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하다. 그것을 사관(史觀)이라고 한다. 문화지평이란 역사문화 답사단체를 이끌다 보니 다양한 역사문화해설사를 만난다.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이라도 그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그것은 해설사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다면성(多面性)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8월4일부터 10월24일까지 열리는 ‘황금문명 엘도라도 -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역시 문화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유물 소유국인 콜롬비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CF 출신 베이커 형제(조나단, 조쉬)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SF 액션 ‘킨: 더 비기닝’은 작품성을 논하자면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수작 ‘천국의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천국은 반어적 혹은 은유적 표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은 천사라는 얘기. ‘킨’ 역시 유사한 형제들의 얘기다.백인 할(데니스 퀘이드)은 갓 출소한 청년 친아들 지미(잭 레이너)와 입양한 14살 흑인 일라이(마일스 트루잇)와 함께 산다. 할은 두 아들을 평등하게 ‘혹독하게’ 대한다. 그리고 착하게 살 것을 ‘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주인공 에디(톰 하디)가 방송사 기자라는 점에서 소니와 마블의 새 빌런 히어로 영화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은 DC의 ‘슈퍼맨’이 연상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스파이더맨3’에서 등장한 심비오트가 또 다른 주인공이니 형제인 ‘스파이더맨’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여기에 최근 공개됐던 전신마비의 주인공을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 ‘스템’이 슈퍼히어로로 만드는 영화 ‘업그레이드’까지 겹친다. 서사 구조는 마블의 형제들은 물론 대다수 영웅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그럼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이 돋보이는 지점은 먼저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범의 정체를 숨기다가 마지막에 전혀 뜻밖의 인물로 반전을 던지는 전통적 형식과 미리 밝히지만 그를 잡는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변주적 방식 모두 피해가는 것.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태오(주지훈)는 영화 초반 강력계 형사들에게 잡히고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는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에게 면회를 요청해 자신의 살인 및 사체유기가 7건이라고 스스로 자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삼도 수군통제영, 줄여서 통제영. 이를 다시 두자로 줄여 오늘날 통영의 이름이 탄생했다. 잠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충무가 됐지만 통제영의 도시에서 그는 초대, 3대 삼도 수군통제사였을 뿐이다. 오늘날 해군본부격인 삼도 수군통제사가 한산도 제승당을 거점으로 창설됐고 거제도로 잠시 이전 했다가 6대 이경준이 다시 통영으로 옮겼다.이듬해 이경준은 6개월 만에 통제영의 객사 세병관(국보 305호)을 지었다. 한낱 어촌이던 곳이 갑자기 삼면 바다를 통괄하는 요새가 됐다. 이 같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6년 전국 총 53개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보호한 아동 수는 전해보다 24.1%가 증가한 1030명. 접수된 아동학대신고 2만587건 중 10.6%의 신고자가 가족이 아닌 제3자였다. 이혼율 세계 1위인 한국의 부모들은 이혼 후 새 파트너와의 행복을 꿈꾸지만 적지 않은 아이들은 행복을 잃는다.‘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이 겪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다. 백상아(한지민)의 엄마 정명숙(엄마)은 일찍 남편을 여의자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자가 된 후 상아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버렸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4편의 한국 영화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추석 연휴 극장가는 ‘안시성’(김광식 감독)의 압도적인 독주체제로 끝났다. ‘암수살인’(김태식 감독)과 마블의 블록버스터 ‘베놈’이 개봉되는 10월 3일 전까지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당’과 ‘협상’은 약 300만 명의 손익분기점이 관건이다.눈에 띄는 건 기획 당시부터 개봉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물괴’(120억 원)의 참패다. 현 추세로선 ‘인랑’(160억 원)의 89만여 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26일 ‘원더풀 고스트’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호아킨 피닉스에게 남우주연상을, 린 램지 감독에게 각본상을 각각 안겨준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팝콘필름과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대사 한 마디, 상황적 디테일 등에서 감독과 두뇌 싸움을 벌이거나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안성맞춤이다.신시내티에서 노모와 함께 사는 중년의 조(호아킨 피닉스)는 유명인사들의 은밀한 뒷일을 처리해주는 청부 범죄자다. 중개업자 존이 미성년자 성매매 업자들에게 납치된 보토 상원 의원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를 구해달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즈니 영화에 가족 관객이 몰리는 게 비단 착하다는 이유 하나뿐인 것은 아니라는 걸 마크 포스터 감독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여실히 보여준다. 감독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월드워Z’ 등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경력대로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영국 서식스 주의 소년 크리스토퍼는 아버지에 의해 대도시의 기숙사가 딸린 학교에 입학하면서 헌드레드 에이커 숲의 곰돌이 푸 등 인형 친구들 및 동물 친구들과 헤어진다. 성장한 그(이완 맥그리거)는 에블린(헤일리 앳웰)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삼각산을 따라 백악산을 내려오면 내사산 중 가장 낮은 산을 만난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펼쳐진 성벽은 낙타산 정상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낙타산 정상은 125m이다. 그야말로 동산이다. 이곳에 서면 한양도성이 퍼즐처럼 연결된다. 정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마치 하나의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있다. 천과 천이 모여 강을 이룬다. 산과 산 사이 성벽이 있다. 성벽과 성벽 사이 성문이 있다. 인의예지,4대문과 4소문이다. 소통의 문이다. 좌청룡 낙타산,성안과 성밖 야경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추석 가족 영화관람 시즌이 사실상 시작된 19일 개봉된 ‘안시성’(김광식 감독), ‘명당’(박희곤 감독), ‘협상’(이종석 감독)이 흥행 각축 중이다. 그중 ‘안시성’과 ‘명당’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적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다는 점에서 재미와 교양과 교훈을 동시에 던진다.선두를 치고 나간 ‘안시성’은 주목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이씨조선은 물론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고구려가 주인공이라는 데서 무척 의미가 깊다. 향후 적지 않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2년. 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외진 곳 산자락 외딴집에 이종수(91) 김순규(92) 부부가 78년째 함께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부야 나부야’(최정우 감독)는 그때부터 이듬해까지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일과와 이종수의 아내를 떠나보낸 직후와 그 뒤의 일상을 담고 있다.‘산속’과 다름없는 곳에 단둘이 사는 노부부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방도 안방과 건넌방 딱 두 개. 부엌에서 장작을 때는 구들장 구옥이다. 아내는 거동이 불편해 거의 방안에 앉거나 누워있고, 역시 몸이 성치 않긴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 김태균 감독이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쫓는 실제 형사의 얘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치밀하고 치열한 미스터리 심리전이다. 눈부신 액션이나 뒤통수를 때리는 맥거핀이 없음에도 강렬하다.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은 한 ‘뽕쟁이’의 주선으로 태오(주지훈)를 소개받는데 그 자리에 들이닥친 강력계 형사들이 태오를 체포하는 걸 눈앞에서 본다. 그는 최근 발생한 살인 및 시체유기 사건의 진범. 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의 순수 제작비 185억 원은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135분이란 다소 부담스러운 러닝 타임은 상업적인 색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떠오를 즈음 벌써 끝났냐는 아쉬움이 들 정도. 판타지를 제거한 현사실적 ‘반지의 제왕’과 철학을 덜어낸 ‘트로이’의 종합이라면 과찬일까?당 태종 리시민(박성웅)은 아버지를 도와 당을 건국한 뒤 2대 왕에 올라 서, 남, 북을 평정했지만 동쪽의 고구려를 제압하지 못해 체면이 구겨진 상황. 신라의 고구려가 침공하지 말도록 겁박해달라는 부탁에 고구려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새 활에 관하여지난 호에서 소개드린 새 악기와 달리 새 활은 전문 연주자들 사이에 (새 악기에 비해) 보다 친근한(?) 상대다. 새 악기를 메인 악기로 취급하여 콘서트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며 그러한 연주자들은 쉬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전문 연주자들의 악기 케이스 혹은 컬렉션에서 현존하는 활 제작자들의 활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비단 수집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현재진행형‘의 물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단군신화에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 등의 신하들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건 애초부터 우리는 농경민족이었다는 걸 상징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아울러 지상학이 발달, 만연된 이유다.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은 그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거듭된 반전극이다.조선 말기. 효명세자가 세도가 영의정 김좌근(백윤식)의 계략에 의해 요절하자 순조는 중신들에게 아들의 명당 묏자리를 묻는다. 좌근을 중심으로 뭉친 중신들과 지관들은 입을 모아 한 곳을 지목한다. 나이 어린 지관 박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가 교묘하게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지점은 풍자와 해학, 혹은 그걸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사회적 시비에 있다. 그걸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점에서 ‘협상’(이종석 감독)은 2명의 주연배우의 캐릭터를 극대화함으로써 시나리오의 힘을 증폭시키는 영리한 제작 시스템을 발휘한다.서울 양재동 한 단독주택에서 동남아시아인 2명이 젊은 한국인 남녀를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장 정준구(이문식)가 투입되지만 영어가 서툴러 애를 먹는다. 조사관 안혁수(김상호)는 휴가 중인 미국 유학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현령으로 5년간 근무했던 양천현은 지금의 강서구다. 이 지역 지명은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가면 재차파의(濟次巴衣)현이란 이름이 나온다.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 때는 공암(孔巖)현이었고 고려 현종 9년(1018년)에는 수주군(부천군의 옛이름)에 속했다. 이후 양원, 양평, 파릉, 제양 등으로 변했다가 고려 충선왕 2년(1310년)에 비로소 양천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양천의 뜻은 ‘밝은 태양과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란 의미다.조선시대에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인천 공화춘] 1884년 청국 조계지가 형성되면서 인천에 들어선 최초의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은 중국의 음식과 중국의 문화가 넘치는 개항장 인천의 상징이다. 대한민국 외식문화의 시초라 일컫는 짜장면. 100여 년 전, 인천에서 태어난 짜장면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지난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2012년 짜장면 박물관으로 개관한 옛 공화춘. 짜장면의 발원지로 알려져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로 재탄생했다. 박물관엔 개항과 함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출부 출신 김의석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장편 데뷔작 ‘죄 많은 소녀’는 최소한 문제작 반열에 오를 듯하다. 유물론과 관념론, 경험론과 합리론,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등 사람들이 살면서 모호하게 느낄 법한 경계 혹은 다름에 대한 심오한 성찰 또는 경멸을 담고 있다.여고생 경민(전소니)이 실종되자 담당 형사(유재명)는 사건 당일 경민과 함께 있었던 영희(전여빈)와 한솔(고원희)을 만나지만 진술이 달라 난감해 한다. 시내 강의 다리 위에서 경민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