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서울시는 지난해 종로, 을지로 일대 ‘오래가게’ 39곳을 선정했다. 오래가게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해오며 서울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노포(老鋪, 오래된 가게)를 발굴해 브랜드를 붙인 것이다.오래된 점포를 뜻하는 ‘노포’가 일본식 표기인 점을 고려해 시민공모로 오래가게란 이름을 얻었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래가게 선정 기준은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계승, 무형문화재 지정자(또는 기능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안의 그놈’의 티케팅을 결정하는 키는 강효진 감독이 ‘조폭마누라’(2001‘의 각본가이고, 혼수상태에 빠진 미혼 변호사의 영혼이 아줌마의 몸에 들어가는 ’미쓰 와이프‘(2015))의 연출자라는 데 있다. 판타지와 코미디가 결합한 휴머니즘 드라마인데 박성웅에게 기대를 ’거느냐, 마느냐‘도 관건이다.40대의 H기업 사장 판수(박성웅)는 젊은 시절 건달이었고 사랑하는 여인 미선(라미란)이 있었지만 출세를 위해 H그룹 회장(김홍파)의 딸과 결혼한 뒤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부하 현철(이준혁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코미디에 강세를 보인 뒤 ‘타짜-신의 손’으로 스케일의 확장마저 성공한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썩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흥행에선 ‘범블비’ ‘아쿠아맨’은 물론 ‘마약왕’과 개봉한 지 한참 된 ‘보헤미안 랩소디’에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153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의 평가와 흥행이 다른 표리부동의 현상은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 같다.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긍정이 강세다. 재미와 감흥, 메시지까지 모두 잡았다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잉’(페르난도 프랑코 감독)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뱅갈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은 스페인 영화다. 제목은 삶과 죽음이 결코 다르지 않고 서로 깊게 연관된다는 이항대립, 양가성, 모순, 역설 등을 내포한다. 스산한 겨울 날씨만큼이나 가슴이 시리고, 콧등이 시큰해지는 심리적 멜로다.전문직 여성 마르타(마리안 알바레즈)는 연인인 대중음악가 루이스(안드레스 게르트루디스)와 한적한 해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행복한 여행에서 돌아온 루이스는 건강검진 결과 뇌종양 진단을 받았음을 뒤늦게 고백한다. 루이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헤미안 랩소디’의 스코어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스윙 키즈’가 강적 ‘마약왕’과 ‘아쿠아맨’ 사이에서 선전 중이다. 내년 1월 3일엔 구소련의 저항과 자유의 아이콘 빅토르 초이를 내세운 록 무비 ‘레토’가 개봉된다. 음악은 영화의 유닛이지만 연출이나 배우 못지않게 중요하고 때론 절반 이상이다.퀸의 리드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 북측 군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혁혁한 전과를 올린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로기수, 펑크록그룹 키노의 리더 겸 유명 영화배우 빅토르 초이의 공통점은 시대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PMC: 더 벙커’(김병우 감독)는 군말이 필요 없는 할리우드식 팝콘 액션 무비다. 124분의 러닝타임 내내 영화에 몰입돼 잡생각이 개입할 틈이 없고, 마치 현장의 요원이 된 듯 생사의 기로에 서서 게임인지 전쟁인지 모를 액션에 심취하게 된다. 하정우의, 에 의한, 를 위한 원맨쇼다.남과 북의 화해모드가 무르익는 중인 가까운 미래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맥그리거는 재선을 위해 발악하지만 떨어진 지지율 회복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망명을 요청한다. CIA 팀장 맥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말모이’(엄유나 각본, 감독)는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 미국이 ‘늑대와의 춤을’이나 ‘포카혼타스’를 만든 걸 거울삼아 한국 영화계가 본받아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주시경이 우리말을 지키려 애쓰다 세상을 떠난 뒤 1941년.경성제일중고 이사장 류완택은 친일매국노지만 아들 정환(윤계상)은 조선어학회 대표가 돼 문당책방 지하에서 은밀하게 국어사전을 만들고 있다. 아내를 잃고 중학생 덕진(조현도)과 7살 순희(박예나) 남매를 키우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범블비’(트래비스 나이트 감독)는 일단 오리지널의 장황하고 황당하며 억지스러운 허점과는 거리를 둔다는 게 보기 좋다. 단순함과 기초에 충실해 오직 로우틴용 오락물이란 정체성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충분히 먹힐 듯하다.1987년.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사이버트론에서의 디셉티콘과의 지루한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은신처를 마련하라며 병사 B127을 지구로 파견한다. B127은 번스(존 시나) 요원이 이끄는 지구 군대의 공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스윙 키즈’(강형철 감독)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예매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KBS2 ‘땐보걸즈’가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성적은 꼴찌임에도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마니아 드라마의 외형이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거제도의 ‘루저’ 청년들의 춤에 대한 열정을 다룬다.‘스윙 키즈’의 무대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다.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인 흑인 병사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새로 부임한 소장의 승진을 목적으로 한 명령에 따라 포로 로기수(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은 전작 ‘내부자들’보다 누아르적 색채를 더 진하게 띠며 암울한 시대를 더욱 풍자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좀 어렵다. 컬트적 분위기의 미술과 미장센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연극적 장치까지 강조돼 중반 이후 내내 어둡더니 끝부분에서 송강호의 초월적 연기가 방점을 찍는다.박정희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유신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장기집권 시대를 연 1972년. 부산의 이두삼(송강호)은 사촌동생 두환(김대명)과 함께 밀수로 돈을 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레토’(카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핸디캡일 만큼 재미를 갖춘 아트버스터다. 아직도 많은 러시아인들의 가슴속에 우상으로 남아있는 한국계 로커 빅토르 초이를 기리는 차원을 넘어선 ‘택시운전사’와 ‘1987’의 메시지를 담은 판타지-컬트-록 무비다.1981년 레닌그라드. 인기 로커 마이크(로만 빌릭)는 자신의 밴드 주파크 멤버 및 그들의 연인들과 바닷가로 놀러 간다. 멤버 중 펑크가 초대한 촌뜨기 청년 빅토르 초이(유태오)와 리오샤가 합류한다. 그 자리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쿠아맨’(제임스 완 감독)은 매번 MCU에 자존심이 상했던 DCEU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외형으로만 봤을 땐 그나마 호평을 얻었던 ‘원더우먼’에 비교해 훨씬 호화롭고 웅장하다. ‘스타워즈’를 넘어 폴리네이시안을 정복한 하와이, 뉴질랜드, 호주의 신화를 미국식으로 완성한다.1985년. 아틀란티스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먼)는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육지로 도망친 뒤 등대지기 톰과 사랑에 빠져 아들 아서(제이슨 모모아)를 낳는다. 그러나 왕의 친위대가 나타나 위협하자 톰과 아서를 위해 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니메이션 ‘그린치’(스콧 모지어, 야로우 체니 감독)는 론 하워드 감독, 짐 캐리 주연의 동명의 실사영화(2000)에 비하면 한결 간단하고 쉬우며 밝다. 유머는 일루미네이션답게 극대화했다. 눈의 마을 후빌에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코앞에 닥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들떠있다.도나는 밤에는 일을 하고 낮에는 딸 신디 루의 뒷바라지와 쌍둥이 형제의 육아를 하는 ‘슈퍼 맘’이다. 활발한 성격의 신디 루는 엄마에게 힘을 보탤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와 직접 대면할 결심을
‘그해 겨울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죽어서 살 것인가,살아서 죽을 것인가.......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김훈의 ‘남한산성’ 책 속 글을 생각하며 세찬 바람속에 남한산을 오른다, 피난길이 아닌 순례길이라 여유 있다. 전쟁터가 아닌 힐링터라 성안과 성밖을 시나브로 거닌다. 남문을 지나니 성곽길이 이어진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힘들지만 상쾌하다. 성곽길 따라 한참을 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쯤 되면 ‘냄비근성’이란 말이 결코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들불처럼 화르르 일어났다 언제 그랬냐 싶게 잠잠해지는 특유의 바람몰이. ‘빚투’가 연예스타의 도덕성을 검증하거나 훼손하고 있는데 ‘미투’가 권력의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일으킨 것과는 좀 다른 양태다.연예인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거나 유사한 도움을 줬지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폭로와 고소가 줄을 잇고 있다. 팩트 자체야 과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모든 걸 떠나 미필적 고의로, 혹은 고의적으로 연예인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윙 키즈’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모두 제치고 강형철 감독의 대표작으로 당분간 기록될 만큼 재미, 드라마, 메시지, 캐릭터들이 탄탄하다. 이 영화는 역사고, 뮤지컬이다. 오락물이자 교양서적이다. 온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향락이자 가슴이 미어지는 비극이다.한국전쟁 끝자락. 실질적인 결투 세력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신들의 포로수용이 제네바협정에 따라 인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여론몰이용 언론플레이 대결을 하는 중이다. 미군이 통제하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엔 북측 군인을 비롯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이완 멜로 영화 ‘모어 댄 블루’(린샤오켄 감독)는 다분히 한국적이다. 모든 게 인스턴트화된 현대사회에서 과연 이런 사랑이 남아있을까 의문이 들 만큼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구조이지만 그게 가슴 절절한 슬픔을 자아내는 건 인간의 본성에 본능을 앞서는 인간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음반제작사 직원 장저카이(리우이하오)와 작사가 쑹위안위안(천이한)은 동거 중인 묘한 관계다. 16살 때 쑹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같은 학교의 어두운 얼굴을 한 장을 본다. 장의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피터 잭슨 각본, 제작의 ‘모털 엔진’(크리스찬 리버스 감독)은 ‘터미네이터’보다 밝고, ‘매트릭스’보다 쉬우며, ‘A.I.’보다 희망적인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미래의 암울한 지구에서 벌어지는 생존경쟁을 외형으로 한, 의외로 따뜻한 그리스신화의 재구성이다.야욕에 물든 고대인(21세기 인류)이 메두사라는 양자 무기로 지구의 지도를 바꾼 뒤 각 도시는 거대한 기관에 의해 이동하면서 서로 약탈하며 살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런던이 소도시들을 삼키며 세력을 키우는 가운데 그에 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시 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폴 페이그 감독)는 가정주부를 통해 미국 사회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썩 세련됐다. ‘나를 찾아줘’ ‘서치’ ‘사라진 밤’ 등의 일정 부분이 연상되지만 매우 미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시각으로 미국 사회를 해부하는 점이 아주 영리하다.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교통사고로 남편과 오빠를 잃은 뒤 어린 아들 마일스와 둘이 산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의 요리 솜씨를 많은 누리꾼과 공유하는 취미생활로 외로움을 달랜다. 패션회사 중역 에밀리(블레이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지난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파주장단콩축제를 끝으로 올 41개 문화관광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필자는 관광문화축제 평가위원으로 평가 배정된 축제 이외에도 몇 곳의 축제를 다녀왔다. 일반 방문객으로 접했던 축제와 평가위원의 시각으로 보는 축제가 확연히 다르단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축제를 종합해 본다.파주장단콩축제는 수도권 인접지역이라는 장점과 어느 때보다 훈훈한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마지막 날까지 상당한 방문객이 다녀갔다. 전날 오전 강설로 주춤했던 인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