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4일 개봉되는 ‘그것: 두 번째 이야기’(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는 러닝타임이 무려 169분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아무래도 전편 ‘그것’을 알고 보는 게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미국의 한 시골 마을 데리는 역사적으로 화재 등 인명사고와 함께 실종자가 유독 많았다.청소년 빌은 비 오는 날 어린 동생 리치에게 종이배를 접어준다. 도로 위 물이 고인 곳에 리치가 띠운 배는 하수구에 빨려 들어간다. 형에게 혼날 것이 걱정된 리치가 하수구를 들여다보자 그 속에 페니 와이즈라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돌연변이’로 쓴맛을 봤던 권오광 감독의 절치부심한 노력이 돋보이는 강렬한 텐트폴 맥거핀 영화다. 20세기 말 국내 노름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짝귀(주진모)가 죽은 뒤 그의 아내는 식당을 운영하고, 외아들 일출(박정민)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실은 포커에 빠져있다.단골 노름판에서 무지렁이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일출의 앞에 묘한 분위기의 마돈나(최유화)가 나타나 마음을 흔든다. 그 후 일출은 이상무(윤제문)의 벤츠와 부딪쳐 시비가 붙자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그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00 Dinge’(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감독)란 간단한 원제를 굳이 장황한 한국어 제목으로 바꾼 이유는 뭐든 짧게 축약하는 현대인의 언어 습관에 대한 도전이다. 이 독일 힐링 코미디는 할리우드식 구문론에선 벗어나지만 독특한 상업성을 갖춰 의외로 재미있는 우정과 멜로의 비빔밥을 선사한다.앱 개발자 폴(핏츠)과 사업가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는 현재 IT기업을 공동 경영하고 있다. 고아와 다름없는 토니는 어릴 때부터 가족애가 남다른 폴의 부모와 한 가족처럼 자랐고 지금도 폴과 아래, 위층에 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안녕 베일리’(게일 맨쿠소 감독)는 전편 ‘베일리 어게인’에서 이든(데니스 퀘이드)의 친구로 살다 죽은 뒤 다른 개로 환생을 거듭한 끝에 결국 보스독이 돼 이든의 곁으로 돌아온 베일리의 시점에서 계속된다. 이든은 돌고 돌아 한나(마그 헬젠버그)와 가정을 꾸리고 보스독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그의 딸 글로리아(베티 길핀)와 한나의 아들 헨리 사이에서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가 태어난다. 그러나 헨리는 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글로리아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증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페인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스릴러 ‘인비저블 게스트’의 국내 리메이크를 앞두고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모디니 감독이 리메이크한 ‘인비저블 위트니스’가 오는 28일 국내 개봉된다. 승승장구하는 사업가 아드리노는 아내 소니아와 딸을 사랑하지만 유부녀 사진작가 라우라와 부적절한 관계다.그는 도시에서 떨어진 스키장 내 호텔 방에 라우라와 들어갔다 잠시 후 머리에 둔기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다. 라우라는 꽤 큰 액수의 지폐들이 널브러진 한 가운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이 들이닥친다. 창문 손잡이는 없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정지우 감독의 ‘유열의 음악앨범’은 유열은 있지만 ‘음악앨범’과는 별 상관이 없다. ‘해피 엔드’의 사랑은 있지만 욕망은 없다. ‘은교’의 시간 초월의 의지는 있지만 일탈적인 사랑은 없다. ‘건축학개론’의 추억을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과 1990년대의 히트곡이 흐르며 외로운 사람들의 갈증을 분출한다.1994년. 대학생 미수(김고은)는 죽은 어머니가 물려준 미수빵집을 피 한 방울 안 섞인 언니 은자(김국희)와 함께 운영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소년원에서 갓 출소한 교복 차림의 현우(정해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피터 잭슨이 1996년 공개한 ‘프라이트너’는 희한하게도 요즈음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과 들어맞는다. Frightener는 공갈 전문 깡패를 뜻한다. 협박성 거짓말로 순진한 국민들을 등쳐먹는 정치인, 사이비 종교인 등을 은유한다. ‘갑질’ 하는 직장 상사나 노동력을 착취해 제 배만 채우는 재벌이다.조용한 시골 페어워터 마을에서 멀쩡한 사람들이 줄지어 심정지로 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건축가였던 프랭크(마미클 J. 폭스)는 5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유령을 볼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하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광대들: 풍문조작단’(김주호 감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한 감독답게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시퀀스가 거듭될수록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의 목적론과 인식론의 진지한 대결을 풀어낸다. 조카 단종을 제거하고 즉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세조(박희순)는 여전히 불안에 떤다.세조는 아직도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민심과 단종 출산 뒤 3일 만에 눈을 감은 현덕왕후의 원귀의 허상에 시달리면서 심한 피부병까지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충절을 지키며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 사육신을 기리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분노의 질주: 홉스&쇼’(데이빗 레이치 감독)는 시리즈의 9번째다. 그만큼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의 양대 산맥 중 폴 워커는 사망했기에 당연히 브라이언은 없지만 간판인 도미닉(빈 디젤)마저 제외된 채 홉스(드웨인 존슨)와 쇼(제이슨 스타뎀)가 활약을 펼친다.첨단 과학을 앞세운 신비주의 조직 아테온은 열등 개체를 솎아낼 프로젝트를 세우고 이를 위한 슈퍼 바이러스를 개발해낸다. MI6는 그 위험성을 알고 음모를 막기 위해 아테온 런던 지부를 습격한다. 하지만 아테온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 신을 만들었고,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자신이 만든 인간 형상의 독생자 예수를 도성인신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그렇다면 악마(사탄)도 체화할 수 있다는 데서 영화 ‘변신’(김홍선 감독)은 시작된다. ‘사자’와는 달리 호러 장치가 극대화된 또 다른 오컬트다.구마 사제 중수(배성우)는 소녀 지은의 구마 의식을 하다 그녀를 죽이려는 악마를 막지 못한 자책감에 시골로 들어간다. 그를 향한 악의적 소문은 함께 살던 형 강구(성동일)와 명주(장영남) 부부의 딸 선우(김혜준)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진원 감독의 데뷔작 ‘암전’은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데 가성비가 좋다는 호러영화의 목적론에 딱 부합한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 중인 감독 지망생 미정(서예지)은 피디로부터 보름 안에 기막힌 시나리오를 가져오지 못하면 영화사 대표에게 함께 해고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바짝 긴장한다.영화과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던 중 10년 전 공개돼 시사 때 관객 절반이 극장 문을 뛰쳐나가고, 한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전설의 공포영화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대전으로 간다. 대학 영화과 교수로부터 아무런 단서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섬나라인 일본은 대륙이 절실했고, 소련은 아시아 쪽 부동항이 필요했다. 중국은 대대로 한반도가 제 속주라 여겼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아시아의 전초기지로 조선을 노린 데다 소련도 견제해야 했다. 그렇게 미국과 일본은 뒷거래를 했고 조선은 강제로 점령당했다.유럽은 BC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세계 정복 이후 온갖 구실의 전쟁으로 이합집산을 겪는 동안 민족주의와 기독교의 교의를 발판 삼아 힘, 지혜, 이념을 정립한 뒤 침략의 화살을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전방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엄청난 광풍 뒤에 찾아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80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을 진행 중인데 과연 이 영화에 대한 마블 마니아들의 생각은 어떨까? 소니를 일본 기업으로 보는 건 일반화의 오류일까?‘파 프롬 홈’이 꽤 다양한 떡밥을 던진 만큼 ‘페이즈4’의 내용과 소니가 배급할 작품들의 흥행 결과에 관심이 끌리는 건 사실이다. ‘엔드 게임’ 직후 일상으로 돌아온 16살의 피터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문제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세종대왕을 폄훼하려 했는지의 속내는 오롯이 조철현 감독의 몫이지만 영화가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에선 조 감독 외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자본, 그리고 한글의 우수성으로 완성한 서사는 묻혀선 곤란할 듯하다.물론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착각 혹은 미필적 고의, 정설로 굳어진 세종의 역할의 희석, 의심의 여지가 많은 신미의 과대평가 등에 대해선 논의와 해명은 필요할 듯하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리는 세종의 백성을 아끼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재난 탈출 영화 ‘엑시트’(이상근 감독)가 개봉 이틀 만에 92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텐트 폴 시즌 최강자로 우뚝 섰다. 외형상 훨씬 웅장해 보이는 ‘사자’와 할리우드의 ‘라이언 킹’을 거뜬하게 제친 내용이 돋보인다. 다수 매체는 흥행의 비결을 ‘극한직업’과 유사한 설정과 그 입소문으로 분석한다.두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는 같지만 플롯과 서사는 재난극과 수사극이란 구분이 명확하다. 그런데 디테일에 있어서 ‘엑시트’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지키려는 생존의 몸부림을 ‘짠내’나게 그린 ‘극한직업’의 프리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난히 스릴러가 많은 이 여름 ‘룩 어웨이’(아사프 베른슈타인 감독)는 꽤 지적이면서도 충격적인 호러로 기억될 듯하다. 1968년 이후 전 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올리비아 핫세의 딸 인디아 아이슬리가 주인공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한편 충격적인 플롯이 즐길 만하다.성형외과 오너 닥터 댄과 아주 가정적인 주부 에이미의 18살 외동딸 마리아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댄은 완고하면서 완벽한 외모에 집착하는 매우 가부장적인 가장이다. 에이미는 왠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는 일본과 일촉즉발의 첨예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때 절묘하게 등장한다. 애국심을 이용해 돈을 벌자는 상술이든, 그 애국심 고취가 상투적이든 의외로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그만큼 풍성한 재미를 담고 있으며, 웅변하는 지점이 확실한 또 다른 ‘태극기 휘날리며’다.일제가 조선을 식민지화한 1910년. 두만강 중국 접경지의 청년 해철은 어린 동생과 함께 주린 배를 채우려 일본군의 월경을 돕지만 그들의 폭탄에 동생을 잃는다.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이 전국에 확산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개봉된 ‘미드소마’(아리 에스터 감독)는 흥행 성적과는 상관없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미 ‘유전’으로 에스터의 값어치를 알아본 관객들은 충분히 예상했을 법하지만 그 외의 관객에겐 거의 패닉의 입구였을 것이다. ‘유전’과 ‘미드소마’는 전혀 다른 환경과 설정이지만 맥락은 같다.'유전’은 미국 교외의 한 중산층 가정이 배경이다. 디오라마 작가 애니는 의사 스티브와 결혼해 고교생 아들 피터, 13살 딸 찰리와 함께 친정엄마 엘렌을 모시고 살다 그녀의 죽음을 맞는다. 어느 날 밤 피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할리우드 스타 룻거 하우어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75살의 나이로 떠났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다수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브루스 웨인을 배척하던 얼 이사가 연상되고, 미셸 파이퍼와 중세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펼친 ‘레이디 호크’(국내 개봉 1988년)가 인상에 남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뭐니 뭐니 해도 ‘블레이드 러너’(국내 개봉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반란 리플리컨트(복제인간)의 리더 로이일 것이다. 1982년 미국에서 개봉돼 혹평 속에 흥행에 참패했지만 20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비화를 드라마틱하게 꾸민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위세를 물리치고 개봉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개봉 전 상영금지가처분소송에 맞닥뜨리더니 개봉 후엔 역사 왜곡, ‘국뽕’ 등의 논란에 휩싸이는 몸살을 앓고 있다.일반적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의 유신들과 함께 창제한 걸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래서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거나, 은밀한 조력자가 있다는 등 여러 가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조 감독은 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