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삼각산을 따라 백악산을 내려오면 내사산 중 가장 낮은 산을 만난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펼쳐진 성벽은 낙타산 정상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낙타산 정상은 125m이다. 그야말로 동산이다. 이곳에 서면 한양도성이 퍼즐처럼 연결된다. 정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마치 하나의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있다. 천과 천이 모여 강을 이룬다. 산과 산 사이 성벽이 있다. 성벽과 성벽 사이 성문이 있다. 인의예지,4대문과 4소문이다. 소통의 문이다. 좌청룡 낙타산,성안과 성밖 야경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추석 가족 영화관람 시즌이 사실상 시작된 19일 개봉된 ‘안시성’(김광식 감독), ‘명당’(박희곤 감독), ‘협상’(이종석 감독)이 흥행 각축 중이다. 그중 ‘안시성’과 ‘명당’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적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는 점에서 재미와 교양과 교훈을 동시에 던진다.선두를 치고 나간 ‘안시성’은 주목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씨조선은 물론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고구려가 주인공이라는 데서 무척 의미가 깊다. 향후 적지 않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2년. 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외진 곳 산자락 외딴집에 이종수(91) 김순규(92) 부부가 78년째 함께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부야 나부야’(최정우 감독)는 그때부터 이듬해까지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일과와 이종수의 아내를 떠나보낸 직후와 그 뒤의 일상을 담고 있다.‘산속’과 다름없는 곳에 단둘이 사는 노부부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방도 안방과 건넌방 딱 두 개. 부엌에서 장작을 때는 구들장 구옥이다. 아내는 거동이 불편해 거의 방안에 앉거나 누워있고, 역시 몸이 성치 않긴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 김태균 감독이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쫓는 실제 형사의 얘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치밀하고 치열한 미스터리 심리전이다. 눈부신 액션이나 뒤통수를 때리는 맥거핀이 없음에도 강렬하다.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은 한 ‘뽕쟁이’의 주선으로 태오(주지훈)를 소개받는데 그 자리에 들이닥친 강력계 형사들이 태오를 체포하는 걸 눈앞에서 본다. 그는 최근 발생한 살인 및 시체유기 사건의 진범. 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의 순수 제작비 185억 원은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135분이란 다소 부담스러운 러닝 타임은 상업적인 색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떠오를 즈음 벌써 끝났냐는 아쉬움이 들 정도. 판타지를 제거한 현사실적 ‘반지의 제왕’과 철학을 덜어낸 ‘트로이’의 종합이라면 과찬일까?당 태종 리시민(박성웅)은 아버지를 도와 당을 건국한 뒤 2대 왕에 올라 서, 남, 북을 평정했지만 동쪽의 고구려를 제압하지 못해 체면이 구겨진 상황. 신라의 고구려가 침공하지 말도록 겁박해달라는 부탁에 고구려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새 활에 관하여지난 호에서 소개드린 새 악기와 달리 새 활은 전문 연주자들 사이에 (새 악기에 비해) 보다 친근한(?) 상대다. 새 악기를 메인 악기로 취급하여 콘서트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며 그러한 연주자들은 쉬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전문 연주자들의 악기 케이스 혹은 컬렉션에서 현존하는 활 제작자들의 활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비단 수집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현재진행형‘의 물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단군신화에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 등의 신하들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건 애초부터 우리는 농경민족이었다는 걸 상징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아울러 지상학이 발달, 만연된 이유다.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은 그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거듭된 반전극이다.조선 말기. 효명세자가 세도가 영의정 김좌근(백윤식)의 계략에 의해 요절하자 순조는 중신들에게 아들의 명당 묏자리를 묻는다. 좌근을 중심으로 뭉친 중신들과 지관들은 입을 모아 한 곳을 지목한다. 나이 어린 지관 박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가 교묘하게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은 풍자와 해학, 혹은 그걸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사회적 시비에 있다. 그걸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에서 ‘협상’(이종석 감독)은 2명의 주연배우의 캐릭터를 극대화함으로써 시나리오의 힘을 증폭시키는 영리한 제작 시스템을 발휘한다.서울 양재동 한 단독주택에서 동남아시아인 2명이 젊은 한국인 남녀를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장 정준구(이문식)가 투입되지만 영어가 서툴러 애를 먹는다. 조사관 안혁수(김상호)는 휴가 중인 미국 유학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현령으로 5년간 근무했던 양천현은 지금의 강서구다. 이 지역 지명은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가면 재차파의(濟次巴衣)현이란 이름이 나온다.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 때는 공암(孔巖)현이었고 고려 현종 9년(1018년)에는 수주군(부천군의 옛이름)에 속했다. 이후 양원, 양평, 파릉, 제양 등으로 변했다가 고려 충선왕 2년(1310년)에 비로소 양천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양천의 뜻은 ‘밝은 태양과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란 의미다.조선시대에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인천 공화춘] 1884년 청국 조계지가 형성되면서 인천에 들어선 최초의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은 중국의 음식과 중국의 문화가 넘치는 개항장 인천의 상징이다. 대한민국 외식문화의 시초라 일컫는 짜장면. 100여 년 전, 인천에서 태어난 짜장면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지난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2012년 짜장면 박물관으로 개관한 옛 공화춘. 짜장면의 발원지로 알려져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로 재탄생했다. 박물관엔 개항과 함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출부 출신 김의석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장편 데뷔작 ‘죄 많은 소녀’는 최소한 문제작 반열에 오를 듯하다. 유물론과 관념론, 경험론과 합리론,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등 사람들이 살면서 모호하게 느낄 법한 경계 혹은 다름에 대한 심오한 성찰 또는 경멸을 담고 있다.여고생 경민(전소니)이 실종되자 담당 형사(유재명)는 사건 당일 경민과 함께 있었던 영희(전여빈)와 한솔(고원희)을 만나지만 진술이 달라 난감해 한다. 시내 강의 다리 위에서 경민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된다.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문화’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고 돼 있다.한민족백과사전에는 ‘문화라는 용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들은 비교적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상류사회’(변혁 감독)의 저조한 성적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인터뷰’ ‘주홍글씨’ 등의 이력을 가진 감독에 박해일과 수애의 조합은 ‘폭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폭망’까지 가진 않을 외형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이로 인해 마음 아플 사람은 투자자, 제작자, 감독 등 많겠지만 수애의 상처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최근 영화에서 여자들의 역할이 더욱 줄어든다는 불만이 많은 가운데 이 영화는 박해일로 시작해 중간 이후 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삽살개처럼 생기고, 망아지만큼 큰’ 괴물의 기록에서 영감을 얻은 허종호 감독이 쓰고 연출했다. 연산군의 폭정에 반발한 중신들이 일으킨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이 그러나 신진사류로 개혁을 꾀하다 오히려 그 훈구파의 반발을 사 위기에 몰렸던 시대다.인왕산에 물괴가 출몰한다는 괴이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도성 안의 백성들이 역병으로 줄줄이 죽어나가는 등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다. 중종(박희순)은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민심을 교란하는 것이라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쏘우’ 시리즈의 기획, 원안, 극본, 주연을 맡았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감독 리 워넬의 ‘업그레이드’는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지만 그 여운의 결이 다르고, 충격의 진폭이 이채롭다는 점에서 변별성을 갖춘다. 단순한 액션 영화로서도 재미있고, 의미와 철학이 풍부하다는 걸 깨닫는다면 더 재미있다.일상의 모든 시스템이 스마트화되고, 자율 운전 자동차가 생활화된 미래. 아내 애샤(멜라니 벨레조)는 인공 팔과 다리 등을 만드는 첨단 회사 코볼트에 다니지만 남편 그레이(로건 마샬 그린)는 부자들을 위해 아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독립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는 주변에 흔한 평범한 사람들의 각자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심리에 집중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단장의 고통을 소재로 출발해 양심과 이기심, 정의 구현과 치졸한 안정에 대해 묻는다. 여기에 살짝 미스터리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재미를 선사한다.소도시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하며 사는 중년 부부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은 1년 전 고1이던 아들 은찬을 잃었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간 은찬은 친구 기현(성유빈)을 구한 뒤 자신은 익사한 것. 1년 후 성철은 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벨기에가 자랑하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제작한 영화 ‘플래니테리엄’(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은 유럽식 예술영화치곤 비교적 쉽다. 매 시퀀스를 적당하게 받쳐주는 뛰어난 음향효과까지 분위기를 고조시켜줘 등장인물들의 감정과의 에움길마저도 편하며 전체적인 흐름과 동반하는 데 용이하다.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의 1930년대. 미국의 20대 로라(나탈리 포트만)와 10대 케이트(릴리-로즈 멜로디 뎁) 영매 자매가 교령회 공연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온다. 이를 본 유명 영화제작자 앙드레가 집으로 불러 개인적인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 기차바위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가을은 땅에서 귀뚜라미 등을 타고 내려온다. 하늘에서 뭉게구름 속에 가을의 햇빛을 비추며 다가온다. 입추 지나 말복 가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말복 지나 처서 오니 여름이 문득 멈춘다. 무더운 여름 흠뻑 내린 비에 바람이 세차게 분다. 절기는 오묘하다. 4계절 24절기 중 14번째 처서(處暑)가 지나간다.인왕산 기차바위에 앉아 남쪽을 본다. 600여 년 역사를 담은 종묘, 문화를 간직한 사단과 직단의 사직단 잔디밭이 아침비에 고요하다. 경복궁 옆 경회루도 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로 슈퍼스타가 되기 직전 찍은 ‘더 보이스’(마르얀 샤트라피 감독)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걸작 ‘성스러운 피’에 코미디를 더한 굉장히 독특한 상업적 컬트 무비다. 슬래셔에 판타지를 버무린 이 코믹 호러는 장르 파괴, 혹은 ‘짬뽕’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혁명적이다.미국 작은 도시 밀턴. 욕조 생산 공장 배송팀 신참인 제리(라이언 레이놀즈)는 매우 성실하고 착한 청년으로 사내 평판이 좋다. 상사는 곧 있을 전 직원 단합대회를 준비할 팀원으로 제리를 발탁하는데 운 좋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상류사회’(변혁 감독)는 얼핏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연상되지만 미스터리란 장치를 더해 구조적으로 사뭇 결이 다른 서스펜스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꾸준히 영세 상인들의 시위에 동참하던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은 어느 날 분신한 노인을 구해준다.미래그룹 산하 미래미술관 부관장인 그의 아내 수연(수애)은 미래그룹 한 회장(윤제문)의 아내인 관장 화란(라미란)과 더불어 후배인 민 실장(한주영)과의 사이에서 출세욕을 불태우는 중이다. 그러던 중 제2정당 민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