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로봇 앤 프랭크’(제이크 슈레이어 감독, 2012)는 로봇이 나오지만 SF나 액션이 아닌, 잔잔한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나름의 스릴과 반전으로 의외의 재미와 훈훈한 감동까지 안겨 준다. 로봇이 생활화된 근미래. 금고털이범이었던 프랭크(프랭크 란젤라)는 치매에 걸린 채 혼자 시골에서 살고 있다.딸 메디슨(리브 타일러)은 여행 다니느라 바빠 전화로 안부를 묻고 주말에만 아들 헌터(제임스 마스던)가 왕복 10시간을 투자해 프랭크를 찾아온다. 아내와는 오래전에 이혼했다. 프랭크의 취미는 읍내 도서관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미테이션 게임’(모튼 틸덤 감독, 2014)은 실존 인물의 전기 형식에서 벗어나고, 특정 이슈를 부각하는 오류를 피해 미스터리 구조를 갖췄다, 1951년 영국 맨체스터의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교수의 집에 도둑이 들자 노크 형사가 수사하고, 튜링의 과거가 인서트로 삽입된 형식으로 진행된다.도난당한 물품이 없다는 데 대해 노크는 직감적으로 튜링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1912년 태어난 튜링은 수학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지만 비친화적인 성격 탓에 학창 시절 ‘왕따’였다. 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토탈 리콜’(렌 와이즈먼 감독, 2012)은 필립 K.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원작으로 한 폴 버호벤 감독의 동명의 SF 걸작을 리메이크했는데 내용은 가벼워졌지만 첨단 기술에 힘입어 비주얼과 재미는 확장되었다. 21세기 말. 화학 전쟁 탓에 브리튼 연방과 소도시 콜로니만 살 만한 환경이다.마티아스를 수장으로 한 테러 집단은 하우저라는 뛰어난 인물까지 영입해 날로 세력을 키우고, 코하겐 연방 수상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로봇 경찰을 대거 증원하려고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로봇 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케빈 맥도날드 감독, 2009)는 정치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사실 언론의 사명을 웅변하는 장엄한 서사의 영화이다. 밤. 마약쟁이 드숀과 배달부 버논이 킬러 로버트에게 살해된다. 다음날 아침. 유부남인 스타 의원 스티븐(벤 애플렉)의 보좌관 소냐가 출근 중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는다.스티븐은 방위예산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민간 방위산업체 포인트코프의 비리에 대한 청문회를 주도하고 있었다. 언론은 소냐가 스티븐과 불륜 관계였음에 주목해 치정 문제에 의한 자살로 기사를 쓴다. 그날 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콜드 체이싱’(2019)은 기존의 리암 니슨의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하지만 블랙 코미디라는 기준으로 감상한다면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이다. 넬스 칵스맨(리암 니슨)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스키 관광 소도시 키호에서 제설차를 운전하며 아내 그레이스, 공항에서 일하는 외아들 카일과 평범하게 산다.그런데 갑자기 카일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경찰은 단순한 약물 중독사로 처리하려 하고, 괴로워하던 넬스는 자살하려 한다. 그때 카일의 직장 동료인 단테가 나타난다. 그는 그동안 몰래 마약 운반에 가담하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퍼시픽 림’(2013)은 판타지에서 불가지론에 근거한 기괴한 상상력으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절반의 성공과 실패로 나뉜 블록버스터이다. 태평양 아래 다른 세계와 연결된 문을 통해 지구를 침략한 거대 괴물 카이주에 맞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7년째 전쟁 중인 2020년.전 세계는 그동안의 해묵은 경쟁에서 벗어나 연합 체제를 구성해 카이주에 맞서고 있는데 그건 예거 프로그램. 80m가 넘는 로봇 예거에 두 명의 파일럿이 승선해 예거와 신경을 연결해(드리프트) 조종하는데 예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복동’, ‘귀향’, ‘아이 캔 스피크’ 등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일련의 영화들은 매조지지 못한 역사 문제를 계속 환기시켜 왔다. ‘보드랍게’(박문칠 감독)는 같은 소재로써 보다 더 외연을 확장한 거시적 시선으로 대한민국과 일본의 숙제 해결부터 그 이후의 역사적 상처까지 어루만지는 뛰어난 작품이다.김순악(1938~2010). 경북 경산의 가장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6살 때 일본의 처녀 공출의 희생양이 되어 공장에 취업하는 줄 알고 만주로 끌려가 위안부가 되었다. 해방이 되어 서울역에 내렸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재기 발랄한 액션 마니아(‘짝패’)로 상업 영화계에 뿌리를 내린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으로 드디어 안정된 흥행의 교과서를 완성했다면 이젠 제 이념까지 설파할 만큼 당당한 위치에 우뚝 섰다. ‘모가디슈’( 2021)이다. 1990년.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이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김윤석)을 찾아 모가디슈로 온다.대한민국 정부는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로비 중이었는데 대진이 그에게 줄 선물을 공수해 온 것. 그러나 신성은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에 노상강도를 만나 선물을 빼앗긴다. 북측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500억 원의 제작비와 SF적 스케일을 자랑한 영화 ‘인피니트’(안톤 후쿠아 감독, 2021)는 그러나 유사한 제목의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와는 비교도 안 될, 시간이 남아돌 때에나 볼 만한 실패작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윤회자인 인피니트가 500여 명이 있는데 니힐리스트와 빌리버 두 파로 나뉜다.1985년. 니힐리스트를 지휘하는 배서스트(치웨텔 에지오포)는 지겨운 윤회를 막기 위해 전 인류를 멸절할 에그를 발명한다. 그러나 빌리버를 지휘하는 트레드웨이는 멸망을 막기 위해 에그를 탈취하고, 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몬스터 헌트’는 ‘슈렉 3’의 라맨 허 감독이 연출한, 바이바이허라는 아주 매력적인 중국 여배우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와 메시지를 보장하는 판타지 영화이다. 인간과 요괴가 공존했던 먼 옛날. 요괴들이 사라짐으로써 왕의 관심이 소홀해진 것을 되돌리기 위해 상인 두목이 요괴 사냥꾼들을 모은다.그는 사냥꾼들이 잡아온 요괴들로 요리를 내어놓는 대형 파티를 주최하는데 새로 태어날 요괴 왕자 우바가 최상의 요리라며 그를 잡아들이려 한다. 요리도 요리지만 그를 제거함으로써 요괴 왕국을 궤멸하려 하는 것. 엽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페어웰’(룰루 왕 감독, 2021)은 외형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인식론적 차이를 큰 줄기로 한 블랙 코미디이다. 빌리(아콰피나)는 6살 때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민 온 30살의 작가 지망생이다. 중국 창천에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리 할아버지와 사는 할머니가 있다.여동생의 보살핌을 받는 할머니가 폐암 말기라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지만 이모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를 숨긴다. 일본에서 사는 큰삼촌 하오빈이 아들 하오의 일본 여자 아이코와의 결혼식을 창춘에서 열기로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자신의 조국 아일랜드가 처한 정치적 위기를 소재로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을 얘기한 걸작 ‘크라잉 게임’(1992), 그런 본성에 의한 운명론과 동성애에 대한 은연중의 응원을 표시한 뱀파이어 소재의 명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의 닐 조던 감독의 ‘브레이브 원’(2007))은 비교적 상업적이다.공영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 에리카(조디 포스터)는 동거 중인 연인 데이빗과의 결혼 준비로 한창 들떠 있다. 평소처럼 퇴근 후 애완견 커티스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던 두 사람은 한 무리의 불량배를 만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시즌 오브 더 위치: 마녀 호송단’(도미닉 세나 감독, 2010)은 십자군이 활동하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이다. 1344년. 베이맨(니컬러스 케이지)과 펠슨(론 펄먼)은 죄를 사면 받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십자군으로 활약하며 명성을 떨쳤지만 교회의 횡포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한다.떠돌던 중 말을 바꾸기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 정체가 탄로나 잡힌 그들을 신부 데벨자크가 빼돌린다. 그곳은 3년째 역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상황. 교회는 마녀인 소녀 애나의 짓이라 판단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썸머 워즈’(2009)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와 ‘늑대 아이’(2012)의 사이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내놓은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일본 내 ‘여름을 그린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묻는 한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워낙 호불호가 엇갈려 논란마저 일고 있다.가상공간 오즈(OZ)가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한다. 사람들은 제 아바타를 통해 오즈에서 놀이, 소통, 비즈니스 등 실제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수학 천재 고교생 겐지에게 선배 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터널스’는 고른 계층으로부터 걸작으로 칭송받은 ‘노매드랜드’(2020)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큰 기대감을 부풀렸으나 결과적으로 MCU의 페이즈 3 이후, 즉 어벤저스의 활약이 끝난 뒤의 마블의 세계관이 더 이상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을 따름이다.셀레스티얼이라는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 그 첫 번째 셀레스티얼 아리솀은 BC 5000년 돌연변이 포식자 데비안츠들이 각 행성의 지적 생명체를 먹어 치우며 진화하자 올림피아 행성의 영웅들인 이터널스를 곳곳에 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1408’(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 2007)은 집 자체를 유령으로 설정한 일련의 공포 영화와 유사하지만 메시지가 꽤 신선하다. 마이크(존 쿠삭)는 어린 딸 케이티를 잃자 아내 릴리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가출해 LA에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공포 소설 작가이다.하지만 정작 그는 귀신이나 사후 세계 등 신비주의를 배척하는 회의론자이다. 그래서 그런 장소를 찾아다니며 유령 따위는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를 즐기며 산다. 그런 그에게 ‘돌핀 호텔 1408호에는 절대 들어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는 흥행에서 참패했지만 작품성과 더불어 봉 감독의 ‘될성부른 떡잎’의 기운을 알려 준 비운의 걸작이다. 시간 강사 윤주(이성재)는 변두리 대단지 서민 아파트에서 임신한 아내 은실(김호정)과 함께 산다. 사실상 백수이고 아내의 벌이로 먹고사는 셈이다.선배는 학장에게 뇌물을 제공해야 교수에 임용된다고 조언해 주지만 윤주에게 돈이 있을 리 없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윤주는 단지 내 개 짖는 소리에 분노해 마침 주인과 떨어진 애완견 한 마리를 잡아 옥상으로 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자토이치’는 1960~70년대 카츠 신타로가 주연, 감독, 제작 등을 맡아 시리즈로 활발하게 제작되어 일본에서 성공하고, 중국에도 꽤 알려진 영화이다. ‘자토이치’(2003)는 기타노 다케시가 주연과 감독을 맡아 이전 시리즈와는 사뭇 다르게 재탄생시킨 영화로 굉장히 상업적인 색채를 띤다. 재미있다.참고로 다케시는 매우 훌륭한 감독이자 유명한 희극 배우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혐한 유명인이기도 하다. 자토는 맹인 안마사라는 뜻. 에도 시대. 떠돌이 자토 겸 도박꾼 이치(기타노 다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걸후드’(2014)는 ‘워터 릴리스’(2007)와 ‘톰보이’(2020) 사이에 있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3부작 중 하나이다. 성적이 나빠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자 2년째 유급 중인 16살 소녀 마리엠. 홀어머니가 야간 청소부로 일하기에 어린 두 여동생을 돌보고 있다. 오빠 지브릴은 그녀에게 폭력적이다.담임선생으로부터 직업계 고교에 진학하라는 압박을 받고 나온 마리엠은 레이디, 아디아투, 필리 등 세 명의 불량소녀들로부터 함께 놀자는 제안을 받는다. 파리 외곽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타게이트’(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1994)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브라이언 싱어 감독, 2016)가 혹시 아이디어를 차용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 만큼 영리한 SF 영화이다. 미 공군은 66년 전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견된 고대 유물을 연구하던 중 언어학자인 잭슨(제임스 스페이더)을 부른다.그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광물질로 만들어진 거대 원형 기계 장치로 공군은 스타게이트라고 명명했다. 우주 반대편의 캘리암 은하계로 가는 통로였다. 공군은 총기 오발 사고로 아들을 잃고 퇴역한 오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