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MCU 마니아들은 판타지 세계에서 얻은 카타르시스를 통한 대리만족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런데 그걸 만드는 작가들은 꽤 용의주도하게 다수의 관객은 파악 못할 진지한 플롯을 구축한다. 있지도 않은 미국의 신화를 유럽의 신화에 더하고, 심리학과 철학을 뼈대에 곁들여 거대한 서사를 완성함으로써 진한 여운을 남긴다.‘어벤져스: 엔드게임’에 관객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일련의 긴 여정을 마감하는 결론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그동안의 대서사시에 대한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함석헌 기념관]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1901~1898). 때로는 고요하고 수줍음 잘 타는 종교사상사고 때로는 독재에 저항한 대쪽 같은 민주투사로....신문이 씨알에게 씨알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가리고 보여주지 않을 뿐 아니라씨알이 하고 싶어 못 견디는 말을입을 막고 못하게 한다 / 창간사 2011년부터 추진해온 도봉구 쌍문동의 함석헌 가옥이 기념관으로 개관했다.부족한 예산이며 유족과의 협의 등 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지난해 11월 시작된 KBS1 ‘거리의 만찬’은 ‘뉴스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진짜 세상을 못 보며, 가벼운 시사 예능에 지친 시청자를 위해 이슈 현장을 찾아 진짜 얘기를 들어보는 시사, 교양’을 표방한다. 지난 10일 방송된 ‘오버 더 레인보우’(조현웅 연출) 편은 그 캐치프레이즈처럼 매우 각별했다.제작진은 성소수자에게 마스크를 씌워 카메라 앞에 세웠고,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 등 세 진행자는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한 양성애자는 “하루하루가 나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싸워
[미디어파인=2천년 역사도시 서울 진피답사] 1910년 일제는 무력으로 대한제국을 합병하고 500년 조선왕조와 제국의 수도였던 ‘한성’을 ‘경성’이라는 한낱 식민지 도시로 전락시켰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수도가 경기도 한 도시로 편입되는 굴욕의 역사가 버젓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은 무력에 의해 국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한성은 강제합병 이전 개화기를 맞으면서 도시개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896년 11월 서대문 밖에서 독립문 정초식을 열렸고 1년 뒤 준공됐다.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의 상징성을 담은 환구단이 세워진 것도 이 무렵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독주 속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가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가운데 9일 개봉된 ‘걸캅스’(정다원 감독)가 흥행에 가세했고, 오는 15일 개봉될 ‘배심원들’(홍승완 감독)과 ‘악인전’(이원태 감독)이 반전을 노린다. 세 영화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버디무비 형태가 유사하다.버디(동료)무비란 2명의 주인공이 우정을 나누며 전체 플롯과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형식을 뜻한다. 처음엔 남자들의 동료애를 다룬 영화를 지칭했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1969)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1977)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리메이크한 동명의 작품을 즐기려면 원작과 연결 짓지 말고, 구아다니노의 이전 작품으로 구축한 선입견을 지우는 게 중요하다. 기괴한 이 작품은 ‘살인마 잭의 집’(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예술성을 강화한 컬트무비로 보면 쉽다.독일 무용계의 전설 블랑(틸다 스윈튼)이 운영하는 베를린 무용 아카데미의 무용수 패트리샤(클레이 모리츠)가 정신과 의사 클렘페러 박사를 찾아가 알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더니 일기장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5년. 천안을 중심으로 충청도 일대에서 연속해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중부 지역을 장악한 폭력조직 제우스파 두목 장동수(마동석)에겐 어릴 때 친구인 하상도(유재명)가 이끄는 조직 에이스파가 눈엣가시다. 동수는 영역 문제로 상도와 회의를 한 뒤 부하들을 보내고 직접 운전을 하며 귀가한다.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강경호(김성규)의 차가 동수의 차를 추돌한다. 범퍼가 살짝 긁힌 수준인 것을 확인하곤 경호에게 그냥 가라고 한 뒤 등을 돌린다. 그 순간 경호가 그의 등에 꽤 긴 칼을 꽂는다. 격투 끝에 경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와 스태프가 재능 기부를 하고, 각자 형편이 되는 대로 쌈짓돈을 털어 제작비에 보태 만든 독립영화 1편의 상영을 막기 위해 헬기가 뜨고 1800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1990년에 있었던 실화다. 노태우 정부는 ‘파업전야’가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시대를 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그 ‘파업전야’가 지난 1일 노동절에 ‘정식’으로 ‘재’개봉됐다. ‘파업전야’는 영화적 완성도로 보면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하지만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나치 선전 영화 ‘의지의 승리’(1934)에서 보듯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배심원들’(홍승완 감독)은 유무죄 여부와 진실을 파고드는 미스터리 형식이 여느 법정 영화와 다를 바 없지만 그 과정의 거듭된 반전이 꽤 흥미진진하고, 사회적 편견에 메스를 댄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 첫 국민참여재판이 벌어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화상으로 양손의 손가락을 잃고 노모, 여고생 딸 소라와 함께 어렵게 살던 중년의 두식이 기초수급자 자격을 따기 위해 친모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살해 도구로 쓰인 증거물 망치, 아파트 난간에서 떨어뜨리는
꽃 피고 꽃 지니 백악산은 반쯤 핀 모란 같이 아름답다곡우 지나 입하 오니 나무 새순 초록으로 울울창창하네삼춘차(三春茶) 한잔 창덕궁 지나 사색길 종묘를 걷는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에서 앞을 보니 화강암 바위들이 즐비하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바위들이 눈에 띈다. 취미대,대은암,독락정,청송당등 장동팔경첩이 바로 이곳이다. 300여 년 전 그림 무대가 펼쳐진다. 꽃들과 나무순들이 조화롭게 얽혀있다. 길을 따라 오르니 청계천 발원지 백악산과 인왕산의 골짜기다. 지네처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걸캅스’(정다원 감독)는 ‘버닝썬’ 사건 및 정준영 등 연예인의 성 관련 범죄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난 시기에 교묘한 타이밍으로 오는 9일 개봉된다. 클럽에서 여성에게 몰래 ‘물뽕’을 먹인 뒤 성폭행을 하고 그걸 찍어 인터넷에 유출한다는 설정이 2014년에 기획됐다니 경찰이 다시 보인다.10여 년 전. 여자 형사기동대 소속 미영(라미란)은 눈부신 활약으로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지철(윤상현)은 우연히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미영을 발견한 뒤 한눈에 반해 청혼한다. 둘은 결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각종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지난 2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한 극장 앞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한 남성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군중에게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과 결말을 알리는 스포일러를 하자 성난 군중이 그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네오-다다이즘적 광풍과 광신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피해자의 행위는 영화 팬으로서 매너 없는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피를 볼 만큼 때린 가해자의 물리력 행사가 정당했다고 하기도 힘들다. 물론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양수경이 4월 26~27일 이틀간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올해 첫 콘서트 ‘Smile again’을 열었다. 지난해 말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명작’을 발표하면서 가진 콘서트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녀는 자신의 많은 히트곡 및 ‘명작’ 수록곡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명작’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Q’, 태진아의 ‘옥경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 가요사에 빛나는 주옥같은 히트곡을 프로듀서 하광훈이 새롭게 편곡해 구성했다. 콘서트의 레퍼터리 역시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티브이 채널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진다. 작금에야 초창기의 광풍(狂風)이 어느 정도 가시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초기의 열기는 정말이지 대단했더랬다. 하지만 이 ‘음악 실기 오디션’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클래식이다. 동네 콩쿠르에서부터 국제 콩쿠르에 이르기까지, 예술 중학교 입학에서 음대 입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소소한(그러나 학부모들은 목숨을 거는) 자리배치(누가 앞자리에 앉느냐)에서부터 프로 오케스트라의 입단(?)에 이르기까지, 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만약 마약을 했다면 나 스스로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던 박유천의 기자회견은 결국 쇼였다. 온몸의 털을 제모하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그의 진면목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정준영 및 관련자들의 성범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승리의 파트너 유인석 씨는 성 접대를 인정했다.‘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다. 교도소에 가면 죄다 무고하다거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는 죄수투성이다. 경찰에 잡힌 용의자치고 처음부터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무조건 발뺌부터 하고 보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해피타임 스파이’(브라이언 헨슨 감독)는 멜리사 매카시가 주인공이고 제목에 ‘스파이’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폴 페이그 감독의 ‘스파이’(2015)의 속편의 냄새를 풍기지만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스파이’만큼의 재미를 기대해도 충분한 데다 담고 있는 메시지가 풍성하고 꽤 깊다.인간과 인형이 함께 사는 평화로운 LA. 탐정 사무실을 차린 전직 경찰 인형 필립스는 육감적인 인형 산드라로부터 자신을 협박하는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녀에게 날아온 편지에서 발견한 단서와 연결되는 한 섹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만곡을 깨우는 곡우(穀雨)가 지나 입하(立夏)를 향해 가는 인왕산은 곳곳이 별천지다. 24절기 6번째 청명과 입하 사이 곡우에 꽃비가 내린다. 참꽃 진달래 지고 벚꽃 꽃비 되어 휘날리니 도화가 인왕산 청계동천을 붉게 물들인다. 꽃은 피고 꽃이 지니 인왕춘화에 상춘객이 인왕산 기차바위의 주인 노릇을 한다.‘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군명신현(君明臣賢) 상하상화(上下相和)방득길운(方得吉運) 진재진명(進財振名)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 성을 메우니온갖 생물이 힘차게 자라 생육하는구나리더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버닝썬 폭행 사건은 대형 사건의 불씨였을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연예 스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저인망이었을까? 승리, 정준영, 휘성, 박유천 등 매일 양파처럼 폭로가 거듭되는 연예인이 연루된 충격적인 범죄 사건 및 혐의 등에 관한 뉴스는 대중의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그들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 입사한 소위 중간 이상 계층의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나 그걸 통해 쌓은 실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
[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미쉐린가이드가 사랑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평양냉면 집 중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곳을 찾는 여정의 마지막 시간이다. 강북권 사대문 밖에 위치한 정인면옥과 빕구르망을 받진 못했지만 가장 근접해 있는 을밀대, 그리고 3회에 걸친 평양냉면 투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해단식’(?)을 서경도락에서 가졌다.이번 평냉 투어는 지난 18일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오전 11시 일찌감치 시작했다. 이 곳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 여름 냉면 성수기 때는 11시 30분만 되도 줄을 길게 늘어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영화다. 소외된 장애인끼리 상부상조하며 나름대로 유쾌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내일도 그려보는 내용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동병상련이라기보다는 끈끈한 형제애고 동지의식이라 상큼하다.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16살 장애인 세하(신하균)는 엄마를 잃고 오촌 당숙의 집에서 자라지만 이내 장애 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책임의 집’에 맡겨진다. 세하는 자신보다 덩치는 크지만 3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