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프로디지’(니콜라스 매카시 감독)는 무서운 캐릭터나 잔인한 비주얼보다 분위기와 설정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는 요즘 호러의 문법을 따른다. ‘엑소시스트’와 ‘오멘’의 오컬트에 동양의 환생 혹은 빙의를 섞어 악마는 죽지 않고 사회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악행을 저지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8년 전 한적한 시골 마을. 마거릿(브리타니 엘렌)이 한쪽 손이 잘린 채 외딴집에서 탈출한다. 잔뜩 공포에 질린 그녀는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주민에게 발견되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 장소에 출동해 그곳에 은둔 중
[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미쉐린은 관례적으로 미쉐린 가이드 북 공식 출간을 며칠 앞두고 ‘빕 구르망’ 리스트를 발표한다. 1957년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한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한다. 도시별로 구체적인 가격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데 서울은 저녁식사 기준 1인당 3만5000원 이하 식당이 대상이다.미쉐린 평가원들은 서울에서는 서민 메뉴로 평양냉면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미쉐린도 “서울에서 평가원들의 입맛을 유독 사로잡은 음식은 면류, 냉면과 칼국수 전문점이 각각 5개씩 소개됐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41년 디즈니에 16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팀 버튼 감독이 실사화한 ‘덤보’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분기점이 될 듯하다. 그는 악동 기질을 벗고, 유머보다는 진지함을 키웠으며, 곧 61살이 되는 만큼 과장과 거리를 두고 현사실적인 시각으로 변하려는 노력을 보인다.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 메디치 브라더스 서커스단 승마 스타였던 홀트(콜린 파렐)는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고 서커스단에 복귀한다.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밀리와 조 남매는 단장 메디치(대니 드비토)의 보살핌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로 날만 넴겨다오물적삼 챙겨들고 집을 나서니바람이 무섭더냐 파도가 무섭더냐하늘을 머금고 바당에 잠기면 바당이내 것인가 파도가 내 것인가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한양도성에서 제주성까지 ‘제주 아리랑’소리를 들으며 옛길을 걷는다. 옛 사람의 눈으로, 옛 사람의 마음으로 제주를 보고 느끼고 싶다. 100년 전 제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200년 전 제주는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마치 한양도성 옛길을 걷듯이 해안가에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시간여행을 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상영 중인 ‘악질경찰’(이정범 감독)과 내달 3일 개봉되는 ‘생일’(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악질경찰’이 내러티브의 뼈대로 삼았다면 ‘생일’은 그 후유증 전체로 시퀀스를 채운다. 두 영화가 세월호를 꺼내든 이유는 유사하겠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좀 다르다. ‘악질경찰’의 주인공은 안산 단원경찰서의 비리 형사 조필호와 단원고 여고생 미나. 고아와 다름없는 미나는 1년 전 세월호 참사로 단짝이었던 지원을 잃은 뒤 후배 소희와 함께 산다. 소희는 임신 중이고, 두 소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는 ‘샤이닝’ ‘새’ 등의 걸작부터 ‘스릴러’ 뮤직비디오까지 오마주 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스릴러다. 백인의 잘난 체와 인종차별을 경고하고, 가부장제를 야유하며, 인간 내면의 어두운 이면에 침을 뱉는 압도적 메시지와 공포! 루피타 뇽의 연기 솜씨는 화룡점정!1986년. 미국 샌터 크루즈 해변. 흑인 소녀 애들레이드는 부모와 함께 놀이공원에 입장한다. 엄마는 화장실에 가고, 아버지가 두더지 잡기 놀이에 심취했을 때 그녀는 ‘영혼의 숲, 당신을 찾으세요’라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더 길티’(구스타브 몰러 감독)는 참으로 영악한 스릴러 영화다. 긴급 구조 센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간단한 구조 하나만으로 소리라는 소재를 통해 엄청난 긴장과 공포의 스릴을 조성하는 감독의 재능은 가히 천재적이다. 다수의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누구나의 상처를 보라!형사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는 현장 근무 중 과잉 대응으로 재판 중이라 긴급 구조 센터로 좌천돼 112 업무를 맡고 있다. 술에 취한 사람, 약에 절어 횡설수설하는 사람, 심지어 그의 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까지 잡다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TV 드라마와 달리 일부러 이동해 돈을 주고 관람해야 하는 영화이기에 감독이 관객을 가르치려 들면 아무래도 흥행에서 불리하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감독과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생일’(이종언 감독)은 매우 영리한 최루탄이다. 세월호 참사를 매개체로 추억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합주한다.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학생 수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여. 당시 베트남에서 회사를 경영했던 아버지 정일(설경구)이 귀국해 여동생 정숙(이봉련)으로부터 받은 새 주소로 찾아가 아내 순남(전도연)과 딸 예솔(김보민)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0일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한국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악질경찰’(이정범 감독), ‘돈’(박누리 감독)이 동시에 개봉된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중간에, 그리고 3월 비수기라는 시장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껑을 열 만큼 배급사가 자신감을 가진 것일까?사뭇 다른 스타일의 세 감독이 각각의 장르를 구현한 이 작품들은 묘하게도 유명 연예인의 추악한 행위 혹은 혐의가 속속 드러나거나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린다. 더불어 한국전쟁 이래 가장 첨예하게 국론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악질경찰’은 누아르에 탁월한 솜씨를 보인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런데 여느 누아르와 색깔은 유사하되 주시하는 지점이 좀 다르다. 니힐리즘이나 페시미즘보다 함무라비 법전에 무게를 싣는다. 이이제이 혹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식이다.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인 단원고 여학생 송지원은 경찰을 꿈꾸던 천사 같은 마음결을 간직한 소녀였다. 희망을 상실한 지원의 아버지가 자살 소동을 벌이고, 때마침 그곳에 있던 안산 단원경찰서 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에서 아버지와 계모에게 죽을 위험에 처한 소녀 지은 역으로 데뷔한 김시아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3회 샤름 엘 셰이크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SAFF)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감독)은 1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클럽 버닝썬을 계기로 승리를 비롯해 정준영까지 유명 연예인을 둘러싼 추잡한 범죄 혹은 의혹이 장마철 하수구처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혼탁한 현실에서 국지적 사회를 넘어선 인류애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와 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은 상업적 외형에도 불구하고 메타포와 알레고리로 점철된 시퀀스로 이룬 플롯이 꽤 심오하고,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핸디캡 때문에 예술성을 제대로 평가받을지 살짝 우려가 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시종일관 음울하고 몽매주의적인 주인공들을 얼마나 이해할까?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차기 도지사감으로 부상 중이다. 해외 출장을 다녀와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아들이 그의 승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인류가 문명과 문화로 거듭 번영해온 이래 국가는 공화제, 참주제, 과두제, 왕정제,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의 탈바꿈을 거치며 결국 자본주의를 맹주 자리에 앉혔다. 자본주의를 선택한 주체가 인류든 국가든 과학이 철학과 종교보다 합리적인 현대에서 모든 가치관이 돈으로 귀결되는 건 현실이다.대한민국 증권 1번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돈’(박누리 감독)의 소재는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주식 문외한에게도 플롯이 어렵지 않으면서 내용은 매우 심오하다는 게 강점이다. 욕망과 선택, 현실과 양심의 대립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아사코’(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는 판타지의 외형으로 시작돼 개개인의 이기적인 심리를 매개로 참다운 사랑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묻는다. 오사카의 여대생 아사코(카라타 에리카)는 거리에서 우연히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난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이어간다.아사코는 바쿠의 집에서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다. 늦은 밤 바쿠는 갑자기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겠다며 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른다. 걱정이 돼 집을 나선 아사코는 바쿠를 보자 울음을 터뜨린다. 허름한 목욕탕에 들어갔다 잠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결국 진실은 은폐하지 못한다. 빅뱅 멤버 승리는 ‘아니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카톡은 조작이다’ 등의 궁색한 변명이나 부인 등으로 사실을 가리려 했지만 하나, 둘 숨겨진 면모가 드러나는 중이다. 여기에 한차례 범죄 의혹이 무마됐던 정준영의 진면목까지 적나라하게 수면 위에 떠올랐다.그들이 일반인에 비해 음악이나 예능 분야에서 재능과 끼가 두드러진 건 사실이다. 외모도 뛰어나다. 여기에 인기 연예인이란 ‘포장’까지 둘렀으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들과 여성들이 자유롭게 연애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밀폐된 공간 내 죽음 앞에서 탈출하는 공포 영화는 많았다. ‘이스케이프 룸’(애덤 로비텔 감독)은 유사한 길을 걷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면 메이저스튜디오 소니가 왜 여기에 ‘방’을 내줬는지 충분히 수긍할 만큼 러닝 타임 내내 손에서 땀이 마를 줄 모른다. 사투의 인정투쟁으로 쟁취한 숭고미!세계적인 방 탈출 게임 회사 미노스가 거액의 상금을 걸고 영민한 여대생 조이(테일러 러셀),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 제이슨(제이 엘리스), 게임에 이골이 난 대니(닉 도다니), 전직 이라크전 파병 여군 아만다(데보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MCU 마니아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사라진 어벤져스가 ‘엔드 게임’에서 어떻게 부활해 타노스를 어떤 방식으로 물리쳐 우주의 절반의 생명체를 부활시키는지에 있을 것이다. 그 연결고리로 널리 알려진 ‘캡틴 마블’(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감독)은 그래서 관심이 클 수밖에.지구력 서기 1995년. 우주 저편에선 크리 족과 스크럴 족이 전쟁 중이다. 미국 공군 파일럿이었던 비어스(브리 라슨)는 무슨 연유에선지 크리 족 정예부대 스타포스의 일원이 돼있다. 부대장 욘-로그(주드 로)
[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냉면은 겨울음식이다. 적어도 냉장고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냉장고 보급으로 냉면 육수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사계절 전천후 음식으로 발전했다. 냉면이란 요리세계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함이 돋보이는 음식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 동치미, 백김치 국물들을 지역마다 입맛에 따라 섞어가면서 발전시켰다.고명도 육수에 썼던 고기를 제육이나 편육으로 썰어 올리고 무, 배추, 오이 등과 계란 지단 등으로 특색을 나타낸다. 고종이 좋아했던 냉면에는 시원한 배가 그릇을 덮었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박재범 극본, 이명우 연출)가 지상파 심야 미니시리즈로선 이례적인 16%의 시청률을 올리고,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가 관객 200만 명을 넘겼다. 사제와 목사가 주인공이란 유사성을 지녔기에 당연히 종교가 서사와 각 캐릭터에 영향을 끼치지만 농도는 좀 다르다.‘열혈사제’는 구담성당에 부임한 해일(김남일)과 스승인 주임신부 영준(정동환)의 논쟁을 통한 종교적 고뇌가 살짝 펼쳐졌지만 영준의 의문사 후엔 그보단 해일과 폭력조직 두목 철범(고준)의 대결, 형사 대영(김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여자 연예인이라면 대놓고 섹슈얼리티(성욕, 성의 사회적 문화)를 앞세우기 마련이다. 메릴린 먼로가 대표적이었고, 요즘 걸그룹이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일색인 게 그러하며, 여배우의 화보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노린다. 어쩌면 ‘여배우’라는 글 자체에 섹슈얼리티의 모든 함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요즘 흥행 중인 영화 ‘증인’(이한 감독)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의 여주인공 김향기(19)와 고아성(27)은 예외다.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녀들은 성인이 된 지금 ‘증인’과 ‘항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