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재출범과 OTT 시장의 춘추전국시대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1.02.25l수정2021.02.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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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인류의 일상을 지배해온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극복되겠지만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디지털적으로 변전될 것이다.

국민의 문화생활 측면에선 방송과 영화 콘텐츠 감상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제 수많은 국민은 ‘안방극장’이나 멀티플렉스 등의 한정된 장소에서의 감상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압도적인 시청률을 독점했던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찾아보는 건 ‘전설의 고향’이 됐다.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지난해 손을 들고 규모 축소를 선언했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데다 극장을 고집했던 고전형 관객마저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출입을 꺼림에 따라 OTT 서비스 시장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OTT 월평균 순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637만여 명, 웨이브 344만여 명, 티빙 241만여 명 등이다.

이 세 채널이 국내 OTT를 압도하고 있지만 올해는 판도가 풍랑을 만난 듯 요동칠 것이다. ‘킬러 콘텐츠’ 측면에서 단연 압도적인 월트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를 비롯해 워너브러더스의 HBO맥스, 그리고 애플의 애플TV플러스 등 공룡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거나 진입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같은 무료 서비스도 일종의 OTT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국내 유저들에게 추억을 일깨워 주는 반가운 뉴스가 전해졌다. 싸이월드의 부활이다. SKT는 1999년 싸이월드를 출범시켰다. 싸이월드는 현재 국민들의 일상에 깊게 파고든 대표적인 SNS이자 콘텐츠 서비스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함께 아우를 만한 커뮤니티 장소이자 일기장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을 넘어 중년층까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각종 사진과 기록을 남기고, 친구(일촌)를 맺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전성기 때 일촌 건수가 10억여 건, 회원 수는 3200만여 명에 달했다. 현재 페이스북,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통해 소통하고 콘텐츠를 접하는 현상과 유사했던 것.

하지만 페이스북 등 외국산 소셜미디어의 부상으로 싸이월드는 소외되기 시작해 2014년 1월 SKT로부터 버림받은 뒤 2019년 10월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 싸이월드가 오는 5월 모바일과 웹사이트 서비스를 속개하면서 본격적인 종합 OTT 채널로 재출범한다.

기존 싸이월드의 폐쇄로 묻혀 있던 사진 170억여 장, 동영상 1억 5000만여 편 등 현재 청장년층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콘텐츠가 복원될지 많은 사람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에서 OTT 등의 온라인으로 옮겨간 수많은 유저들은 싸이월드가 어떤 재미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풀어낼지 무척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웨이브는 싸이월드의 ‘어머니’였던 SKT가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대항해 출범시킨 토종 OTT다. 하지만 역시 토종인 티빙과 합해도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전술한 또 다른 공룡들이 국내 시장에 입점하면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싸이월드 재출범 소식에 많은 누리꾼이 반색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전술했듯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유튜브 등의 선구자 격이었다. 만약 재출범이 최소한 연착륙한다면 SKT 입장에선 굉장히 입맛이 쓸 것이다. 앞선 싸이월드의 실패를 다시 한 번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만으로도 벅찬데 그에 못지않은 공룡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웨이브의 현실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SKT는 2013년 당시 부동의 1위 음악 서비스 회사인 멜론(현 로엔엔터테인먼트)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먼트에 2659억 원에 매각했다. 3년 후 카카오는 스타인베스트먼트로부터 지분 76.42%를 1조9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동통신업계의 최강자인 SKT가 디지털 음악시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 역시 SKT가 온라인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네이트가 3위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페이지뷰나 방문자 수는 네이버나 다음과 경쟁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엔 매우 미미하다.

새 싸이월드는 기존 싸이월드의 추억을 새로운 기술로 복원, 보완함으로써 더욱 혁신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함은 물론 각종 동영상 등 토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OTT 매체로서의 기능도 동시에 갖추겠다고 한다. 과연 새 싸이월드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처럼 작은 발걸음으로 출발해 대기업의 자리에 오를 만큼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줄 것인가?

물론 유저들의 감상 방식이나 서비스 형식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제작 스타일도 바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즉 대형 콘텐츠는 제작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소규모 제작 방식의 미니멀리즘도 확대될 것이다. 지난해 유튜브 최대의 히트작인 ‘가짜 사나이’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이 웹이나 모바일용으로 다양하게 양산될 것을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 대해 소비자는 즐거울 것이고 제작자는 골머리를 앓을 듯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가 대립한 모양새다. 경제 구조는 자유 경쟁이라고 하지만 노동자가 자본가를, 구멍가게가 대형 체인 마켓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벤담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화합을 넘어선 전 세계적 통일론을 주창한 스피노자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글로벌 시대이므로 자본주의는 공리주의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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