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밤치기’(정가영 감독)는 독립영화의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상업영화를 넘보는 발칙함이 돋보인다. 왜 독립영화가 다양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왜 그게 상업영화의 발전을 담보하는지 잘 보여준다. 정가영이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았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남성을 이해하는 시선이 따뜻하다.독립영화 연출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20대 중반 가영은 30살 남자 진혁(박종환)을 만나 그의 성생활 및 연애에 관해 내밀한 내용까지 인터뷰를 한다. 부딪치는 술잔의 수와 만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둘은 아주 가까워져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李花門前) 바라보니수진이 날진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 떳다 봐라 저 종달새~석양은 늘어져 갈매기 울고 능수버들 가지 휘늘어진데꾀꼬리는 짝을 지어 이산으로 가며 꾀꼬리 수리루 음허~‘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남도민요 가락이 가을 하늘에 울려 퍼진다. 이화문전이 아니라 단풍직전처럼 남원성에서 교룡산성까지 오르는 길은 오색에 물든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뜻하다. 남원성(南原城) 북쪽 성벽을 지나 해자를 보니, 어디서 물줄기를 끌어왔을까. 바로 향교 아래 흐르는 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대상 이병헌과 최우수상 아이유, 논란은 없었다’(오마이뉴스). ‘2018 APAN 스타 어워즈, 권위와 영광이 있는 행사로 마무리’(문화일보). 지난 13일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의 수상 및 행사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청자들도 긍정적 반응이었다.‘전 방송사의 드라마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한 시상식’이라는 APAN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와있고 앞으로의 숙제는 뭘까? 이번 행사에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필자는 다소의 주관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 현빈(왕자 이청)이 다시 만난 ‘창궐’은 유해진은 없지만 장동건(병조판서 김자준), 조우진(박 종사관), 정만식(청의 충신 학수), 이선빈(궁사 덕희), 조달환(승려 대길) 등의 화려한 라인업만큼은 단연 눈에 띈다. 때는 병자호란 뒤 청의 속국이 된 조선의 왕 이조(김의성)의 시대.청으로부터의 자립을 도모하는 도총관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유럽에서 온 한 상선과의 밀거래를 통해 화승총을 수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선에 억류돼있던 좀비 하나가 제물포 땅을 밟은 뒤 그 지역에서 걷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은 꽤 탄탄한 플롯에 썩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돼있는데 그 완성도의 절반 이상은 원작 및 각본의 힘일 것이다. 변호사 태수(유해진), 가슴 성형 전문의 석호(조진웅),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교사를 그만둔 백수 영배(윤경호)는 속초에서 함께 자란 45살 죽마고우다.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은 시어머니까지 함께 사는 시집살이에 쌓인 말 못 할 스트레스를 SNS 문학 모임을 통해 풀고 있다.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은 정신과 의사고, 준모의 사업 자금을 대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콜롬비아 영화계의 신성 마놀로 크루즈가 각본, 연출, 주연을, 카를로스 델 카스티요가 공동 연출을 맡은 ‘엘 마르’는 상업영화의 공식에 익숙한 이에겐 초반에 지루하고 결국 불편함 끝에 ‘왜?’라는 의문만 남겠지만 삶의 명분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이에겐 감동적일 것이다.일찍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로사(비키 에르난데스)는 바다에 인접한 수상 가옥에서 퇴행성 근육긴장 질환으로 어릴 때부터 누워 지내는 아들 알베르토를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며 살고 있다. 알베르토는 작은 거울 하나로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광대무변한 음식의 세계음식의 세계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하다. 개개인의 손맛과 기술, 레시피가 다르기 때문에 창조할 수 있는 음식은 개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지구상에 선보이고 있는 음식을 세는 것은 바닷가 모래알 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사라진 음식은 얼마일 것이며 앞으로 창조될 음식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저 광대무변다고 표현할 수밖에. 때문에 음식과 관련해 함부로 명함을 내미는 것은 일종의 교만이다.모처럼 음식관련 축제에 다녀왔다. 지난 12~14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액션 어드벤처 영화 ‘액슬’(올리버 달리 감독)은 모든 걸 떠나 관객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맥을 짚어낸 센스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애완견이 가족이 되고, 로봇 애완견이 생명체로 여겨지는 세상, 이 스마트하지만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원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필요한 절박함을 제대로 찔렀다.미국 첨단 IT 회사 크레인은 군대의 의뢰로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기반으로 구성된 로봇 군용견 액슬을 완성하지만 납품을 앞두고 그게 도주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다. 아마추어 모터크로스 선수 마일스(알렉스 뉴이스테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위플래시’ ‘라라랜드’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새 영화 ‘퍼스트맨’은 다소 뜬금없을 것이다. 스트링을 멜로디 파트의 주역으로 내세운 교향곡 스타일의 웅대한 음악은 여전히 셔젤답지만 그 소재와 비주얼 그리고 주제에서 특히 ‘라라랜드’와 완전하게 차별화하기 때문이다.주인공은 누구나 다 아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 내용은 그런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결코 순탄치 않은 그의 인생 여정이다. 달에 성조기를 게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가톨릭 회관] 명동성당을 곁에 내주고 인파 속을 걷다 보면 수많은 유리창호로 단장된 직사각형의 건물을 명동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국내 최초의 가톨릭병원이 전신인 현 가톨릭 회관이 그것이다. 1936년 25개 병상 규모의 2층 목조건물로 문을 연 당시 성모병원은 1957년 12월 신축 병원 기공식을 시작으로, 그 후 3년 뒤 명동성모 병원의 시대를 열게 된다.하루 유동인구 150만 명에 이르는 번화가 명동 길과 삼일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가톨릭 회관.성당과 함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새롭게 극장가의 흥행 판도를 짠 ‘베놈’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의 경쟁에서 한국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암수살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역시 이지은 감독이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미쓰백’이 오는 11일 가세한다.‘암수살인’의 변별성은 여타 미스터리 스릴러가 범인이 누구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거나 범인을 잡는 과정의 스릴을 즐기게 만드는 것과 달리 잡힌 범인이 주장하는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의 진위 여부와 사실일 경우 그 피해자의 신원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하다. 그것을 사관(史觀)이라고 한다. 문화지평이란 역사문화 답사단체를 이끌다 보니 다양한 역사문화해설사를 만난다.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이라도 그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그것은 해설사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다면성(多面性)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8월4일부터 10월24일까지 열리는 ‘황금문명 엘도라도 -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역시 문화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유물 소유국인 콜롬비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CF 출신 베이커 형제(조나단, 조쉬)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SF 액션 ‘킨: 더 비기닝’은 작품성을 논하자면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수작 ‘천국의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천국은 반어적 혹은 은유적 표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은 천사라는 얘기. ‘킨’ 역시 유사한 형제들의 얘기다.백인 할(데니스 퀘이드)은 갓 출소한 청년 친아들 지미(잭 레이너)와 입양한 14살 흑인 일라이(마일스 트루잇)와 함께 산다. 할은 두 아들을 평등하게 ‘혹독하게’ 대한다. 그리고 착하게 살 것을 ‘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주인공 에디(톰 하디)가 방송사 기자라는 점에서 소니와 마블의 새 빌런 히어로 영화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은 DC의 ‘슈퍼맨’이 연상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스파이더맨3’에서 등장한 심비오트가 또 다른 주인공이니 형제인 ‘스파이더맨’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여기에 최근 공개됐던 전신마비의 주인공을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 ‘스템’이 슈퍼히어로로 만드는 영화 ‘업그레이드’까지 겹친다. 서사 구조는 마블의 형제들은 물론 대다수 영웅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그럼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이 돋보이는 지점은 먼저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범의 정체를 숨기다가 마지막에 전혀 뜻밖의 인물로 반전을 던지는 전통적 형식과 미리 밝히지만 그를 잡는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변주적 방식 모두 피해가는 것.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태오(주지훈)는 영화 초반 강력계 형사들에게 잡히고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는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에게 면회를 요청해 자신의 살인 및 사체유기가 7건이라고 스스로 자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삼도 수군통제영, 줄여서 통제영. 이를 다시 두자로 줄여 오늘날 통영의 이름이 탄생했다. 잠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충무가 됐지만 통제영의 도시에서 그는 초대, 3대 삼도 수군통제사였을 뿐이다. 오늘날 해군본부격인 삼도 수군통제사가 한산도 제승당을 거점으로 창설됐고 거제도로 잠시 이전 했다가 6대 이경준이 다시 통영으로 옮겼다.이듬해 이경준은 6개월 만에 통제영의 객사 세병관(국보 305호)을 지었다. 한낱 어촌이던 곳이 갑자기 삼면 바다를 통괄하는 요새가 됐다. 이 같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6년 전국 총 53개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보호한 아동 수는 전해보다 24.1%가 증가한 1030명. 접수된 아동학대신고 2만587건 중 10.6%의 신고자가 가족이 아닌 제3자였다. 이혼율 세계 1위인 한국의 부모들은 이혼 후 새 파트너와의 행복을 꿈꾸지만 적지 않은 아이들은 행복을 잃는다.‘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이 겪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다. 백상아(한지민)의 엄마 정명숙(엄마)은 일찍 남편을 여의자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자가 된 후 상아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버렸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4편의 한국 영화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추석 연휴 극장가는 ‘안시성’(김광식 감독)의 압도적인 독주체제로 끝났다. ‘암수살인’(김태식 감독)과 마블의 블록버스터 ‘베놈’이 개봉되는 10월 3일 전까지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당’과 ‘협상’은 약 300만 명의 손익분기점이 관건이다.눈에 띄는 건 기획 당시부터 개봉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물괴’(120억 원)의 참패다. 현 추세로선 ‘인랑’(160억 원)의 89만여 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26일 ‘원더풀 고스트’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호아킨 피닉스에게 남우주연상을, 린 램지 감독에게 각본상을 각각 안겨준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팝콘필름과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대사 한 마디, 상황적 디테일 등에서 감독과 두뇌 싸움을 벌이거나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안성맞춤이다.신시내티에서 노모와 함께 사는 중년의 조(호아킨 피닉스)는 유명인사들의 은밀한 뒷일을 처리해주는 청부 범죄자다. 중개업자 존이 미성년자 성매매 업자들에게 납치된 보토 상원 의원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를 구해달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즈니 영화에 가족 관객이 몰리는 게 비단 착하다는 이유 하나뿐인 것은 아니라는 걸 마크 포스터 감독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여실히 보여준다. 감독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월드워Z’ 등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경력대로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영국 서식스 주의 소년 크리스토퍼는 아버지에 의해 대도시의 기숙사가 딸린 학교에 입학하면서 헌드레드 에이커 숲의 곰돌이 푸 등 인형 친구들 및 동물 친구들과 헤어진다. 성장한 그(이완 맥그리거)는 에블린(헤일리 앳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