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바닷마을 다이어리’(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5)는 고레에다의 영화 중 매우 잔잔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상업적 구문론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지루하겠지만 고레에다 팬이라면 매우 만족할 만한 가족 영화이다. 일상에서 마주칠 만한, 착하고 조용한 인물들이 의외로 큰 감동을 안겨 준다.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자매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야마가타의 장례식장으로 간다. 아버지는 바람이 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플레이그라운드’(로라 완델 감독)는 국내 관객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벨기에 영화인데 프랑스 영화 애호가라면 열렬히 환호할 만한 메시지와 예술성을 보장한다. 7살 노라(마야 반데베크)는 이제 막 입학한 소녀이다. 함께 등교하는 오빠 아벨(군터 뒤레)에게 학교가 두렵다고 토로하지만 아벨도 마찬가지.이미 아벨은 상급생 앙투완의 무리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처지이다.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운 노라는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아벨에게 다가서지만 아벨은 앙투완 무리에게 노라마저도 폭행당할 것을 우려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통사람’(김봉한 감독)은 2017년 3월 개봉 당시 515만여 명의 ‘미녀와 야수’, 292만여 명의 ‘프리즌’, 217만여 명의 ‘로건’, 168만여 명의 ‘콩: 스컬 아일랜드’ 등에 가려져 비록 38만여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지만 영화계와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한국 현대사를 해부한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1987년. 서울 청량리 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은 자신의 박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봉투를 붙이는 농아 아내(라미란), 초등학생 아들 민국과 함께 허름한 집에서 살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퍼스트 러브’는 추종자들로부터 ‘츠츠미 월드’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새 작품이다. 22살의 여대생 칸나(요시네 쿄코)가 아버지 나오토를 식칼로 살해하자 사진작가 가몬(쿠보즈카 요스케)의 아내인 상담심리사 유키(키타가와 게이코)가 취재에 나선다.그런데 담당 변호사가 시동생인 카쇼(나카무라 토모야). 사실 카쇼는 가몬의 친동생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어머니가 남자와 눈이 맞아 사라지자 그녀의 언니가 걷어 키운 것. 게다가 유키와 카쇼는 대학 동기생으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금까지의 배트맨 영화 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에 최고 점수를 줘도 반박할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클로버필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을 연출한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을 그 옆에 슬쩍 세워도 역시 불쾌해할 관객도 없을 듯하다.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은 20년 전에 시장 선거에 나섰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노상강도에게 잃은 뒤 오로지 복수심을 키우며 살아왔다. 이제 30대 초중반쯤 된 그는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와 도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아치의 노래, 정태춘’(고영재 감독, 5월 18일 개봉)은 생활에 찌들어 일시적으로 망각했던 인권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아쉬웠거나, 아름다웠거나, 혹은 암울했던 시절의 추억과 기억을 소환해 주는 정말 소중한 다큐멘터리이다. 정태춘(68)과 박은옥(65)은 불멸의 포크 부부이다.두 사람은 1978년과 79년 1년 차이로 각각 데뷔했다. 70년대의 대한민국 문화는 분노와 저항의 사조가 강했다. 민중의 항거는 이승만의 독재를 무너뜨렸지만 박정희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마땅할 군대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프터 라이프’(아그네츠카 보토위츠 보슬루 감독, 2009)는 제목만 보면 사후 세계를 다룬 듯하고, 내용을 보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의 사기극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내용이 깊다. 초등학교 교사 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연인인 변호사 폴(저스틴 롱)에게 점점 심드렁해져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폴은 시카고의 본사로 발령이 나자 생각 끝에 이참에 아예 애나와 결혼하려 마음먹고 저녁 식사 약속을 한다. 레스토랑에서 폴이 ‘함께 가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애나는 지레짐작으로 이별 선언이라 착각해 화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지옥행 특급택시’(D. C. 해밀턴 감독, 2018)의 원제는 ‘The Fare’(운임)이고, 내용은 판타지 멜로이니 얼마나 한심한 작명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무지한 왜곡과 달리 의외로 볼 만하다. 택시 기사 해리스(지노 앤서니 페시)는 늦은 밤 매니저의 명령대로 미모의 페니(브리나 켈리)를 태운다.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불이 꺼지며 페니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당황한 해리스가 매니저의 조언대로 미터기를 재설정하자 그는 이전 기억을 잊은 채 페니를 태운 장소로 되돌아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늘부터 우리는!!’(후쿠다 유이치 감독)은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코믹 학원물 만화를 원작으로 한 키치적 감성이 풍부한 B급(‘병맛’) 코미디이다. 아케히사 고교, 난요 고교, 베니 고교가 인접한 한적한 마을. 아케히사의 양대 ‘짱’ 사토시와 사가라가 떠난 이후 난요의 미츠하시와 이토가 패권을 잡았다.둘은 불량스럽지만 천성이 착한 데다 베니 ‘짱’ 이마이와 친구 사이라 동네는 평화롭다. 그런데 이웃 동네의 호쿠네이 고교가 화재를 당하는 바람에 그 학생들이 아케히사의 빈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되면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복지식당’(정재익, 서태수 감독)은 식당과는 상관없고, 장애인의 복지 문제에 관한 영화이다. 86년생 재기는 사고로 중증 장애를 입는다. 입원 중 홀어머니는 사망하고, 아들을 키우며 사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 은주가 그의 병시중을 해 준다. 그런데 관계 기관은 그에게 경증(5급) 판정을 내린다.한편 장애인 브로커 병호는 친한 후배 봉수에게 엄살을 지시해 2급 판정을 받도록 도와준다. 재기는 자신의 몸 상태와 다른 장애 등급 탓에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도우미의 돌봄도 받을 수 없으며, 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국의 스파이크 리는 거의 매 작품마다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는, 그에 관한 한 급진적이고, 때론 독선적인 흑인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다수의 관객에게 친절하지는 못한 편인데 ‘인사이드 맨’(2006)은 좀 다르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흥행 상위(북미 기준)에 올라 있다.맨해튼 신탁 은행에 러셀(클라이브 오웬)이 이끄는 4인조 강도가 침입해 직원 및 고객을 인질로 잡는다. 작업복,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정체를 숨긴 그들은 인질들도 똑같은 복장을 하게 만든다. 경찰은 유능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2020)는 리암 니슨의 복수극과는 매우 다른 블랙 코미디로서 꽤 심오한 영화이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한 소녀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전거를 사 달라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덴마크의 하이틴 마틸드가 자전거를 도둑맞는다.엄마 에마가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하지만 자동차의 시동이 안 걸려 지하철을 탄다. 통계학자 오토와 해커 렌나르트가 1년 동안의 알고리즘 연구를 발표하지만 해고당한 뒤 오토가 지하철을 탄다. 오토가 자리를 양보하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LA 컨피덴셜’(커티스 핸슨 감독, 1997)은 LA가 상징하는 미국(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화려한 겉모습과 그 이면의 추악함이라는 아이러니를 보여 주는, 매우 재미있고 뛰어난 누아르이다.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 LA. 최대의 범죄 단체인 미키 코헨 조직에 대한 경찰의 대규모 제거 작업이 시작된다.경찰서에서 파티가 열리고 버드(러셀 크로우) 형사는 술을 사러 나갔다 린(킴 베이싱어저)과 수전(엠버 스미스)을 본다. 술에 취한 형사들이 경찰을 공격해 붙잡혀 온 용의자들과 싸움이 붙는다. 그 혐의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2006)는 국내 개봉 때 배급사가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혹평까지 받았지만 굉장한 걸작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1936~39년 발생한 스페인 내전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1944년 스페인. 내전으로 공화파를 물리친 파시스트 군부가 정권을 잡았지만 자유주의자 등으로 구성된 반군들이 군부에 대항하던 시절. 내전으로 남편을 잃은 카르멘은 비달 대위와 결혼해 임신하자 전 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연출 실력을 보인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이다. 무대는 서울 동쪽 끝의 둔촌주공아파트. 단일 단지로서 최대 규모인 6000세대를 자랑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낡아 재개발이 결정되었기에 거의 떠나고 17세대만 남았다.그러다 보니 곳곳에는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고, 밤에는 공포감마저 자아낼 정도이다. 이 슬럼화된 동네의 주인은 300마리 정도의 고양이들. 입주자 혹은 인근 주민들은 ‘둔촌냥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먹이를 주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리오네트’(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 2020)는 그 주제 의식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꽤 흥미로운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미국의 아동 심리 치료사 메리언은 남편과 휴가를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스코틀랜드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말수 적고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는 10살 소년 매니를 담당한다.매니 역시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맥켈렌에게 입양되었다. 트라우마를 이겨 내지 못하던 메리언은 중고 서점을 운영하는 키런을 만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그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국의 전근대적 억압과 홍콩의 이면을 그려 온 여류 감독 쉬안화의 ‘양자경의 스턴트우먼’(1996)은 제목과 달리 액션물이 아닌, 꽤 찡한 드라마이다. 중국 본토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던 아진(량쯔충)은 홍콩으로 와 무술 실력이 무술 감독 동(홍진바오)의 눈에 들어 액션 영화의 대역으로 일하게 된다.스턴트우먼은 부상을 밥 먹듯 달고 살며 때로는 목숨의 위협도 느끼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다 보니 동 이하 스태프들과 한식구처럼 친해진다. 촬영 현장에 잘생긴 술집 주인 샘이 나타나고, 그는 노골적으로 아진에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로봇 앤 프랭크’(제이크 슈레이어 감독, 2012)는 로봇이 나오지만 SF나 액션이 아닌, 잔잔한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나름의 스릴과 반전으로 의외의 재미와 훈훈한 감동까지 안겨 준다. 로봇이 생활화된 근미래. 금고털이범이었던 프랭크(프랭크 란젤라)는 치매에 걸린 채 혼자 시골에서 살고 있다.딸 메디슨(리브 타일러)은 여행 다니느라 바빠 전화로 안부를 묻고 주말에만 아들 헌터(제임스 마스던)가 왕복 10시간을 투자해 프랭크를 찾아온다. 아내와는 오래전에 이혼했다. 프랭크의 취미는 읍내 도서관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미테이션 게임’(모튼 틸덤 감독, 2014)은 실존 인물의 전기 형식에서 벗어나고, 특정 이슈를 부각하는 오류를 피해 미스터리 구조를 갖췄다, 1951년 영국 맨체스터의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교수의 집에 도둑이 들자 노크 형사가 수사하고, 튜링의 과거가 인서트로 삽입된 형식으로 진행된다.도난당한 물품이 없다는 데 대해 노크는 직감적으로 튜링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1912년 태어난 튜링은 수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지만 비친화적인 성격 탓에 학창 시절 ‘왕따’였다. 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토탈 리콜’(렌 와이즈먼 감독, 2012)은 필립 K.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원작으로 한 폴 버호벤 감독의 동명의 SF 걸작을 리메이크했는데 내용은 가벼워졌지만 첨단 기술에 힘입어 비주얼과 재미는 확장되었다. 21세기 말. 화학 전쟁 탓에 브리튼 연방과 소도시 콜로니만 살 만한 환경이다.마티아스를 수장으로 한 테러 집단은 하우저라는 뛰어난 인물까지 영입해 날로 세력을 키우고, 코하겐 연방 수상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로봇 경찰을 대거 증원하려고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로봇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