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할리우드 스타 룻거 하우어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75살의 나이로 떠났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다수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브루스 웨인을 배척하던 얼 이사가 연상되고, 미셸 파이퍼와 중세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펼친 ‘레이디 호크’(국내 개봉 1988년)가 인상에 남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뭐니 뭐니 해도 ‘블레이드 러너’(국내 개봉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반란 리플리컨트(복제인간)의 리더 로이일 것이다. 1982년 미국에서 개봉돼 혹평 속에 흥행에 참패했지만 20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비화를 드라마틱하게 꾸민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위세를 물리치고 개봉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개봉 전 상영금지가처분소송에 맞닥뜨리더니 개봉 후엔 역사 왜곡, ‘국뽕’ 등의 논란에 휩싸이는 몸살을 앓고 있다.일반적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의 유신들과 함께 창제한 걸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래서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거나, 은밀한 조력자가 있다는 등 여러 가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조 감독은 그중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한국의 오컬트 무비는 흥행 성적이 괜찮다. ‘검은 사제들’이 544만여 명, ‘곡성’이 687만여 명, 그리고 ‘사바하’가 239만여 명을 각각 동원했다. ‘청년경찰’로 565만여 관객을 동원한 김주환 감독의 ‘사자’는 ‘엑소시스트’(1975)에 서양식 판타지를 버무린 세련된 오컬트 미스터리 액션이다.엄마의 죽음과 맞바꿔 태어난 기구한 운명의 소년 용후는 교통경찰인 아빠와 둘이 산다. 어느 날 아빠는 음주운전 단속 중 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실려 간다. 아빠의 권유로 성당에 다니던 용후는 신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번번이 마블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를 보인 DC는 지난 4월 가족용이라는 명목의 ‘샤잠’(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을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고작 65만여 명의 국내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게 503만여 명의 ‘아쿠아맨’(2018)인 DC의 수준을 확인해줬을 따름이다.샤잠은 산스크리트어의 ‘수리수리마하수리’, 즉 히브리어의 ‘아브라카다브라’ 같은 마법 주문이다. 고아 빌리는 악마들을 봉인하고 지키는 정의의 마법사의 간택을 받아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 ‘엑시트’는 신파, 빌런, 수동적 주인공이 없는 3無를 표방한다. 작위적인 최루 코드도, 개연성 없이 주인공을 괴롭혀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는 악인도, 주인공의 기적을 바라는 요행수도 없이 재난 영화로서는 매우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는데 살짝 가볍지만 꽤 재미있다.3녀1남의 막내 용남(조정석)은 대학 졸업 후 입사시험에 떨어진 지 한참 된 ‘취준생’이다. 엄마 현옥(고두심)의 칠순잔치를 집에서 꽤 떨어진 ‘구름공원’에 마련한다. 점장이 바람을 잡아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부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는 큰 틀로 보면 심각하지만 유머의 재미가 있고, 줄곧 어두운 분위기지만 낭만도 갖췄다. 기본 구조는 세종대왕(송강호)과 소헌왕후(전미선)가 중신들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 세종과 신미(박해일)의 협업과 자존심 대결, 소헌과 신미의 종교적 공감대다.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관리하는 승려 신미는 역적의 아들이다. 그가 불교에 귀의한 건 조선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발이다. 소헌 역시 친정아버지를 역모죄로 잃었다. 숭유억불의 조선에서 불심은 반정부 행위다. 하나 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우상화도, 훈민정음을 둘러싼 외전의 신화화도 아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상천지에 알리자는 프로파간다는 더더욱 아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기득권 세력의 욕심을 고발하고, 왜 민중이 스스로 깨야 하는지 한글을 매개로 웅변한다.집권 말기의 세종(송강호)은 소갈증, 안질 등 각종 질병으로 노쇠했고, 소헌왕후(전미선)는 친정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아픔을 불교를 통해 달래며 살고 있다. 조정의 중신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명나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한남대교]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인구는 550만 명으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19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에 속했던 지금의 강남 일대가 서울로 편입된다. 1985년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제3한강교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한남대교.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기도 한 한남대교는 강북지역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한편, 유사시 서울시민 도강용이라는, 전쟁 후 말 못 할 안보 불안감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와 한강대교(제1한강교) 폭파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나벨’(2014)로 제임스 완 사단의 총아로 부상한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새 영화 ‘사일런스’는 지적인 스릴러이자, 고급스러운 호러다. 미국 북동부에서 동굴 탐사대가 오랜 고립으로 돌연변이로 진화한 베스프들을 본의 아니게 세상에 내놓고 그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며 피해가 확산된다.뉴저지 주. 9살에 사고로 청력을 잃은 여고생 앨리(키에넌 시프카)는 부모 휴(스탠리 투치)와 켈리(미란다 오토), 남동생 주드, 외할머니, 그리고 애완견 오티스와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한밤중 이상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 단테 등 5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다양한 형태의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호러 마니아라면 장르적 탐구도 흥미로울 듯. 1. 사만다가 텅 빈 리알토 극장에 들어오자 스크린엔 야외에서 그녀의 일행이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되는 장면이 나온다.사만다는 연인 제이슨과 함께 별장까지 도망가지만 용접 마스크를 쓴 살인마는 악착같이 쫓아와 제이슨을 죽인다. 지하실로 도망친 사만다는 그곳에서 많은 시체들을 발견한 뒤 갑자기 분기탱천해 살인마를 쓰러뜨린 뒤 마스크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는 수많은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됐는데 ‘레드 슈즈’(홍성호 감독)는 아예 모티브만 빌려오고 확 다르게 변주한 애니메이션이다. 동화의 섬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발생하지만 멀린(샘 클라플린), 아더, 잭, 한스, 그리고 세쌍둥이 등의 왕자 해결사 ‘꽃세븐’이 수습한다.그들은 용을 물리치고 요정 공주를 구하지만 그녀의 추한 용모에 마녀라고 오판함으로써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의 키스를 받아야만 저주가 풀린다’는 신탁을 받고 남들이 볼 땐 초록 난쟁이로 바뀐다. 화이트 왕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오컬트 호러 ‘유전’의 충격 정도는 새 작품 ‘미드소마’가 가볍게 밀어낼 것이다. 심리 스릴러로 전개되다 소용돌이치듯 급변하는 플롯은 엄청나다. 뉴욕에서 대학에 다니는 대니(플로렌스 퓨)는 가족력 같은 조울증을 앓던 중 부모와 여동생 등 전 가족이 몰살하는 사고를 겪는다.그나마 4년간 사귄 남자 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이 있어 위안이 된다. 하지만 그는 자기 학문과 남자들끼리의 우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대니와는 의무적인 관계로 지내며, 이별에 대해 고민 중이다. 대니 역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스테이시 패슨 감독)는 미국 영화지만 유럽‘스럽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였지만 독립영화‘스럽다’. 숲속의 블랙우드 가문의 성에는 메리(타이사 파미가)와 콘스탄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자매가 하반신이 마비된 삼촌 줄리안을 돌보며 산다.6년 전 의문의 독극물 사건으로 부모를 잃었다. 줄리안은 음식을 조금만 먹었기에, 메리는 아버지로부터 금식의 벌을 받았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당시 콘스탄스가 요리를 했기에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무죄로 풀려났다. 마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유치하지만 웃기는 ‘위대한 소원’으로 자신의 장르를 확보한 남대중 감독의 새 영화 ‘기방도령’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다지 기발하지 않은, 많은 작가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미처 시도하지 않았던 기획에 나름의 웅변까지 담아 재미를 담보한다는 점에선 재치가 넘치고, 발전의 가능성을 보인다.전란으로 경기가 침체된 조선시대 기방 연풍각. 청년 허색(준호)은 여기서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지금은 이곳의 주인이 된 ‘이모’ 난설(예지원)의 손에 자랐다. 난설은 그를 통역관이라도 만들려 했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복잡다단한 현대에서는 진실이 애매모호하다. 때론 법과 판결이 명석판명하게 인식되지 않을 때도 있다. 양현석이 ‘내사 종결’을 예상한 것만 봐도 그런 의구심을 가질 소지가 있다. ‘진범’(고정욱 감독)은 그런 진실을 매개로 관객에게 주변에 믿을 만한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묻는 스릴러 영화다.영훈(송새벽)과 유정 부부, 준성(오민석)과 다연(유선) 부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유정은 준성의 대학 후배고, 그런 인연으로 다연이 영훈에게 유정을 소개해 결혼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유정이 변사체로 발견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는 지고의 신을 염라대왕으로 설정했다. ‘한국 신화의 제우스’인 것이다. 그런데 2편에선 대왕의 자리가 영속한 게 아니라 임명제 혹은 세습제로 바통 터치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또 원래부터 신이 아니라 세상에서 영웅적 행동을 한 사람이 죽은 뒤 신의 자리에 오른다.그리스 신화에도 그런 신이 나온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은 신의 자식이지만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디오니소스를 낳은 세멜레는 사후 신이 된다. 디오니소스는 완전한 신인데 헤라클레스는 그저 데미갓에 머무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직도 생존하고 자연을 극복하기엔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류는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특히 지도자들이 앞장서 자신들의 권위에 당위성을 주기 위해 전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문명과 신화가 발생했으며, 지적인 사고가 발달한 발칸반도는 삶의 교훈을 담아 그리스신화를 완성하고 철학으로 승화하게 된다.‘옛날 옛적에’로 시작된 가공은 어느덧 신화가 됐고, 지도자는 신의 전령으로서 인간을 다스리고 신의 명령을 전달하는 확실한 ‘왕’이 됐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은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물론 허황된 얘기라며 무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광풍에서 보듯, DC가 쉼 없이 마블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이제 관객들은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의 동화적 판타지보단 ‘어벤져스’의 우주적, 과학적 판타지에 이끌리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그 슈퍼히어로 영화의 내용엔 인간이 만든 신화, 종교, 철학, 그리고 생존에의 몸부림에서 기원한 두려움이 근간을 이룬다. 상상력이 확장된 관객들은 동화의 판타지에는 더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켄 스콧 감독)은 한국어 제목의 재미와 ‘고행 수행자의 특별한 여행’이란 원제의 브라만교적 깊이를 동시에 즐기고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영화다. 아자(다누쉬)는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시링의 혼외자로 태어난 소년이다. 사기를 친 죄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그는 엄마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수시로 묻지만 매번 “아버지는 없다”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시링은 아자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는 게 꿈이고, 그 말에 계속 세뇌되며 자란 아자는 그걸 인생의 목표로 삼
[미디어파인=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정동(貞洞)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 씨의 무덤인 정릉이 있었던 곳에서 지명이 유래한다. 신덕왕후는 이성계와 사이에 방번, 방석의 두 왕자와 경순공주를 낳았다. 방석은 정도전 등에 의해 세자로 책봉됐다. 첫째 부인 한 씨의 다섯 번째 아들인 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숙적 정도전은 물론 신덕왕후의 두 아들을 모두 제거했다.신덕왕후는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396년 방원이 일으킨 소란이 화근이 돼 병을 얻어 죽었다. 처음엔 현 주한영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