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정환 감독의 첫 연출 영화 ‘해피 투게더’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지만 시나리오가 어수선하고, 일부 캐릭터가 과장되거나 오용되며, 이런 상황에서의 연출이 매끄러울 리가 없다. 게다가 매우 따뜻하지만 감동을 의도한 연출의 톤은 과거로 회귀한다.2004년. 나이트클럽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석진(박성웅)은 아내로부터 버림받았지만 9살 외아들 하늘(최로운)을 보람 삼아 열심히 산다. 하지만 예술을 향한 꿈과 현실의 치열함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주’(차성덕 감독)는 외견상 지난여름 개봉된 문제작 ‘살아남은 아이’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이냐, 보원이덕의 공자냐’라는 질문이 오버랩 된다. 그런데 주체와 객체가 바뀜으로서 새로 정립된 주제의식이 다분히 독보적이어서 보는 이를 더 고통스러운 슬픔에 빠뜨린다.19살 영주(김향기)는 5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고교를 중퇴하고 유일한 가족인 중학생 동생 영인(탕준상)의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고모와 고모부는 남매의 전 재산인 연립주택을 빼앗지 못해 안달이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창궐’의 장동건, ‘암수살인’의 주지훈, ‘아수라’의 황정민의 공통점은 누가 봐도 상업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아 돋보였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배우가 연기력의 완성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 혹은 톱스타가 슬럼프를 극복하거나 피해야 할 최종 배수진으로써 악역이 각광받고 있다.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서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는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고, 제작 시스템 역시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친구’에서 장동건과 유오성이 수위 분간이 힘든 안타고니스트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영화화됐다. 일본 버전이 지난 2월 개봉된 데 이어 오는 8일 한지에 감독, 청룽(성룡) 주연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가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세 좀도둑 샤오보(왕준카이), 아지에(둥쯔젠), 통통(디리러바)은 웬일인지 한 집안을 마구 파괴한다. 마침 퇴근하는 그 집의 주인인 중년여성을 결박하고 BMW를 빼앗아 도망친다. 그들이 도착한 동네는 폐허에 다름없다.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호평 속에 개봉됨으로써 록밴드 퀸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리드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레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잔지바르 출신 이민자 파로크 불사라가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다 캠퍼스밴드 스마일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된다.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한 그는 밴드의 이름을 퀸으로 바꾸면서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함께 실질적인 리더로 부상한 뒤 나중엔 명실상부한 팀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이런 퀸의 성공가도와 머큐리의 파란만장한 사생활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퀸의 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리 스릴러 ‘동네사람들’(임진순 감독)은 믿음직스러운 한편 고정된 이미지의 과소비가 지적되는 마동석(기철)과 ‘아저씨’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김새론(유진)이 주인공이라는 게 기대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좀 염려스러운, 양날의 검의 영화인데 메시지만큼은 큰 울림을 준다.한때 동양챔피언까지 지냈던 복싱 코치 기철은 협회 간부들의 전횡을 못 참고 부회장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일을 때려치운 뒤 여동생의 주선으로 지방 한 중소도시 여자고등학교의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한다. 교감은 그에게 학생주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일라이 로스 감독)는 일단 잭 블랙(조나단)과 케이트 블란쳇(플로렌스)이라는 흥행의 보증수표가 주인공이라는 게 무척 미덥다. 전체 관람 가 등급에 소년 오웬 바카로(루이스)도 주인공이란 점에서 가벼운 판타지로 지레짐작하는 선입견만 피한다면 실망은 없을 듯.루이스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엄마의 오빠 조나단의 집으로 간다. 독신인 조나단에겐 딸을 잃고 혼자 사는 이웃사촌 플로렌스가 유일한 친구다. 앞집의 핸쳇 아줌마는 새벽에 색소폰을 부는 조나단과 매일 부닥친다. 집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는 퀸이 귀에 익다면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혹은 에이즈로 45살에 떠난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을 흥밋거리로 내세운 전기 드라마 정도로 예단할 수 있다. 맞을 수도 있지만 진짜 주인공이 주옥같은 20곡의 히트곡과 퀸 자체라는 데서 틀렸다.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다시는 볼 수 없는 퀸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상과 사운드만으로도 이 영화의 값어치는 라이브에 가깝다. 브라이언 메이(기타리스트)와 로저 테일러(드러머)가 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큐멘터리 영화 ‘1991, 봄’(권경원 감독)은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살아있으며 돌아오기도 하기에 과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며 다원성과 통일성을 하나로 보고 대립물의 충돌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를 연상케 한다.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지만 이듬해 들어선 노태우 정권은 전임 전두환 정권의 폭정을 그대로 이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조폭은 발본색원-일망타진 못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밤치기’(정가영 감독)는 독립영화의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상업영화를 넘보는 발칙함이 돋보인다. 왜 독립영화가 다양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왜 그게 상업영화의 발전을 담보하는지 잘 보여준다. 정가영이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았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남성을 이해하는 시선이 따뜻하다.독립영화 연출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20대 중반 가영은 30살 남자 진혁(박종환)을 만나 그의 성생활 및 연애에 관해 내밀한 내용까지 인터뷰를 한다. 부딪치는 술잔의 수와 만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둘은 아주 가까워져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李花門前) 바라보니수진이 날진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 떳다 봐라 저 종달새~석양은 늘어져 갈매기 울고 능수버들 가지 휘늘어진데꾀꼬리는 짝을 지어 이산으로 가며 꾀꼬리 수리루 음허~‘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남도민요 가락이 가을 하늘에 울려 퍼진다. 이화문전이 아니라 단풍직전처럼 남원성에서 교룡산성까지 오르는 길은 오색에 물든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뜻하다. 남원성(南原城) 북쪽 성벽을 지나 해자를 보니, 어디서 물줄기를 끌어왔을까. 바로 향교 아래 흐르는 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대상 이병헌과 최우수상 아이유, 논란은 없었다’(오마이뉴스). ‘2018 APAN 스타 어워즈, 권위와 영광이 있는 행사로 마무리’(문화일보). 지난 13일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의 수상 및 행사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청자들도 긍정적 반응이었다.‘전 방송사의 드라마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한 시상식’이라는 APAN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와있고 앞으로의 숙제는 뭘까? 이번 행사에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필자는 다소의 주관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 현빈(왕자 이청)이 다시 만난 ‘창궐’은 유해진은 없지만 장동건(병조판서 김자준), 조우진(박 종사관), 정만식(청의 충신 학수), 이선빈(궁사 덕희), 조달환(승려 대길) 등의 화려한 라인업만큼은 단연 눈에 띈다. 때는 병자호란 뒤 청의 속국이 된 조선의 왕 이조(김의성)의 시대.청으로부터의 자립을 도모하는 도총관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유럽에서 온 한 상선과의 밀거래를 통해 화승총을 수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선에 억류돼있던 좀비 하나가 제물포 땅을 밟은 뒤 그 지역에서 걷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은 꽤 탄탄한 플롯에 썩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돼있는데 그 완성도의 절반 이상은 원작 및 각본의 힘일 것이다. 변호사 태수(유해진), 가슴 성형 전문의 석호(조진웅),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교사를 그만둔 백수 영배(윤경호)는 속초에서 함께 자란 45살 죽마고우다.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은 시어머니까지 함께 사는 시집살이에 쌓인 말 못 할 스트레스를 SNS 문학 모임을 통해 풀고 있다.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은 정신과 의사고, 준모의 사업 자금을 대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콜롬비아 영화계의 신성 마놀로 크루즈가 각본, 연출, 주연을, 카를로스 델 카스티요가 공동 연출을 맡은 ‘엘 마르’는 상업영화의 공식에 익숙한 이에겐 초반에 지루하고 결국 불편함 끝에 ‘왜?’라는 의문만 남겠지만 삶의 명분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이에겐 감동적일 것이다.일찍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로사(비키 에르난데스)는 바다에 인접한 수상 가옥에서 퇴행성 근육긴장 질환으로 어릴 때부터 누워 지내는 아들 알베르토를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며 살고 있다. 알베르토는 작은 거울 하나로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광대무변한 음식의 세계음식의 세계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하다. 개개인의 손맛과 기술, 레시피가 다르기 때문에 창조할 수 있는 음식은 개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지구상에 선보이고 있는 음식을 세는 것은 바닷가 모래알 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사라진 음식은 얼마일 것이며 앞으로 창조될 음식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저 광대무변다고 표현할 수밖에. 때문에 음식과 관련해 함부로 명함을 내미는 것은 일종의 교만이다.모처럼 음식관련 축제에 다녀왔다. 지난 12~14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액션 어드벤처 영화 ‘액슬’(올리버 달리 감독)은 모든 걸 떠나 관객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맥을 짚어낸 센스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애완견이 가족이 되고, 로봇 애완견이 생명체로 여겨지는 세상, 이 스마트하지만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원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필요한 절박함을 제대로 찔렀다.미국 첨단 IT 회사 크레인은 군대의 의뢰로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기반으로 구성된 로봇 군용견 액슬을 완성하지만 납품을 앞두고 그게 도주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다. 아마추어 모터크로스 선수 마일스(알렉스 뉴이스테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위플래시’ ‘라라랜드’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새 영화 ‘퍼스트맨’은 다소 뜬금없을 것이다. 스트링을 멜로디 파트의 주역으로 내세운 교향곡 스타일의 웅대한 음악은 여전히 셔젤답지만 그 소재와 비주얼 그리고 주제에서 특히 ‘라라랜드’와 완전하게 차별화하기 때문이다.주인공은 누구나 다 아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 내용은 그런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결코 순탄치 않은 그의 인생 여정이다. 달에 성조기를 게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가톨릭 회관] 명동성당을 곁에 내주고 인파 속을 걷다 보면 수많은 유리창호로 단장된 직사각형의 건물을 명동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국내 최초의 가톨릭병원이 전신인 현 가톨릭 회관이 그것이다. 1936년 25개 병상 규모의 2층 목조건물로 문을 연 당시 성모병원은 1957년 12월 신축 병원 기공식을 시작으로, 그 후 3년 뒤 명동성모 병원의 시대를 열게 된다.하루 유동인구 150만 명에 이르는 번화가 명동 길과 삼일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가톨릭 회관.성당과 함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새롭게 극장가의 흥행 판도를 짠 ‘베놈’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의 경쟁에서 한국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암수살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역시 이지은 감독이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미쓰백’이 오는 11일 가세한다.‘암수살인’의 변별성은 여타 미스터리 스릴러가 범인이 누구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거나 범인을 잡는 과정의 스릴을 즐기게 만드는 것과 달리 잡힌 범인이 주장하는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의 진위 여부와 사실일 경우 그 피해자의 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