,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자신이 만든 인간 형상의 독생자 예수를 도성인신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그렇다면 악마(사탄)도 체화할 수 있다는 데서 영화 ‘변신’(김홍선 감독)은 시작된다. ‘사자’와는 달리 호러 장치가 극대화된 또 다른 오컬트다.구마 사제 중수(배성우)는 소녀 지은의 구마 의식을 하다 그녀를 죽이려는 악마를 막지 못한 자책감에 시골로 들어간다. 그를 향한 악의적 소문은 함께 살던 형 강구(성동일)와 명주(장영남) 부부의 딸 선우(김혜준)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진원 감독의 데뷔작 ‘암전’은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데 가성비가 좋다는 호러영화의 목적론에 딱 부합한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 중인 감독 지망생 미정(서예지)은 피디로부터 보름 안에 기막힌 시나리오를 가져오지 못하면 영화사 대표에게 함께 해고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바짝 긴장한다.영화과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던 중 10년 전 공개돼 시사 때 관객 절반이 극장 문을 뛰쳐나가고, 한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전설의 공포영화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대전으로 간다. 대학 영화과 교수로부터 아무런 단서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섬나라인 일본은 대륙이 절실했고, 소련은 아시아 쪽 부동항이 필요했다. 중국은 대대로 한반도가 제 속주라 여겼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아시아의 전초기지로 조선을 노린 데다 소련도 견제해야 했다. 그렇게 미국과 일본은 뒷거래를 했고 조선은 강제로 점령당했다.유럽은 BC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세계 정복 이후 온갖 구실의 전쟁으로 이합집산을 겪는 동안 민족주의와 기독교의 교의를 발판 삼아 힘, 지혜, 이념을 정립한 뒤 침략의 화살을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전방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엄청난 광풍 뒤에 찾아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8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을 진행 중인데 과연 이 영화에 대한 마블 마니아들의 생각은 어떨까? 소니를 일본 기업으로 보는 건 일반화의 오류일까?‘파 프롬 홈’이 꽤 다양한 떡밥을 던진 만큼 ‘페이즈4’의 내용과 소니가 배급할 작품들의 흥행 결과에 관심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엔드 게임’ 직후 일상으로 돌아온 16살의 피터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문제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세종대왕을 폄훼하려 했는지의 속내는 오롯이 조철현 감독의 몫이지만 영화가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에선 조 감독 외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자본, 그리고 한글의 우수성으로 완성한 서사는 묻혀선 곤란할 듯하다.물론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착각 혹은 미필적 고의, 정설로 굳어진 세종의 역할의 희석, 의심의 여지가 많은 신미의 과대평가 등에 대해선 논의와 해명은 필요할 듯하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리는 세종의 백성을 아끼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재난 탈출 영화 ‘엑시트’(이상근 감독)가 개봉 이틀 만에 92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텐트 폴 시즌 최강자로 우뚝 섰다. 외형상 훨씬 웅장해 보이는 ‘사자’와 할리우드의 ‘라이언 킹’을 거뜬하게 제친 내용이 돋보인다. 다수 매체는 흥행의 비결을 ‘극한직업’과 유사한 설정과 그 입소문으로 분석한다.두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는 같지만 플롯과 서사는 재난극과 수사극이란 구분이 명확하다. 그런데 디테일에 있어서 ‘엑시트’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지키려는 생존의 몸부림을 ‘짠내’나게 그린 ‘극한직업’의 프리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난히 스릴러가 많은 이 여름 ‘룩 어웨이’(아사프 베른슈타인 감독)는 꽤 지적이면서도 충격적인 호러로 기억될 듯하다. 1968년 이후 전 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올리비아 핫세의 딸 인디아 아이슬리가 주인공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한편 충격적인 플롯이 즐길 만하다.성형외과 오너 닥터 댄과 아주 가정적인 주부 에이미의 18살 외동딸 마리아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댄은 완고하면서 완벽한 외모에 집착하는 매우 가부장적인 가장이다. 에이미는 왠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는 일본과 일촉즉발의 첨예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때 절묘하게 등장한다. 애국심을 이용해 돈을 벌자는 상술이든, 그 애국심 고취가 상투적이든 의외로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그만큼 풍성한 재미를 담고 있으며, 웅변하는 지점이 확실한 또 다른 ‘태극기 휘날리며’다.일제가 조선을 식민지화한 1910년. 두만강 중국 접경지의 청년 해철은 어린 동생과 함께 주린 배를 채우려 일본군의 월경을 돕지만 그들의 폭탄에 동생을 잃는다.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이 전국에 확산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개봉된 ‘미드소마’(아리 에스터 감독)는 흥행 성적과는 상관없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미 ‘유전’으로 에스터의 값어치를 알아본 관객들은 충분히 예상했을 법하지만 그 외의 관객에겐 거의 패닉의 입구였을 것이다. ‘유전’과 ‘미드소마’는 전혀 다른 환경과 설정이지만 맥락은 같다.'유전’은 미국 교외의 한 중산층 가정이 배경이다. 디오라마 작가 애니는 의사 스티브와 결혼해 고교생 아들 피터, 13살 딸 찰리와 함께 친정엄마 엘렌을 모시고 살다 그녀의 죽음을 맞는다. 어느 날 밤 피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할리우드 스타 룻거 하우어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75살의 나이로 떠났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다수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브루스 웨인을 배척하던 얼 이사가 연상되고, 미셸 파이퍼와 중세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펼친 ‘레이디 호크’(국내 개봉 1988년)가 인상에 남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뭐니 뭐니 해도 ‘블레이드 러너’(국내 개봉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반란 리플리컨트(복제인간)의 리더 로이일 것이다. 1982년 미국에서 개봉돼 혹평 속에 흥행에 참패했지만 20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비화를 드라마틱하게 꾸민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위세를 물리치고 개봉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개봉 전 상영금지가처분소송에 맞닥뜨리더니 개봉 후엔 역사 왜곡, ‘국뽕’ 등의 논란에 휩싸이는 몸살을 앓고 있다.일반적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의 유신들과 함께 창제한 걸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래서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거나, 은밀한 조력자가 있다는 등 여러 가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조 감독은 그중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한국의 오컬트 무비는 흥행 성적이 괜찮다. ‘검은 사제들’이 544만여 명, ‘곡성’이 687만여 명, 그리고 ‘사바하’가 239만여 명을 각각 동원했다. ‘청년경찰’로 565만여 관객을 동원한 김주환 감독의 ‘사자’는 ‘엑소시스트’(1975)에 서양식 판타지를 버무린 세련된 오컬트 미스터리 액션이다.엄마의 죽음과 맞바꿔 태어난 기구한 운명의 소년 용후는 교통경찰인 아빠와 둘이 산다. 어느 날 아빠는 음주운전 단속 중 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실려 간다. 아빠의 권유로 성당에 다니던 용후는 신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번번이 마블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를 보인 DC는 지난 4월 가족용이라는 명목의 ‘샤잠’(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을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고작 65만여 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게 503만여 명의 ‘아쿠아맨’(2018)인 DC의 수준을 확인해줬을 따름이다.샤잠은 산스크리트어의 ‘수리수리마하수리’, 즉 히브리어의 ‘아브라카다브라’ 같은 마법 주문이다. 고아 빌리는 악마들을 봉인하고 지키는 정의의 마법사의 간택을 받아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 ‘엑시트’는 신파, 빌런, 수동적 주인공이 없는 3無를 표방한다. 작위적인 최루 코드도, 개연성 없이 주인공을 괴롭혀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는 악인도, 주인공의 기적을 바라는 요행수도 없이 재난 영화로서는 매우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는데 살짝 가볍지만 꽤 재미있다.3녀1남의 막내 용남(조정석)은 대학 졸업 후 입사시험에 떨어진 지 한참 된 ‘취준생’이다. 엄마 현옥(고두심)의 칠순잔치를 집에서 꽤 떨어진 ‘구름공원’에 마련한다. 점장이 바람을 잡아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부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는 큰 틀로 보면 심각하지만 유머의 재미가 있고, 줄곧 어두운 분위기지만 낭만도 갖췄다. 기본 구조는 세종대왕(송강호)과 소헌왕후(전미선)가 중신들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 세종과 신미(박해일)의 협업과 자존심 대결, 소헌과 신미의 종교적 공감대다.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관리하는 승려 신미는 역적의 아들이다. 그가 불교에 귀의한 건 조선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발이다. 소헌 역시 친정아버지를 역모죄로 잃었다. 숭유억불의 조선에서 불심은 반정부 행위다. 하나 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우상화도, 훈민정음을 둘러싼 외전의 신화화도 아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상천지에 알리자는 프로파간다는 더더욱 아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기득권 세력의 욕심을 고발하고, 왜 민중이 스스로 깨야 하는지 한글을 매개로 웅변한다.집권 말기의 세종(송강호)은 소갈증, 안질 등 각종 질병으로 노쇠했고, 소헌왕후(전미선)는 친정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아픔을 불교를 통해 달래며 살고 있다. 조정의 중신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명나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한남대교]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인구는 550만 명으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에 속했던 지금의 강남 일대가 서울로 편입된다. 1985년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제3한강교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한남대교.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기도 한 한남대교는 강북지역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한편, 유사시 서울시민 도강용이라는, 전쟁 후 말 못 할 안보 불안감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와 한강대교(제1한강교) 폭파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나벨’(2014)로 제임스 완 사단의 총아로 부상한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새 영화 ‘사일런스’는 지적인 스릴러이자, 고급스러운 호러다. 미국 북동부에서 동굴 탐사대가 오랜 고립으로 돌연변이로 진화한 베스프들을 본의 아니게 세상에 내놓고 그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며 피해가 확산된다.뉴저지 주. 9살에 사고로 청력을 잃은 여고생 앨리(키에넌 시프카)는 부모 휴(스탠리 투치)와 켈리(미란다 오토), 남동생 주드, 외할머니, 그리고 애완견 오티스와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한밤중 이상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 단테 등 5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다양한 형태의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호러 마니아라면 장르적 탐구도 흥미로울 듯. 1. 사만다가 텅 빈 리알토 극장에 들어오자 스크린엔 야외에서 그녀의 일행이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되는 장면이 나온다.사만다는 연인 제이슨과 함께 별장까지 도망가지만 용접 마스크를 쓴 살인마는 악착같이 쫓아와 제이슨을 죽인다. 지하실로 도망친 사만다는 그곳에서 많은 시체들을 발견한 뒤 갑자기 분기탱천해 살인마를 쓰러뜨린 뒤 마스크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는 수많은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됐는데 ‘레드 슈즈’(홍성호 감독)는 아예 모티브만 빌려오고 확 다르게 변주한 애니메이션이다. 동화의 섬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발생하지만 멀린(샘 클라플린), 아더, 잭, 한스, 그리고 세쌍둥이 등의 왕자 해결사 ‘꽃세븐’이 수습한다.그들은 용을 물리치고 요정 공주를 구하지만 그녀의 추한 용모에 마녀라고 오판함으로써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의 키스를 받아야만 저주가 풀린다’는 신탁을 받고 남들이 볼 땐 초록 난쟁이로 바뀐다. 화이트 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