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당신은 가정을 회복하기로 결심했는가? 여러 번 말했지만, 외도의 종결은 외도 관계를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들이 외도의 상처로부터 회복된다는 것은 상처 배우자가 안정을 되찾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신들의 결혼 생활 중 좋았던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가는 정도를 목표로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회복은 당신의 인식과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런 각오로 가정에 되돌아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변화가 분명할수록 상처 배우자도 당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당신을 신뢰하며 차츰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당신이 가정으로 되돌아가려고는 하지만 (‘배우자 역시 이런저런 정도는 해주기 바란다’는 식의)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아직 당신의 결심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처 배우자 역시 이런 당신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당신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 사실 가정의 회복은 당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상처 배우자가 당신을 믿을 수 없다며 회복에 필요한 협조를 거부하는 것까지도 당신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결정을 선택할 자유가 있듯이, 상처 배우자 역시 그럴 자유가 있음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다만 당신이 이런 난처한 상황에 있다면, 그래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지 어느 지점에서 포기할 지, 당신의 분명한 결심을 위해서지금까지 말했던 검토 작업을 되짚어 완수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만약 회복이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다음에 말하는 내용들은 당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당신에게는 이혼 준비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쪽에서 도움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만 당신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잘 살겠다고 했다가 못 살겠다고 하는 것처럼 며칠 걸러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만약 가정으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했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당신의 그런 결심을 상처 배우자에게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둘째, 상처 배우자가 인정할 만큼 당신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이다. 끝으로 할 일은 (외도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단순히 외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나은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의 내용은 배우자에게 당신의 결심과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이다.
① 결혼으로 당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상기하라.
결혼에는 동거, 부양, 협조, 정조에 관한 4가지 의무가 있다. 최선을 다하여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잘 살기 위해서 돈을 열심히 벌고 아껴 쓰며, 가정 안팎의 일에 협력하고, 성적으로도 성실할 것을 의미한다. 법에는 의무라고 나와 있으나,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당신이 할 일은 당신의 사랑을 최대로 키워서 배우자와 가정에 쏟아 붓는 것임을 잊지 말라.
② 외도 상대자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라.
당신은 그야말로 깨끗이 끝냈다 해도, 상처 배우자는 의구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외도로부터 가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기초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혹시라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접촉하게 된다면 사전에 혹은 사후 즉각적으로 알리도록 하라. ‘공연히 신경 쓰게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여 감췄다가 상처 배우자가 알게 된다면 이제까지 겪었던 고난을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③ 당신의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물론 때로는 돌발적인 사정으로 일정이 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신뢰를 쌓아 두었다면 간단한 설명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만약 당신이 만일의 경우까지 고려해서 불확실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배우자의 의심보다) 당신 자신이 여전히 ‘만일의 경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야 할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