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쯤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충격과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당신은 “장하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뎠다”라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를 쓰다듬으며 칭찬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외도로 무너진 부부 관계에서 아직까지는 어떤 긍정적 변화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외도라는 사건은 아직도 한참동안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다만 차츰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힘을 얻기 바란다.
미리 하는 말이지만, 당신이 외도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을지 이혼을 하는 것이 나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신에게 “헤어지라” 또는 “참고 살아라” 등의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당신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 선택과 결과는 오로지 당신의 몫으로 남는다. 아무도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후회 없는 결정에 다음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회복을 위한 준비
한 부인은 “남편의 외도로 내 가슴에 마치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 같아요. 이게 지워질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왔다. 상담자는 “정확히 말하면 ‘역(逆) 주홍글씨’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헤스터 프린이 그 글자를 곱게 수(繡)놓은 것처럼 당신도 그 상처를 잘 극복해서 더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자수(刺繡)는 힘든 작업이다. 오랜 시간은 물론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자칫 실수로 전체를 망치지 않으려면 집중력과 기술도 있어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좋은 도안이 필요한데, 이번 글에서는 그 도안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겠다.
1 자신에게 집중하라:
① 만약 당신의 심리적 및 신체적 상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면, 아직은 그 회복에 집중할 때다. 여러 번 말했지만, 외도 사건은 긴 싸움이다. 게다가 아직은 누구와 그리고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그 상대도 불분명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면 당신 자신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② 많은 상처 배우자들이 상담실에서 외도 배우자가 한 말을 반복하여 이야기한다. 물론 상담자가 사실을 잘 알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 줄 안다. 그러나 외도 배우자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당신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그 말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것은 무엇보다 당신에게 해롭다. 그러니 그런 말들보다 당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더 집중하기 바란다.
③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멀리 해야 한다. 당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외도 배우자나 당신을 억지로 설득하려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당신의 감정조차 스스로를 힘들게 할 것이다. 심지어 자녀가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도 당신만큼 아프지 않을 뿐 아니라 대신 살아주지도 못한다. 당신에게 해로운 것은 피하고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으라. 무엇보다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라.
2 상황을 주도하라
① 외도 배우자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캐묻거나 어떻게 하라고 강제하는 상처 배우자들이 매우 많다. 겉보기에는 상처 배우자가 상황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외도 배우자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서 당신의 감정과 반응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당신이 외도 배우자에게 매달리는 것이지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없다. 외도 배우자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당신이 ‘칼자루를 굳게 잡고’ 있어야 한다.
② 분명한 계획을 세우라. 이 말은 상대를 용서할 것인지 이혼할 것인지 결심을 서두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런 결심을 서둘렀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경우들을 예측하고 각 경우에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하라는 말이다. 다만 계획은 세우되, 외도 배우자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이 가진 카드를 다 보여주고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계획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꾸면 되지만, 계획 자체가 없으면 계속 갈팡질팡하게 될 것이다.
③ 상대가 애쓰게 만들라. 대부분의 외도 배우자들은 외도를 들킨 후에 당신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알고 그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상대를 몰아세우면 어떻게 될까? 상대는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곤란을 피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를 편하게 놔두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당신이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상대는 더 조급해져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당신은 상대가 하는 것을 보고 당신에게 좋은 결정을 내리면 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하라.(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