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을 잘 실천했다면, 지금쯤 상처 배우자는 물론 외도 배우자인 당신도 조금은 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당신도 마음을 졸이며 많은 애를 썼을 줄 안다. 당신들의 노력과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대로 당신들의 부부 관계가 계속 개선된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을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은 결혼 생활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혼을 고려하더라도 일단은 위기 상황을 잘 벗어나야 원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멈추고, 상처 배우자는 어떨지 생각해보자. 상처 배우자는 당신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상당 기간을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지냈을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나면 감정의 기복이 뜸해진다. 그에 따라 날카로운 말 수도 줄어드는 등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좀 나아지려나?’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상처 배우자는 여전히 당신을 지켜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망설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 모르게 이혼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란다. 상처 배우자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할 일은 당신들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결말(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는 몰라도)을 맞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도는 부부 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다. 물론 당신이 외도를 저지르게 된 이유 중에는 배우자의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당신의 실망과 분노는 외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잘못을 잘못으로 되갚아서는 안된다. 만약 당신의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그 모든 잘못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진 신뢰를 되찾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이어지는 글에서 설명하겠다.
이 글은 상처 배우자가 먼저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당신이 여기에서 권하는 대로 할 때 “뭐야? 거기서 시키니까 따라하는 거잖아? 당신의 진심대로 해. 그게 진짜지!” 할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이 다른 방법을 써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권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노력은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본 블로그 중의 상처 배우자를 위한 부분을 당신도 읽기를 권한다. 그래야 당신이 상처 배우자의 심정과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상처 배우자는 당신의 배신에서 아직 채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명심하라. 그리고 그 충격을 극복하려고, 다시 살아갈 이유와 힘을 찾으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음을 인정하라. 비록 현재의 모습이 당신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라도 말이다.
급성기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당신들의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할 것인지 아니면 헤어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 중요한 선택을 하기 전에 당신과 상처 배우자는 몇 가지 점들에 대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당신이 그런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