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성장통 통한 인간성과 인식론적 혁신 탐구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1.03.27l수정2021.03.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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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산층 부부 이자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웬 윌슨)는 14살 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10살 아들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함께 산다. 그런데 어기는 얼굴이 아주 기이한 형태로 태어나 성형수술을 무려 27번이나 받았지만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4학년까지 엄마에게 홈스쿨 교육을 받은 뒤 5학년이 돼 처음 등교한다.

친절한 교장 투시먼은 자신의 이름으로 어기를 웃기며 긴장을 풀어 준 뒤 부잣집 아들 줄리언, 평범한 가정의 잭, 연예인 지망생 샬롯 등 세 친구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어기가 불친절한 줄리엣에게 상처를 입음으로써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학교생활이 힘들기는 비아도 마찬가지. 유일한 ‘절친’ 미린다가 변심해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상처를 준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우주인을 꿈꾸는 어기는 과학에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 과학시험 때 절절 매는 잭을 도와준 계기로 ‘절친’이 된다. 비아는 연극반 앞에서 서성대다 저스틴을 알게 된 인연으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저스틴의 친절함 덕에 학교생활에 새로운 취미를 붙이게 된다.

어기가 그토록 기다린 핼러윈 데이. 가면을 쓰고 학교에 간 어기는 ‘왜 그렇게 어기에게 잘해주냐’는 줄리언의 질문에 ‘교장 선생의 부탁 때문’이라는 잭의 말을 듣고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다시 낙담하고 위축되는데. 영화 ‘원더’(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2017)는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태어난 10살 소년 어기와 동급생 잭, 그리고 여고생 비아와 미란다의 성장기다.

어기를 10대 의사가 받아 줬다는 유머부터 ‘스타워즈’의 츄바카 등 캐릭터가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까지 결합된 매우 감동적인 드라마로서 지난달 재개봉됐다. 주제는 기성세대의 편견과 그걸 아무런 점검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새 세대에 대한 날선 비판과 통쾌한 아량의 복수극이다.

도대체 잘생겼다든가, 못생겼다든가, 보편타당하다든가, 비정상적이란 것의 기준은 어디 있을까? 그건 굉장히 주관적이고, 관습적이며, 편파적이라는 매우 웅장한 울림이 깊고 넓게 퍼지는 수작이다. 어기는 줄리언 등 못된 학생들에게 프레디 크루거(‘나이트 메어’의 화상 입은 살인마‘)나 골룸이라는 놀림을 당한다.

괴로운 그의 “난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라는 질문에 엄마는 “사람은 누구나 얼굴에 상처가 있어. 마음은 우리가 가는 곳의 지도를 보여 주고, 얼굴은 우리가 갔던 것을 보여 주지”라고 답한다. 어기의 기형은 유전자 탓이다. 그의 꿈은 우주인이다. 즉 그는 지구와는 다른 특별한 별에서 특수한 경험을 한 뒤 현전했다는 뜻이다.

‘넌 특별한 존재자이니 다른 걸 창피하다거나 괴로워하지 말라’는 얘기. 그래서 엄마는 또 “지금 있는 곳이 싫으면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라"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매사에 극현실적일 필요는 없다. 때론 판타지도 필요하고,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일지라도 희망이 현재의 고뇌와 고통을 극복해 줄 수도 있다는.

비아는 “어기는 태양, 나와 부모는 행성이다. 미란다도 우리 집은 어기라는 태양을 축으로 도는 지구 같다고 했다. 부모는 나한테는 관심도 없어 잔소리도 안 한다. 한 번이라도 날 봐 줬으면”이라며 극도의 외로움에 휩싸여있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사랑해 준 사람은 할머니.

그 할머니 사후 유치원 때부터 한 식구처럼 지내온 미란다에게서 유일한 위안을 얻었지만 웬일인지 여름 캠프에 다녀온 후 자신을 피한다. 일견 어기가 불행의 상징이고, 비아가 행복의 표징인 듯 보였으나 의외의 반전이다. 누구에게나 상처와 고민은 있다는. 비아의 내면은 충격적이면서 현사실적이다.

저스틴이 무녀독남이라 무척 힘들다고 말하자 비아는 자신도 무남독녀라고 거짓말을 한다. 처음으로 어기를 부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부모가 오직 어기에게만 신경 쓰고, 그에 대해 서운한 내색도 안 하고 동조자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자신의 위치를 찾고픈 아주 원초적인 욕망이 거짓으로 이어진 것.

서민의 아들 잭은 스포츠 관련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장학금 때문에 현재의 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장 선생의 의뢰를 받은 엄마의 부탁으로 어기에게 접근했는데 배울 것도 많고 매우 매력적인 인간미를 지닌 그에게 반해 진짜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모인 가운데 줄리언이 물어보니까 얼떨결에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로 교장의 부탁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렇게 잭의 빈자리에 들어오는 새 친구는 흑인 소녀 써머. 어기의 본명이 어거스트(8월)이니 찰떡궁합이다. 그렇게 단짝이 된 두 사람을 부럽게 바라보던 잭은 어기와 과학전람회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된 걸 계기로 정식 사과하고 다시 친구가 된다. 세 사람은 그 나이의 소년, 소녀답게 아름답게 살아간다.

그동안 리더인 줄리언에게 끌려만 갔던 잭은 대놓고 어기를 놀리는 줄리언에게 통쾌한 주먹을 날린다. 처벌할 줄 알았던 교장 선생은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던 듯 처벌도 안 하고 장학금도 예정대로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말한다. 교장 앞에 불려온 줄리언의 부모는 후원을 끊겠다고 협박한다. 기득권 세력의 오만방자함과 폭력성이 삭풍처럼 몰아치는 시퀀스다.

미란다는 아버지가 상사인 여자와 재혼한 뒤 알코올중독인 엄마와 둘이 사느라 넉넉지 못하다. 어릴 때부터 비아의 집에서 한 식구처럼 지내온 그녀는 비아와 그 집이 부러웠다. 여름 캠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어기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아 행세를 넘어서 부자 코스프레를 했더니 단숨에 스타가 됐다. 모든 게 결핍투성이였던 그녀의 인생에 드디어 환한 햇살이 내리쬐게 된 것.

그런데 캠프가 끝나고 학교에 복귀했을 때 자신의 그런 거짓말이 들킬까 두려워 비아와 눈을 마주칠 수도, 말을 섞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비아의 학교는 노골적으로 ‘윌리엄 포크너’다. 위선적이고 배덕적인 상류사회의 인종차별주의, 외모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 등을 고발한 포크너의 정신을 따르는 작품이다.

어기의 담임선생의 ‘행동은 기념비다’라는 가르침은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를 극대화한다. 그 가르침 덕에 잭은 과감하게 줄리언의 가식성을 고발하고 행동으로 그에 반발했다. 교장은 더 나아가 “어기의 외모를 바꿀 수 없으니 우리가 보는 방식을 바꾸자"라는 테제를 던진다. 인식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부모의 밑에서 그게 정석인 줄 알았던 줄리언은 교장의 담대함과 친절한 가르침에 뉘우치고 사과한다. 그렇다. 아이는 착하고 어른은 사악하다. 자신의 탄생 비화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어기에게 잭이 성형수술 의향을 묻자 “이게 한 거야”라고 답한다. 유쾌! 상쾌! 통쾌! 감동!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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