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기록과 기억보다 ‘망각’이 필요한 이유 [박용선 칼럼]

(주)탑로직 디지털장의사 대표 박용선l승인2021.02.25l수정2021.02.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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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디지털장의사 박용선의 ‘잊혀질 권리’] 최근 우리 사회는 레트로(Retro;복고)와 뉴트로(Newtro;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 열풍이 뜨겁다. 과거에 대한 애틋한 추억 하나쯤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카세트테이프나 LP판을 사고, 유튜브 등을 통해 과거 가요나 드라마에 푹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비단 음악뿐 아니라 패션, 식품을 가리지 않는다. 모두 아련한 과거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정보의 보고라는 일컫는 인터넷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이러한 레트로 열풍에 빠지게 해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준다. 과거의 것을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기록이 모두가 검색에 편리하고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의 추억을 즐기는 사람만큼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기록과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J.D 라시카 1998년 당시 최고의 잡지였던 ‘살롱’에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The Net never forget)’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우리의 과거는 우리 디지털 피부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시카의 말처럼 수많은 과거가 기록되고 기억되는 인터넷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디지털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시대 상대적으로 비대면의 삶을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과거와 현재의 삶의 기록들이 인터넷에 담겨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인터넷이 항상 좋은 것만 남겨놓을 리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면 할수록 기록과 기억을 소환하는 행위를 멈춰달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나를 잊어주세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다.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는 인터넷에서 기록과 기억에서 자신을 과거를 잊어달라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본격화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2010년 곤잘라스는 우연히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게 되는데, 1998년 연금을 제때 내지 않아 집이 경매에 처했다는 신문 기사가 검색결과로 나왔다. 곤잘라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검색된 것이다. 이 기사가 과거에는 사실보도(팩트)라고 해도, 이제는 그때와 달리 경제적인 형편도 나아졌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정보라고 판단해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기사와 검색결과 삭제를 요청했다.

당연히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4년 유럽연합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에서 곤잘라스의 손을 들어주게 됐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 검색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어쩌면, 이 검색결과는 구글은 물론 일반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곤잘라스 본인에게는 중대한 정보와 평판의 오류로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사법부는 당연히 이 곤잘라스라는 정보를 포함한 웹문서가 공익과 관련이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 판단했을 것이다.

곤잘라스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약 7년 전 일이지만, 이 판결로 인해 그동안 원치 않아도 한번 기록되고 기억된 정보들로 끙끙앓고 지내던 수많은 ‘곤잘라스’들이 들불처럼 자신의 잊혀질 권리를 찾기 시작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곤잘라스 사건을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6년부터 시행한 ‘잊혀질 권리’가 5년이 돼 간다. 현재 국내의 ‘잊혀질 권리’는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조치로 직접 자기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고, 직접 삭제가 어려운 경우에도 관리자에게 접근배제 요청을 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와 같은 포털사이트 검색사업자에게 검색목록 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시물의 경우에는 예외가 된다.

인터넷이 기록되고 기억되는 삶이 다시 부활해 레트로나 뉴트로와 같은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과거 개인의 정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제2, 제3의 곤잘라스가 많다. 피부까지 스며든 디지털시대에 인터넷에 게시글이나 이미지, 영상을 올리는 행위가 자신과 남에게는 피해가 없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시대가 됐다.

▲ (주)탑로직 디지털장의사 대표 박용선

[박용선 탑로직 대표]
-가짜뉴스퇴출센터 센터장
-사회복지자, 평생교육사
-(사)사이버1004 정회원
-인터넷돌봄활동가
-서울대 AMPFRI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고려대 KOMA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마케팅 애널리틱스학과 대학원 졸업
-법학과 대학원 형법전공
-전)희망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주)탑로직 디지털장의사 대표 박용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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