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외도가 혼인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외도 사건을 경험한 부부의 70~80%는 이혼에 이르지 않는다. 또 외도 때문에 이혼하더라도 외도 상대자와 결혼에 이른 경우는 2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대부분의 외도가 배우자와의 이혼이나 새 상대와의 결혼을 의도하여 행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외도가 이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통계가, 시간이 지나면 외도 사건이 묻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이혼을 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이혼을 하지 못한 채 이혼과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소위 ‘정서적 이혼’ 상태의 부부들을 적지 않다.​

외도는 상처 배우자는 물론 외도 배우자나 그 자녀들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 후유증은 이혼 후에도 사라지지 않으며, 심지어 이혼에 따른 상처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도가 드러난 직후에 당장 이혼할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부부 각자 흥분에서 벗어나 자신과 결혼 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되돌아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개략적인 수치로 말하면, 외도 사례의 1/4는 외도로 인한 분노와 불화 상태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며, 심지어 이혼 후에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각종 장애를 일으킨다. 1/2는 겉보기에는 겨우 수습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외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호 불신과 포기 상태로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 나머지 1/4정도만 외도 전 상태를 회복하거나 이전보다 나아진 관계를 달성한다.

회복의 가능성이 1/4이라면 매우 낮아 보일 것이다. 맞다. 그래서 외도가 혼인 관계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머지 3/4의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결과는 개인적 각성이나 종교적 체험을 통해서 얻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전문가와의 상담치료 과정이라 하겠다.

외도로 맞게 되는 결말과는 무관하게, 부부는 그 과정에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외도한 사람이 잘못이고 그 배우자는 불쌍한 사람이다” 라고 간단히 말하기는 쉽지만, 이런 판정이 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외도로 인한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점이 있다. ‘부부나 가족처럼 긴밀한 관계에서는 일방적인 가해-피해 구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면, 그 못지않은 고통을 나도 받게 된다. 외도는 한 사람의 잘못이지만, 상대를 비난하고 잘못을 추궁하는 것으로는 두 사람 모두 절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끔 상처 배우자에게서 “외도를 한 당신에게 문제가 있으니 치료를 받고 오라”는 지시를 받아 혼자서 상담실을 찾아오는 외도 배우자가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처벌’을 위해서라면 잘못한 외도 배우자만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가정과 관계의 회복은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물론 그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도 함께 노력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깨닫는 것이 회복의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이다. (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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