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을 때 나타나는 나의 시기나 질투이다.

우리말 ‘샘’과 비슷한 ‘질투’는 ‘시기’와 유의어로 흔히 연인관계의 감정을 뜻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자신의 정인이 타인과 애정관계를 가질 때 발생한다. 즉 내 정인을 빼앗으려는 상대방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질투이고 시기는 상대방이 기득권을 가진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서양에서는 ‘시기’나 ‘질투’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교권인 동양 특히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칠거지악’ 중의 하나로 금기시하였다. 시기나 질투가 가볍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속담에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는 말이 있다.

한 여자가 품는 시기/ 질투가 잘못하면 한 가정을 풍비박산 시킬 수도 있기에 금기시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도 주인의 사랑을 덜 받는 쪽은 많이 받는 쪽을 시기하고 공격을 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기’는 동양의 7가지 죄악 중 하나로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문제가 있는 행위이지만 ‘질투’는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지탄이나 사회적 단죄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감정이 있는 동물이나 인간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기/ 질투(jealousy/ envy)’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jealousy’는 그리스어 ‘zēlos’가 통속 라틴어 ‘zelosus(열의로 가득찬)’가 되었고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jaloux(jealous)’로 변형되면서 ‘jalousie’가 됐다. 이 단어를 영어에서 받아들이면서 ‘jealousy’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이 단어는 때로는 ‘질투’의 의미지만 대부분은 긍정적 의미로 ‘경쟁, 열정, 열의’의 의미로 사용된다. 질투와 연상된 색으로는 윌리암 세익스피어가 ‘green-eyed monster’란 말을 사용하면서 녹색은 질투와 시기를 연상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질투’를 의미하는 말이 ‘envy’이다. 이 말은 ‘in(on)’과 ‘videre(보다)’가 합성된 ‘invidere(악의를 가지고 바라보다)’에서 온 라틴어 ‘invidia(시기)’가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envie’가 되었다. 이 말이 그대로 중세 영어로 유입되었고 최종 ‘envy’로 정착을 하였다.

고대 프랑스어에서 온 ‘envie’는 토종 고대 영어 ’anda/ onda(호흡, 정서, 시기, 미움)’에서 유래된 ‘ande/ onde(시기)’와 고대 영어 ‘nīþ(시기, 미움, 악의)’에서 유래된 중세 영어 ‘nithe/ nith(시기, 악의)’를 대체하여 사용되었다.

두 단어 모두 ‘시기’와 ‘질투’를 의미하는데 이 둘의 미세한 차이를 보면 ‘jealousy’는 내가 없는 것을 남이 가졌을 때 미움이 동반된 강한 시기의 감정을 의미하고, ‘envy는 나도 같은 것을 갖고 싶다는 질투심으로 조금 약한 감정이라 할 수 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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