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박재범 극본, 이명우 연출)가 지상파 심야 미니시리즈로선 이례적인 16%의 시청률을 올리고,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가 관객 200만 명을 넘겼다. 사제와 목사가 주인공이란 유사성을 지녔기에 당연히 종교가 서사와 각 캐릭터에 영향을 끼치지만 농도는 좀 다르다.‘열혈사제’는 구담성당에 부임한 해일(김남일)과 스승인 주임신부 영준(정동환)의 논쟁을 통한 종교적 고뇌가 살짝 펼쳐졌지만 영준의 의문사 후엔 그보단 해일과 폭력조직 두목 철범(고준)의 대결, 형사 대영(김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여자 연예인이라면 대놓고 섹슈얼리티(성욕, 성의 사회적 문화)를 앞세우기 마련이다. 메릴린 먼로가 대표적이었고, 요즘 걸그룹이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일색인 게 그러하며, 여배우의 화보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노린다. 어쩌면 ‘여배우’라는 글 자체에 섹슈얼리티의 모든 함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요즘 흥행 중인 영화 ‘증인’(이한 감독)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의 여주인공 김향기(19)와 고아성(27)은 예외다.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녀들은 성인이 된 지금 ‘증인’과 ‘항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의 흥행은 과연 내달 6일 ‘캡틴 마블’의 가세에도 계속될 것인가? ‘사바하’의 흥행 질주는 ‘극한 직업’의 독주를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다소 약세로 보였던 ‘증인’(이한 감독)이 ‘극한 직업’을 밀어내고 2위에 오를 수 있게끔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까지 발휘하는 중이다.영화 흥행의 성공 혹은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사바하’의 비결은 감독이 심어놓은 각종 종교적 의미와 철학적 성찰에 있을 것이다. 소여에 충격을 주는 반전과 복선, 사고의 공간을 뒤흔드는 복병 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14일 시작된 MBN ‘오늘도 배우다’는 세대 간, 이념 간의 분화와 대립이 첨예한 요즘 시대에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고, 그래서 뭔가 찡한 느낌을 주는 예능이다. 왜 촛불 대열과 태극기-성조기 부대가 대치하는지, 조부모와 손주의 대화는 어떻게 단절됐는지의 이분법적 이원론이 테제다.정통 콩트 코미디와 시트콤이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간 뒤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인 게 요즘 추세지만 예능의 지나친 홍수 속에서 자기복제와 커닝을 거듭하는 소모전으로 답보상태에 있는 것 역시 인정할 일이다. ‘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7일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와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이 나란히 개봉된다. 인터넷 신조어에 익숙하고, 빅뱅 탑이 방송에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나오는 게 왜 비난받을 일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에겐 예외겠지만 나머지 다수에겐 의의가 크다.그 주말은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1910년 8월 국권피탈로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독립의 용틀임을 한 결정적 계기가 된 날이다. 국회의원이 공석에서 ‘뿜빠이’를 외치는 이 한심한 사태 속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0일 개봉된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가 ‘극한 직업’의 흥행 독주를 저지하며 흥행 선두에 올랐다. 화제는 호불호의 논란을 야기하기 마련. 이 영화에 대해서도 그런 극단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 한국의 오컬트 스릴러에 비교할 땐 확실히 진일보했다는 데엔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다.윌리엄 프리드킨이나 프란시스 로렌스, 그리고 ‘엑소시스트’(1975)와 ‘콘스탄틴’(2005) 마니아 입장에선 불쾌할지 몰라도 ‘사바하’가 그와 유사한 내용과 수준의 철학을 추구한 건 명증하다. 싫은 기호도 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의 주인공 판수는 범죄가 일상인 일자무식자다. 생계를 위해 조선어학회에 입사한 뒤 우리말 지킴이들과의 대화에서 “벤또든 도시락이든 그게 뭐가 중요해,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라고 웅변한다. 생물학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민족주의적 관점에선 무지하기 그지없다.또 작가 동익은 이광수 등 일부 문인들이 일제 지지 성명을 내자 치욕이 극에 달해 분뇨를 투척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와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이 오는 27일 개봉된다. 내달 1일은 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가 11%대의 시청률로 미니시리즈의 사각지대였던 주말의 패러다임을 새로 쓰고 있다. 영화 ‘극한 직업’으로 명실상부한 ‘제일 뜨거운 여배우’가 된 이하늬를 비롯해 ‘기묘한 가족’으로 코믹 연기의 지평을 넓힌 김남길과 크게 망가진 김성균 등의 캐스팅이 단연 돋보인다.그런데 이 드라마는 캐스팅이 전부가 아니다. 마치 ‘내부자들’이나 ‘베테랑’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결코 클리셰에 그치는 게 아닐 정도의 수준으로 서사를 펼쳐나가고, 과감하게 종교를 매개로 정의의 가치관을 비롯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는 일부 과거 회상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을 모노톤으로 설정함으로써 일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음울한 시대상과 유관순 등 애국 열사들의 무참하고 비참한 수감생활을 전달하는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살짝 거친 연출 스타일을 매끄럽게 만드는 매직을 발휘한다.17살 관순(고아성)은 1919년 종로에서 시작된 3·1만세운동을 잇는 고향 충남 병천에서의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다. 함께 참가한 부모를 일본군의 총에 잃은 그녀는 오빠 관옥과 함께 서대문감옥에 투옥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 ‘살인마 잭의 집’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0분 만에 100여 명을 퇴장케 했지만 종영 후 기립박수를 받은 것처럼 기호와 인식에 따라 자아 고취의 교묘한 변전, 혹은 도그마 선언의 극단을 이루는 궁극의 예술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다. 152분. 청소년 불가. 2월 21일 개봉.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재구성한 잭(맷 딜런)이 신비의 인물 버지(브루노 강쯔)와 여행하며 지난 12년간 60명 이상의 사람과 숱한 동물을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무차별 살해한 ‘고해성사’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에서 한국적 ‘엑소시스트’와 ‘콘스탄틴’을 시도했다면, 오는 20일 개봉될 ‘사바하’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성스러운 피’(1996)의 컬트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판타지에 불교와 더불어 동양적 주술과 신화를 제대로 버무린 글로벌 비빔밥이다.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쌍둥이 소녀가 태어난다. ‘괴물’인 언니는 ‘그것’이라 불리며 방치되고, 동생 금화(이해인)는 태아 때 그것에게 다리를 물어뜯긴 탓에 장애아로 자란다. 엄마는 후유증으로 죽고, 아버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정독도서관] 인왕산 자락에서 내려온 등산객이며 북촌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한 번쯤 머무는 종로구 화동의 명소. 1980년대 이전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엘리트 양성소였던 경기고등학교로, 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한 뒤엔 추억의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정독도서관이 있다.이곳은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탄생한 유서 깊은 공간이기도 하다. 건축 당시 스팀 난방 등 최신식 설비를 갖췄던 교사 건물들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1년에 이어 오는 21일 재개봉되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 ‘백치들’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는 비극이라는 점에서 그리스적이고, 뮤지컬을 차용한 데서 할리우드적이며, 판타지를 장치함으로써 유럽의 정서를 담았다. 유니크한 로커 비요크(셀마 역)는 ‘신의 한 수’다.1960년대 미국의 한 시골. 12살 아들 진과 함께 체코에서 온 이민자 셀마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찍는 공장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한편 짬을 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연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14일 개봉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롭 마셜 감독)는 ‘메리 포핀스’(1964)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라 속편이다. ‘시카고’로 뮤지컬 장르의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은 마셜 감독은 녹슬지 않은 솜씨와 센스를 자랑한다. 겉으론 따뜻한 가족영화를 표방하지만 의외로 의미심장해 그 값어치가 높다.전편의 1910년에서 20년 지난 영국 런던. 둘 다 1914~1918년의 제1차 세계대전을 피했지만 그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전편은 전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는 했지만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 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의 혼과 민족정신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 전 조선인에게 창씨개명과 일본어로만 소통할 것을 명령한다. 일자무식에 전과자인 판수는 조선어학회에서 일하며 우리말을 깨우친 뒤 우리말 사용을 이단시하는 아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노력한다.글로벌 시대이기에 영어는 배워야 한다. 필요에 의해 일본어에도 능숙해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국내의 일상에서 굳이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일제강점기 때 적지 않은 매국노들이 일본어 실력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5일 개봉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1982), ‘공각기동대’(1995), ‘엑스 마키나’(2015) 등과 함께 SF계의 철학 교과서로 손꼽히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이제 영화의 기술과 SF 장르의 철학은 ‘알리타’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며 어떤 전환점을 맞지 않을까? 그만큼 이 영화는 재미와 메시지와 질문을 가득 담고 있다. 표피적으로는 CG로 구현해낸 사이보그들
[미디어파인=이상진 원장 칼럼] 민족 대명절이었던 설날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특히 설 연휴 동안 고칼로리 음식 섭취와 음주, 과식 등으로 인해 급격히 불어난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단기 다이어트를 알아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구정 연휴 이후 다이어트에 대한 검색 니즈가 상승했으며, 다이어트 건강식품, 다이어트 한약 등 키워드 역시 동기간 동안 증가했다. 실제 일명 ‘박보영 다이어트’ 등으로 불리는 칼로커트 등 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올 초 개봉돼 278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은 대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사투리를 모으고 거기서 표준어를 정한다. 표준어는 ‘한 나라의 규범으로 인정된 말, 법으로 정한 언어 규범’이다. 그렇게 우리 선조는 올바른 우리말 지키기에 힘썼다.국립국어원은 2015년 6월 13일 ‘너무와 정말의 차이’를 묻는 한 국민의 질문에 너무를 부정 성격으로 규정했지만 15일 너무도 긍정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변경해 공표한 뒤 18일 대답을 바꿨다. 오랫동안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테제가 있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면 드넓은 하늘은 물론 온 세상이 안 보일지 모르지만 하늘과 세상은 오히려 그를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버닝썬 사건’으로 이슈가 된 빅뱅 승리와 그의 소속사 수장 양현석의 대응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지난해 20대 남성 김모 씨가 이곳에서 성추행을 당한 듯한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이사 장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되레 성추행 의혹을 뒤집어썼다고 지난달 주장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MBC와 KBS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본 작가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을 실사화한 ‘알리타: 배틀 엔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첨단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B급 정서 가득한 로드리게즈 감독은 과연 이 디스토피아적 철학의 세계를 어떻게 구현해냈을까?300년 전 URM(화성연합공화국)의 총공세로 대추락이 발생, 마지막 공중도시 자렘과 황폐화된 지상의 고철도시만 남은 26세기의 지구. 무료로 사이보그를 치료해주는 의사 이도(크리스토프 왈츠)는 고철더미 속에서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