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결 한의원 네트워크 일산점 장준모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땀은 자연스러운 체온조절 기전에 의해 나오는 현상이다. 몸에는 약 200~400만 개의 땀샘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땀샘은 평균 15,200cm²에 달하는 우리 몸의 표면 곳곳에 퍼져 있다. 얼마나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느냐는 부위에 따라 다르다.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처럼 땀샘이 발달한 곳도 있고, 귀두부나 결막처럼 땀샘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각각의 땀샘은 단단하게 잠긴 작은 관으로서 진피 깊숙이 틀어박혀 거의 쉬지 않고 작동하니, 땀 흘릴 일 없는 날씨에도 적정량의 땀이 나와 체온조절뿐만 아니라 천연 보습제의 역할도 수행한다.

땀샘에서 분비되는 양은 적어도 하루 600~700ml이며 운동 시 4,000~10,000ml까지도 이르게 된다. 땀 분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지만, 상황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땀 분비량의 변화가 생겼다면 이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건강 지표로 본다. 손발에 땀이 많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면 이는 ‘수족 다한증’의 시작일 수 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증상이 약하게, 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초반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손의 과다한 땀 분비는 학업 및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에 큰 문제가 되며, 밀폐되어있는 발에서 땀이 많이 날 경우 악취와 함께 피부 상태까지 망가질 수 있다. 무좀이나 만성 습진인 한포진이 병발하는 경우도 흔할 뿐 아니라 사타구니 습진(샅백선), 사마귀, 소와각질융해증 모두 다한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온열성 발한은 손과 발을 제외한 부위에서 나타나지만, 정신적 발한은 주로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에 영향을 미치며 땀을 조절하는 중추 역시 다르다. 정신적 발한은 대뇌피질에서, 온열성 발한은 시상하부의 앞 부분 쪽에서 담당한다. 손발의 땀 분비가 적정수준을 벗어난다고 느끼는 초반에, 바로 몸 상태 변화 및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한증은 주로 손이나 발, 겨드랑이, 얼굴 등 국소 부위에서 시작되는데 상태가 악화되어 전신으로 땀이 확대되기라도 하면 치료가 몹시 어렵기 때문이다.

손발에 흔히 나타나는 수족다한증은 소아부터 성인에 걸쳐 전체 인구의 약 1%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사춘기를 전후해서 나타났다가 나이가 들면서 완화되기도 하지만 대개 50-60대까지 지속되곤 한다. 이는 체질적 소인에 더해 긴장이나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몸의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항진되면서 자율신경계의 조화와 균형이 무너진다.

다한증을 앓는 환자의 근본적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과도한 칠정상(七情傷,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허해진 몸, 균형을 잃은 자율신경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을 주면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 한의학 진단에서는 맥이나 땀으로도 몸 상태를 판단하는데 호흡이나 소화, 심장박동, 체온 조절을 위한 땀 배출 등은 모두 자율신경계가 관장하는 부분으로서 건강 상태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결과적 증상인 땀을 틀어막기에 집중하기보다 뿌리가 되는 원인부터 점검하고 교정해나가야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수족다한증은 '비위'에 지나치게 열기(습열)가 쌓인 탓에 주변 장부인 심열과 간열이 함께 치솟으며 발생하는 증상으로 해석되며, 심포 삼초 경락 문제가 있다고도 해석된다. 대개 잘 놀라면서 심장이 자주 두근대고 예민한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며 이는 심신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기와 심장 등 장기 상태가 좋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땀이 나는 것을 의식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의식이 집중되고 긴장하면서 교감신경은 더 흥분하고 체온이 올라가 땀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야 오히려 땀이 멈출 수 있다.

다한증 환자의 유형을 세분하여 땀이 나는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같은 증상이더라도 환자의 몸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치료하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에 보다 집중하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족 다한증도 심해질 경우, 몸 속의 진액이 끊임없이 배출되어 정기가 계속 소모되고 몸의 음양균형이 깨지므로 일상에서의 불편함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름이 줄줄 새는 자동차처럼 에너지가 계속 새어나가는 상태이므로 매사 지치기 쉽고 큰 병이 오기도 쉬워진다. 따라서 다한증은 초기 발병 시기에 바로잡아야 하며 만약 다한증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이 따로 있다면 그것부터 치료한 후, 다한증 경과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운결 한의원 네트워크 일산점 장준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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