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각종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지난 2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의 한 극장 앞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한 남성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군중에게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과 결말을 알리는 스포일러를 하자 성난 군중이 그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네오-다다이즘적 광풍과 광신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피해자의 행위는 영화 팬으로서 매너 없는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피를 볼 만큼 때린 가해자의 물리력 행사가 정당했다고 하기도 힘들다. 물론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양수경이 4월 26~27일 이틀간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올해 첫 콘서트 ‘Smile again’을 열었다. 지난해 말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명작’을 발표하면서 가진 콘서트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녀는 자신의 많은 히트곡 및 ‘명작’ 수록곡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명작’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Q’, 태진아의 ‘옥경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 가요사에 빛나는 주옥같은 히트곡을 프로듀서 하광훈이 새롭게 편곡해 구성했다. 콘서트의 레퍼터리 역시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오디션 프로그램이 티브이 채널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진다. 작금에야 초창기의 광풍(狂風)이 어느 정도 가시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초기의 열기는 정말이지 대단했더랬다. 하지만 이 ‘음악 실기 오디션’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클래식이다. 동네 콩쿠르에서부터 국제 콩쿠르에 이르기까지, 예술 중학교 입학에서 음대 입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소소한(그러나 학부모들은 목숨을 거는) 자리배치(누가 앞자리에 앉느냐)에서부터 프로 오케스트라의 입단(?)에 이르기까지, 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만약 마약을 했다면 나 스스로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던 박유천의 기자회견은 결국 쇼였다. 온몸의 털을 제모하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그의 진면목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정준영 및 관련자들의 성범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승리의 파트너 유인석 씨는 성 접대를 인정했다.‘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이 있다. 교도소에 가면 죄다 무고하다거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는 죄수투성이다. 경찰에 잡힌 용의자치고 처음부터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무조건 발뺌부터 하고 보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해피타임 스파이’(브라이언 헨슨 감독)는 멜리사 매카시가 주인공이고 제목에 ‘스파이’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폴 페이그 감독의 ‘스파이’(2015)의 속편의 냄새를 풍기지만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스파이’만큼의 재미를 기대해도 충분한 데다 담고 있는 메시지가 풍성하고 꽤 깊다.인간과 인형이 함께 사는 평화로운 LA. 탐정 사무실을 차린 전직 경찰 인형 필립스는 육감적인 인형 산드라로부터 자신을 협박하는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녀에게 날아온 편지에서 발견한 단서와 연결되는 한 섹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만곡을 깨우는 곡우(穀雨)가 지나 입하(立夏)를 향해 가는 인왕산은 곳곳이 별천지다. 24절기 6번째 청명과 입하 사이 곡우에 꽃비가 내린다. 참꽃 진달래 지고 벚꽃 꽃비 되어 휘날리니 도화가 인왕산 청계동천을 붉게 물들인다. 꽃은 피고 꽃이 지니 인왕춘화에 상춘객이 인왕산 기차바위의 주인 노릇을 한다.‘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군명신현(君明臣賢) 상하상화(上下相和)방득길운(方得吉運) 진재진명(進財振名)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 성을 메우니온갖 생물이 힘차게 자라 생육하는구나리더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버닝썬 폭행 사건은 대형 사건의 불씨였을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연예 스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저인망이었을까? 승리, 정준영, 휘성, 박유천 등 매일 양파처럼 폭로가 거듭되는 연예인이 연루된 충격적인 범죄 사건 및 혐의 등에 관한 뉴스는 대중의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그들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 입사한 소위 중간 이상 계층의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나 그걸 통해 쌓은 실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
[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미쉐린가이드가 사랑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평양냉면 집 중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곳을 찾는 여정의 마지막 시간이다. 강북권 사대문 밖에 위치한 정인면옥과 빕구르망을 받진 못했지만 가장 근접해 있는 을밀대, 그리고 3회에 걸친 평양냉면 투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해단식’(?)을 서경도락에서 가졌다.이번 평냉 투어는 지난 18일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오전 11시 일찌감치 시작했다. 이 곳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 여름 냉면 성수기 때는 11시 30분만 되도 줄을 길게 늘어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영화다. 소외된 장애인끼리 상부상조하며 나름대로 유쾌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내일도 그려보는 내용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동병상련이라기보다는 끈끈한 형제애고 동지의식이라 상큼하다.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16살 장애인 세하(신하균)는 엄마를 잃고 오촌 당숙의 집에서 자라지만 이내 장애 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책임의 집’에 맡겨진다. 세하는 자신보다 덩치는 크지만 3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르크스는 ‘가치란 오로지 노동을 통해서만 창출된다’라는 노동가치론의 기치를 드높였다. 그의 이론의 모순이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재’에 있다면 역사에 근거할 때 스탈린의 왜곡에 의해 일부 입증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마르크스의 역사적, 이념적, 철학적, 경제적 영향은 지대하다.‘파업전야’는 독립영화임에도 이은기, 이재구, 장동홍, 장윤현 등 무려 4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쉽게도 연출은 거칠고, 연기는 빈틈이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건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tvN 월화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의 인기의 중심은 아무래도 이안(박진영, 21살)과 윤재인(신예은, 21살)의 사랑이 비극일지, 축복일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더불어 검사 강성모(김권, 31살)와 형사 은지수(다솜, 31살) 사이를 오가는 팽팽한 긴장과 미스터리가 재미를 더해준다.안은 8살 때 화재사고로 부모를 잃었고, 성모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17살에 다시 그를 만나 친형제처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상대방과 피부를 접촉하면 그의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 12일 오후 6시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는 사전 예약 판매 첫날부터 11일까지 한 달째 아마존 시디&바이닐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유통사 드림어스컴퍼니에 따르면 11일까지 선 주문량은 302만 1822장이었다.방탄소년단은 13일(현지 시각) 미국 NBC 코미디쇼 ‘Saturday Night Live’에서의 컴백 무대를 시작으로 현지 프로모션을 돈다.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류츠신의 동명 SF 소설을 궈판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유랑지구’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 ‘인터스텔라’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꽤 많은 수작들이 연상되면서도 스케일을 확장한 중국의 배포가 두드러지는 재난 영화다. 중국 특유의 과장만 감안하면 꽤 재미있고 탄탄한 비주얼과 서사를 보장받는다.태양이 노화로 인해 팽창함에 따라 지구 기온은 영하 70도로 낮아지고 300년 후엔 태양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미래. 전 세계는 연합정부를 구성한 뒤 지하 5km 밑에 도시를 건설해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1만 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헬보이’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2004),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와는 별개로 닐 마셜 감독이 리부트 한 새 버전으로 다크호스 코믹스가 마블과 DC에 던지는 도전장이다.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해 자신만의 ‘미뇰라버스’라는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6세기. 블러드 퀸이라 불리는 마녀의 수장 니무에(밀라 요보비치)가 역병을 퍼뜨려 브리튼이 멸망하기 직전, 아서 왕은 마법사 멀린과 함께 착한 마녀 가네다의 도움으로 거짓 항복하는 척 니무에에 접근해 엑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다시, 봄’(정용주)은 외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하루하루를 과거로 향해 사는 게 소재다. 이 판타지를 미스터리로 풀어나가는 수축과 이완의 솜씨가 유려하고, 얽히고설킨 플롯의 구조 역시 꽤 탄탄하다. 향후 주목해볼 만한 감독의 탄생이다.신문기자 은조(이청아)는 소중한 외동딸 예은(박세이)을 한 치매 노인의 손에 의해 잃는다. 재판부는 정상참작으로 노인을 풀어주고, 은조는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지만 세상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만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아담스 기념관] 개화기 시절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모자로 시작된 한국 감리교는 인천, 서울에 이어 1890년대에 수원 선교를 시작했다.수원 출신의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 등이 설립한 수원 첫 근대 사립학교인 삼일학교는 교회부설 15명의 학생들로 시작돼 수원 사립 명문으로 성장한 곳이다.총 길이 5.7킬로미터, 면적 1.2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 화성과 팔달문 등 4대문을 위시해 여전히 수 십 개의 주요 시설물이 보존돼있는 조선 정조 때의 역작이다. 그중 화성 북쪽의 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미성년’(김윤석 감독)과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은 과연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뭣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법은 매년 1월 1일부터 한국 나이로 20살에게 술과 담배를 허용하니 사회적 분위기로는 그때부터 성인이다. 하지만 두 영화는 그런 단순한 숫자를 떠나 인식론적으로 깊다.‘미성년’. 50살 안팎의 중산층 유부남 대원은 36살 미혼모 미희와 바람이 났다. 그들에겐 각 각 같은 여고 2년 외동딸 주리와 윤아가 있다. 미희가 만삭인지라 윤아는 진작부터 둘의 관계를 알았고, 주리도 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 ‘궁민남편’이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해당 심사위원회는 ‘5명의 출연자가 남편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자아를 깨우는 과정에 주목했다’며, ‘다섯 남편들의 일탈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전했다’라고 시상의 배경을 설명했다.사실 이 프로그램은 별로 새로울 게 없다. 다섯 유부남이 모여 여행을 떠나 먹고 즐긴다거나(‘1박2일’), 큰소리를 치면서도 막상 서툰 육아로 애를 먹는(‘슈퍼맨이 돌아왔다’) 내용이다. 다른 예능처럼 게스트도 초대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은 영어 제목이 ‘Another Child’다.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청소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어른 셋, 그런 어른 밑에서 일찍 철이 들어버린 청소년 둘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듯하지만 혼란스러운 고밀도의 심리 상태에 빠져든 그들을 통해 현대인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여고 2학년 주리(김혜준)가 덕향식당 창밖에서 서성대며 내부를 훔쳐본다. 눈이 마주친 주인 미희(김소진)가 나오자 주리는 뒷걸음질 치다 넘어진다. 때마침 귀가한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가 의아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인 생과 사, 부부관계, 가족관계 등을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낸 휴먼 드라마다. 잔잔한 시냇물처럼 흘러가다 물살이 조금 센 강물로 증폭되더니 험한 파도 같은 감정의 출렁임을 유도한 뒤 결국 ‘인생은 다 그렇고 그런 것’으로 매조진다.충청북도 소도시 한 단독주택. 결혼 45년 차 75살 남봉(이순재)과 매자(정영숙) 부부는 아들 진수(조한철)와 정희(배해선) 부부 그리고 손녀 은지(이예원)를 데리고 산다. 아직도 남봉은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