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0대들이 거액을 보유한 눈먼 노인을 우습게 여기고 재산을 털기 위해 그의 집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공포를 겪게 되는 얘기를 담은 뛰어난 스릴러 ‘맨 인 더 다크’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의 최신작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매우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시한 첨단 디지털 액션 스릴러다.16년 전 스톡홀름. 러시아 출신 범죄조직 두목 아버지를 둔 리스베트(클레어 포이)와 카밀라(실비아 획스) 자매는 쌍둥이답지 않게 다르다. 카밀라는 괴물 같은 아버지에게 친근하지만 리스베트는 꺼리더니 결국 홀로 도망친다. 현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후드’(오토 바서스트 감독)는 12세기 잉글랜드 셔우드 숲을 근거지로 활약한 문학상의 의적 로빈 후드를 모티프로 하는데 앞서 널리 알려진 케빈 레이놀즈의 ‘로빈 훗’보다 진지하고,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와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단 재해석 혹은 리부트로서의 자격은 갖췄다.노팅엄의 귀족 록슬리 가문의 20살 철부지 로빈(태런 애저튼)은 마구간에 말을 훔치러 숨어든 평민 마리안(이브 휴슨)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후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대저택에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록슬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은 김영삼 정권의 말미인 1997년 말의 불과 며칠을 다룬다. 정부의 경제 호황이라는 선전과 달리 나라가 부도 사태에 직면한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야욕과 소신이 다투는 절체절명의 플롯이 손에 땀이 흥건하게 만든다.공권력과 재벌 등의 카르텔로 나라 경제가 엉망이 돼 외국 자본이 속속 빠져나가고, 외국 언론은 한국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이런 현황을 행장에게 보고하자 청와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동명의 자서전을 스크린에 옮긴 ‘새벽의 약속’(에릭 바르비에 감독)은 어둡고도 밝으며, 퇴폐적이고도 아름답다. 천박하면서도 숭고하다. 어려울 듯하지만 매우 쉽고, 예술영화인 줄 알았더니 외려 블록버스터 쪽에 더 가까운 상업영화다. 자본주의적이면서도 진보적이다.1914년 러시아(현재 리투아니아)에서 사업가 아버지와 무명배우 엄마 니나와의 사이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로맹 카체프는 11살 때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힘든 유소년 시절을 보낸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모자는 폴란드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소녀의 세계’(안정민 감독)는 곱다, 아름답다, 숭고하다. 유명한 스타가 나오는 것도,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화려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저예산영화라면 여느 상업영화와 견줘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만듦새는 매끄럽고, 메시지는 깊고도 강렬하다.고1 선화(노정의)는 밥상에서 어제 쓴 돈을 고백하는 검소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살지만 고3 언니 선주에게는 불친절하다. 선화의 단짝 지은(김예나)은 후배들의 우상인 고3 하남(권나라)을 짝사랑한다. 선화는 졸업 연극 ‘로미오와 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리퀄 5부작 중 두 번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데이빗 예이츠 감독)는 첫 번째 얘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오묘하며 신묘하다. ‘해리 포터’나 전편을 못 봤든, 봤든 재미는 보장하지만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더 큰 재미를 놓칠 수 있으니 집중, 또 집중!1927년. 미국 마법부는 뉴트(에디 레드메인)의 활약으로 잡힌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에게 가혹한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유럽으로 이송하는데 그린델왈드는 마법으로 간단하게 탈출한다. 그는 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나영(엄마)이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선택한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감독)는 흥행 성적을 떠나 최근의 한국 예술영화 리스트에서 주목받아 마땅할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끝날 때까지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 그리고 인생과 가족의 얘기를 담아 전하는 메시지는 장엄하다.2017년. 중국의 19살 조선족 젠첸(장동윤)에게 병든 아버지(오광록)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엄마를 보고 싶다”며 엄마의 사진을 내놓는다. 사진 뒤에는 엄마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쇼호스트 스타 유난희가 최초라는 명함을 더 썼다.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케이블TV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을 옮겨가며 생방송되는 ‘유난희 쇼’(제작 더파워셀러-TPS)로 한 프로그램의 두 채널 편성, 케이블TV 홈쇼핑 사상 첫 외주제작 프로그램,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형 홈쇼핑 방송 등의 최초 기록을 또 올린 것.유난희는 ‘대한민국의 최초 쇼핑호스트’ ‘뉴미디어 케이블TV 아나운서’, 그리고 그 이력으로서의 ‘최초의 화장품 전속모델’ 기록 보유자다.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에서 22번 낙방
‘아리아롱, 아라리가 났네아이롱 고개로 날만 냄겨주오머루 다래 넝쿨은 얼그렁 설그렁너와 나의 사랑도 얼그렁 설그렁아리아롱,아라리가 났네아이롱 고개로 날만 냄겨주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금강 따라 공산성에 애절한 가락이 들린다. 아리랑 중 가장 느린 가락이 심금을 울린다. ‘공주 긴 아리랑’소리다. 금강철교를 건너니 1500여 년 전 도읍지가 코앞이다. 누가 도읍지를 옮겼을까. 공산성은 늦가을에 말이 없다. 110m 높이 2.2km 공산성 성곽길 따라 거닌다. 오르막길 늘어선 비석군을 보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간송 전형필 가옥]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도봉구 방학동의 인적 드문 산자락, 2012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올해까지 복원 사업이 완료된 간송 전형필 가옥이 자리 잡고 있다. 양부이자 숙부였던 부친 사망 후 집 부근에 묘소를 꾸미고 가업을 이었던 간송 역시 이곳에 묻혔다.1900년 경 지어진 한옥은 대지주였던 부친이 황해도, 충청도 일대의 소출을 관리하던 일종의 지역 근거지였다. 간송 사망 후 종로에 있던 본가가 철거되고 그곳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성난 황소’(김민호 감독)는 ‘범죄도시’만큼 단순한 재미를 준다. 도대체 한 해에 몇 편이나 출연하는지 다작의 확장이 궁금한 마동석(동철)의 이름에 식상할 법도, 한 편으론 믿음직스러울 법도 하겠지만 진선규보다 더 큰 존재감을 자랑하는 김성오(기태)의 절대적 악역이 반짝반짝 빛난다.동철은 지수(송지효)와 결혼함으로써 거칠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준법정신으로 착하게 산다. 친동생 같은 춘식(박지환)과 함께 수산시장에서 건어물 유통을 하며 건실하게 살지만 세상은 녹록지 못하다. 몇 차례 사업에서 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정환 감독의 첫 연출 영화 ‘해피 투게더’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지만 시나리오가 어수선하고, 일부 캐릭터가 과장되거나 오용되며, 이런 상황에서의 연출이 매끄러울 리가 없다. 게다가 매우 따뜻하지만 감동을 의도한 연출의 톤은 과거로 회귀한다.2004년. 나이트클럽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석진(박성웅)은 아내로부터 버림받았지만 9살 외아들 하늘(최로운)을 보람 삼아 열심히 산다. 하지만 예술을 향한 꿈과 현실의 치열함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주’(차성덕 감독)는 외견상 지난여름 개봉된 문제작 ‘살아남은 아이’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이냐, 보원이덕의 공자냐’라는 질문이 오버랩 된다. 그런데 주체와 객체가 바뀜으로서 새로 정립된 주제의식이 다분히 독보적이어서 보는 이를 더 고통스러운 슬픔에 빠뜨린다.19살 영주(김향기)는 5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고교를 중퇴하고 유일한 가족인 중학생 동생 영인(탕준상)의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고모와 고모부는 남매의 전 재산인 연립주택을 빼앗지 못해 안달이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창궐’의 장동건, ‘암수살인’의 주지훈, ‘아수라’의 황정민의 공통점은 누가 봐도 상업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아 돋보였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배우가 연기력의 완성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 혹은 톱스타가 슬럼프를 극복하거나 피해야 할 최종 배수진으로써 악역이 각광받고 있다.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서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는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고, 제작 시스템 역시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친구’에서 장동건과 유오성이 수위 분간이 힘든 안타고니스트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영화화됐다. 일본 버전이 지난 2월 개봉된 데 이어 오는 8일 한지에 감독, 청룽(성룡) 주연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가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세 좀도둑 샤오보(왕준카이), 아지에(둥쯔젠), 통통(디리러바)은 웬일인지 한 집안을 마구 파괴한다. 마침 퇴근하는 그 집의 주인인 중년여성을 결박하고 BMW를 빼앗아 도망친다. 그들이 도착한 동네는 폐허에 다름없다.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호평 속에 개봉됨으로써 록밴드 퀸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리드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레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잔지바르 출신 이민자 파로크 불사라가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다 캠퍼스밴드 스마일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된다.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한 그는 밴드의 이름을 퀸으로 바꾸면서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함께 실질적인 리더로 부상한 뒤 나중엔 명실상부한 팀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이런 퀸의 성공가도와 머큐리의 파란만장한 사생활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퀸의 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리 스릴러 ‘동네사람들’(임진순 감독)은 믿음직스러운 한편 고정된 이미지의 과소비가 지적되는 마동석(기철)과 ‘아저씨’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김새론(유진)이 주인공이라는 게 기대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좀 염려스러운, 양날의 검의 영화인데 메시지만큼은 큰 울림을 준다.한때 동양챔피언까지 지냈던 복싱 코치 기철은 협회 간부들의 전횡을 못 참고 부회장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일을 때려치운 뒤 여동생의 주선으로 지방 한 중소도시 여자고등학교의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한다. 교감은 그에게 학생주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일라이 로스 감독)는 일단 잭 블랙(조나단)과 케이트 블란쳇(플로렌스)이라는 흥행의 보증수표가 주인공이라는 게 무척 미덥다. 전체 관람 가 등급에 소년 오웬 바카로(루이스)도 주인공이란 점에서 가벼운 판타지로 지레짐작하는 선입견만 피한다면 실망은 없을 듯.루이스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엄마의 오빠 조나단의 집으로 간다. 독신인 조나단에겐 딸을 잃고 혼자 사는 이웃사촌 플로렌스가 유일한 친구다. 앞집의 핸쳇 아줌마는 새벽에 색소폰을 부는 조나단과 매일 부닥친다. 집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는 퀸이 귀에 익다면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혹은 에이즈로 45살에 떠난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을 흥밋거리로 내세운 전기 드라마 정도로 예단할 수 있다. 맞을 수도 있지만 진짜 주인공이 주옥같은 20곡의 히트곡과 퀸 자체라는 데서 틀렸다.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다시는 볼 수 없는 퀸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상과 사운드만으로도 이 영화의 값어치는 라이브에 가깝다. 브라이언 메이(기타리스트)와 로저 테일러(드러머)가 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큐멘터리 영화 ‘1991, 봄’(권경원 감독)은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살아있으며 돌아오기도 하기에 과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며 다원성과 통일성을 하나로 보고 대립물의 충돌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를 연상케 한다.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지만 이듬해 들어선 노태우 정권은 전임 전두환 정권의 폭정을 그대로 이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조폭은 발본색원-일망타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