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보안여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천재 시인 이상, 그리고 문학청년들의 시인부락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고 떠나며 문화촌의 명맥을 이어온 서촌 통의동 일대. 그 통의동 길, 경복궁 영추문과 마주한 거리에 흑갈색 2층의 보안여관이 있다. 영업이 종료된 2004년까지 70년 넘게, 오가는 나그네들의 보금자리였다. 새하얀 간판에 파란 고딕체의 ‘보안여관’ 이름은 그대로지만 이제 여관은 뜨내기손님 대신 이른바 문화 투숙객을 받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햇볕이 바로 쪼이는 위치에 생생하고
젊은 한 개의 ‘시인부락’을 건설하기로 한다.
뒤에로 까마득한 과거에서 앞으로
먼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곳...
여기다가 꼭 무슨 빛깔있는 기치를 달아야만 멋인가?
우리는 우리 부락에 되도록
여러 가지의 과실과 꽃과 이를 즐기는
여러 가지의 식구들이 모여서 살기를 희망한다.”

                  - 창간호 편집후기 中 / 서정주

▲ 그 아름다운 공사가 시작된 당시 통의동 3번지의 작은 방

보안여관의 건립 시기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서정주 선생의 <천지유정>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 1936년에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 함형수 등과 <시인부락>을 보안여관에서 만들었다는 설이고,

▲ 보안여관 상량판 / 쇼와17년(1942년)

두 번째는 보안여관 2층에 있는 상량문에 나와 있는 소화 17년이 한국 연도로 치면 1942년이어서 1936년과 1942년 이 즈음에 건립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추정되고 있다.

▲ 목구조 2층에 10여개의 객실 설치(좌) / 덴죠(일본식 천정) 철거 후 드러난 목구조(우)

좁은 복도와 다닥다닥 붙은 쪽방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지금은 쇠락했지만 80년 전 이곳 어디에선가 학생 서정주는 문학의 꿈을 다졌을 것이다.

▲ 휘경, 사라지는 풍경(2009)

“1936년 가을 함형수와 나는 둘이 같이
통의동 보안여관이라는 데서 기거하면서
김동리, 김달진, 오장환 들과 함께
‘시인부락’이라는 한 시의 동인지를 꾸며냈다.”
                 - 천지유정(1972년) / 서정주 문학전집 中

그간 이곳에서 열린 전시만도 수백여 차례. 시인들의 흔적을 이어 이제 여관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 뱃놀이(2012)
▲ 청년예술가들의 인큐베이팅(2013)

생활문화 속에 위치한 여관이라는 장소를 활용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하다

▲ 서울 루나 포토페스티벌(2014)

보니 갤러리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시는 분들도 보안여관의 전시는 아주 쉽게 접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인분들이나 어린이들이나 문을 쉽게 열고 들어오는 등 문턱이 조금 낮다고 할 수 있다.

▲ 메이드 인 서울(2015)

수 십 년 세월이 빚어낸 그대로의 작품.
옛 보안여관에선 그렇게 켜켜이 쌓인 옛이야기가 오늘을 만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 <보안여관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798265
  ☞ 유튜브   : https://youtu.be/WU8vxjp_Mhg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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