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사실 자신의 외도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에 대한 판단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다 핵심은 그 유형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서 미처 몰랐던 점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당신의 몸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듯, 당신의 생각과 감정도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누구 혹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라면서 부모님의 관계에서 어떤 것을 보고 배웠는지, 당신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이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여러 요인들이 당신을 외도로 이끌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탐색을 하면서 당신의 배우자에 검토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가, 그런 부모님에게 자라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었나, 또 자라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서, 특히 당신과 함께 살면서 어떻게 달라졌는가?
당신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인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신들의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의사소통 및 상호 이해의 수준은 어떤가, 어떤 것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애초에 당신이 결혼한 이유, 목표로 했던 것, 배우자에 대한 기대와 실망 등에 대해서 당신과 배우자의 입장을 오가면서 살펴보라.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당신은 자신과 배우자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대목은 당신의 배우자에게 비밀로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에게 정직하게 답하기를 권한다. 당신은 당신의 외도 상대자에 대해서도 깊게 검토해야 한다. 이를 외도 상대자에 대한 연민이나 미련을 허락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사실 어쩌면 당신에게는 외도의 흔적이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전문가와의 상담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하는 이야기의 초점은 당신 자신을 더 잘 알아내는 데 있다.
외도에 대한 연구자들은 외도를 ‘성적 외도’와 ‘정서적 외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성적 외도는 성 행위가, 정서적 외도는 정서적 유대가 주 목적인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인간의 행동은 그렇게 분명히 나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어느 쪽이든 당신의 배우자가 괜찮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성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당신이 외도 상대자에게 끌렸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상대자의 어떤 점에 가장 끌렸는가? 상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외도가 끝난 지금 상대자에게 가장 감사한 것과 미안한 것은 각각 무엇인가? 아직 외도 상대자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그리움은 무엇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혹시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무엇이 원망스러운가? 이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상대자를 다시 만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만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전과는 어떤 점을 다르게 할 것인가? 외도를 하면서, 당신은 배우자와 가족에게 어떤 마음이었는가? 종합하여 이런 것들이 당신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런 질문들은 당신의 외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고, 외도 상대자를 보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검토를 한다고 해서 상처 배우자의 용서를 받아 내기가 수월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배우자의 분노를 키울 수도 있다. (때문에 이 작업은 비밀리에 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당신 그리고 당신들의 삶이 진정으로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이 과정은 결코 생략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당신은 스스로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되고, 나아가 당신이 해야 할 일들, 즉 당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찾거나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