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은 전작 ‘내부자들’보다 누아르적 색채를 더 진하게 띠며 암울한 시대를 더욱 풍자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좀 어렵다. 컬트적 분위기의 미술과 미장센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연극적 장치까지 강조돼 중반 이후 내내 어둡더니 끝부분에서 송강호의 초월적 연기가 방점을 찍는다.박정희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유신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장기집권 시대를 연 1972년. 부산의 이두삼(송강호)은 사촌동생 두환(김대명)과 함께 밀수로 돈을 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레토’(카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핸디캡일 만큼 재미를 갖춘 아트버스터다. 아직도 많은 러시아인들의 가슴속에 우상으로 남아있는 한국계 로커 빅토르 초이를 기리는 차원을 넘어선 ‘택시운전사’와 ‘1987’의 메시지를 담은 판타지-컬트-록 무비다.1981년 레닌그라드. 인기 로커 마이크(로만 빌릭)는 자신의 밴드 주파크 멤버 및 그들의 연인들과 바닷가로 놀러 간다. 멤버 중 펑크가 초대한 촌뜨기 청년 빅토르 초이(유태오)와 리오샤가 합류한다. 그 자리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쿠아맨’(제임스 완 감독)은 매번 MCU에 자존심이 상했던 DCEU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외형으로만 봤을 땐 그나마 호평을 얻었던 ‘원더우먼’에 비교해 훨씬 호화롭고 웅장하다. ‘스타워즈’를 넘어 폴리네이시안을 정복한 하와이, 뉴질랜드, 호주의 신화를 미국식으로 완성한다.1985년. 아틀란티스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먼)는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육지로 도망친 뒤 등대지기 톰과 사랑에 빠져 아들 아서(제이슨 모모아)를 낳는다. 그러나 왕의 친위대가 나타나 위협하자 톰과 아서를 위해 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니메이션 ‘그린치’(스콧 모지어, 야로우 체니 감독)는 론 하워드 감독, 짐 캐리 주연의 동명의 실사영화(2000)에 비하면 한결 간단하고 쉬우며 밝다. 유머는 일루미네이션답게 극대화했다. 눈의 마을 후빌에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코앞에 닥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들떠있다.도나는 밤에는 일을 하고 낮에는 딸 신디 루의 뒷바라지와 쌍둥이 형제의 육아를 하는 ‘슈퍼 맘’이다. 활발한 성격의 신디 루는 엄마에게 힘을 보탤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와 직접 대면할 결심을
‘그해 겨울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죽어서 살 것인가,살아서 죽을 것인가.......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김훈의 ‘남한산성’ 책 속 글을 생각하며 세찬 바람속에 남한산을 오른다, 피난길이 아닌 순례길이라 여유 있다. 전쟁터가 아닌 힐링터라 성안과 성밖을 시나브로 거닌다. 남문을 지나니 성곽길이 이어진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힘들지만 상쾌하다. 성곽길 따라 한참을 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쯤 되면 ‘냄비근성’이란 말이 결코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들불처럼 화르르 일어났다 언제 그랬냐 싶게 잠잠해지는 특유의 바람몰이. ‘빚투’가 연예스타의 도덕성을 검증하거나 훼손하고 있는데 ‘미투’가 권력의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일으킨 것과는 좀 다른 양태다.연예인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거나 유사한 도움을 줬지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폭로와 고소가 줄을 잇고 있다. 팩트 자체야 과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모든 걸 떠나 미필적 고의로, 혹은 고의적으로 연예인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윙 키즈’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모두 제치고 강형철 감독의 대표작으로 당분간 기록될 만큼 재미, 드라마, 메시지, 캐릭터들이 탄탄하다. 이 영화는 역사고, 뮤지컬이다. 오락물이자 교양서적이다. 온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향락이자 가슴이 미어지는 비극이다.한국전쟁 끝자락. 실질적인 결투 세력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신들의 포로수용이 제네바협정에 따라 인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여론몰이용 언론플레이 대결을 하는 중이다. 미군이 통제하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엔 북측 군인을 비롯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이완 멜로 영화 ‘모어 댄 블루’(린샤오켄 감독)는 다분히 한국적이다. 모든 게 인스턴트화된 현대사회에서 과연 이런 사랑이 남아있을까 의문이 들 만큼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구조이지만 그게 가슴 절절한 슬픔을 자아내는 건 인간의 본성에 본능을 앞서는 인간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음반제작사 직원 장저카이(리우이하오)와 작사가 쑹위안위안(천이한)은 동거 중인 묘한 관계다. 16살 때 쑹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같은 학교의 어두운 얼굴을 한 장을 본다. 장의 아버지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피터 잭슨 각본, 제작의 ‘모털 엔진’(크리스찬 리버스 감독)은 ‘터미네이터’보다 밝고, ‘매트릭스’보다 쉬우며, ‘A.I.’보다 희망적인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미래의 암울한 지구에서 벌어지는 생존경쟁을 외형으로 한, 의외로 따뜻한 그리스신화의 재구성이다.야욕에 물든 고대인(21세기 인류)이 메두사라는 양자 무기로 지구의 지도를 바꾼 뒤 각 도시는 거대한 기관에 의해 이동하면서 서로 약탈하며 살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런던이 소도시들을 삼키며 세력을 키우는 가운데 그에 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시 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폴 페이그 감독)는 가정주부를 통해 미국 사회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썩 세련됐다. ‘나를 찾아줘’ ‘서치’ ‘사라진 밤’ 등의 일정 부분이 연상되지만 매우 미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시각으로 미국 사회를 해부하는 점이 아주 영리하다.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교통사고로 남편과 오빠를 잃은 뒤 어린 아들 마일스와 둘이 산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의 요리 솜씨를 많은 누리꾼과 공유하는 취미생활로 외로움을 달랜다. 패션회사 중역 에밀리(블레이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지난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파주장단콩축제를 끝으로 올 41개 문화관광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필자는 관광문화축제 평가위원으로 평가 배정된 축제 이외에도 몇 곳의 축제를 다녀왔다. 일반 방문객으로 접했던 축제와 평가위원의 시각으로 보는 축제가 확연히 다르단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축제를 종합해 본다.파주장단콩축제는 수도권 인접지역이라는 장점과 어느 때보다 훈훈한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마지막 날까지 상당한 방문객이 다녀갔다. 전날 오전 강설로 주춤했던 인파가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승동교회] 탑골공원을 지나 인사동으로 접어드는 초입, 작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인사동이 그 이름을 갖기 전부터 이곳에 있던 터줏대감 승동교회가 있다. 지금이야 고층 빌딩에 가려져 놓치기 쉽지만 건립 당시엔 북한산을 배경으로 솟아난 기념탑처럼 웅장했다.승동교회는 1893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사무엘 포먼 무어 목사가 곤당골 교회를 설립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당시엔 최하층 신분의 백정들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해 별칭 ‘백정교회’라 불리기도 하였다.1904년 승동(現 인사동)에 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달 29일 개봉된 ‘소녀의 세계’(안정민 감독)와 오는 6일 개봉되는 ‘다영씨’(고봉수 감독)는 사랑을 소재로 하기에 멜로 영화가 점점 사라져가는 극장가의 단비 같은 작품이라는 관객들의 반가움과 기대를 받고 있다. 아무리 저예산 독립영화라지만 왜 하필 고색창연한 ‘순수한’ 사랑일까?‘소녀의 세계’의 무대는 한 여자고등학교 연극반. 1학년 선화(노정의)와 단짝 지은은 교내 우상인 3학년 하남(권나라)을 우러러본다. 선화 언니 3학년 선주는 급우 수연(조수향)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교내 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사람들 간의 따뜻한 정을 그리기로 유명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베일리 어게인’에게 배정된 상영관과 횟수가 안타깝다는 관객들에게 그가 시각효과의 거장 조 존스턴과 공동 연출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선물이 될 듯하다. 게다가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크리스마스이브. 소녀 클라라(매켄지 포이)는 언니 루이스, 남동생 프리츠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세상을 떠난 엄마 마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을 받고 뜯어본다. 루이스는 엄마가 가장 아끼던 옷을, 프리츠는 호두까기인형을, 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이 개봉 이틀째인 지난 29일 누적 관객 수 50만 2008명을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는 전작 ‘오늘의 탐정’ 마지막 회 2.1%의 2배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르지만 닮았다.40대 중후반 이하의 연령층에게 ‘평생직장’이란 말은 어색할 것이다. 비정규직, 연봉협상, 고용 재계약, 해고 등의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말로는 정규직이라지만 매년 연봉을 조정한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음식이 정치다’란 책이 있다. 전주대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계시는 송영애 교수가 지었다. 송 교수는 책에서 ‘음식과 정치는 적어도 본질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음식의 본질은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있다. 정치와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사는 데 있지 않는가. 음식이 정치고, 정치가 음식인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송 교수가 말한 ‘음식이 정치다’라는 말은 춘추시대 정치가 관중이 말한 ‘왕자이민위천, 민이식위천, 능지천지천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등의 라세 할스트롬의 신작 ‘베일리 어게인’은 원제 ‘A dog's purpose’에서 보듯 개가 인간의 삶에 주는 의미가 앞선 주제다. 애견인이라면 이유 없이 미소가 번질 테고, 생활에 찌든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삶을 되돌아보게 될 만큼 유쾌하고 따뜻하며 아름답다.어린 레드 리트리버 베일리는 한 불량배에게 붙잡혀 차 안에 갇힌다. 더운 날씨에 목이 말라 탈진한 그를 소년 이든이 발견하고, 그의 엄마 엘리자베스가 창문을 깨 구해준다. 사내 최고 우수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쟁 스릴러 ‘헌터 킬러’(도노반 마시 감독)는 적지 않은 영화 등 창작물들이 단골 소재로 상상력을 더하는 제3차 세계대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내용은 꽤 충실하고, 뭣보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긴장의 장치가 썩 훌륭하다. 특히 사람 사이의 신뢰를 부각하는 메시지는 따뜻하다.러시아 영역 심해. 미군 잠수함 템파베이가 러시아군 잠수함을 쫓아 작전을 수행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 잠수함이 폭발해 침몰하고 템파베이는 외부에서 날아온 어뢰에 의해 파괴된다. 미국은 합참의장 도네건(게리 올드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현실 공포 스릴러 영화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도어락’(이권 감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기는 공포 중 하나인 1인 가구라는 형태에 의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다룬다. 외출 후 돌아오면 아늑하고 따뜻해야 할 집이 누가 침입한 듯 어두우면서도 싸늘한 냉기까지 뿜어낸다면?은행 계약직 사원 경민(공효진)은 안전 및 편의성 때문에 봉천동의 한 오피스텔로 옮겼으나 매일 아침 온몸이 찌뿌듯하다. 은행에선 같은 처지의 후배 효주(김예원)와 친하게 지내는데 계약 연장 혹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은행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영씨’는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돋보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고봉수 감독이 연출, 편집, 촬영, 원안/각색의 1인4역으로 완성한 무성흑백영화다. 대사 없이 최소한의 음향효과만 삽입하고, 조연들의 다소 과장된 연기로 포장함으로써 드라마를 극대화한다.튼튼배송 직원 민재(신민재)는 배송업무 중 알게 된 삼진물산 말단 직원 다영(이호정)을 짝사랑한다. 물건을 배송할 때마다 마주치는 그녀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하다. 생각 끝에 그는 튼튼배송에 사직서를 낸 뒤 삼진물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