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호 칼럼] 고난의 시대 살아가기

문수호 칼럼l승인2015.01.03l수정2015.01.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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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747이란 슬로건을 들었을 때 비행기가 생각났다. 보잉747은, 여객기로서는 땅콩회항으로 유명해진 에어버스 A380 다음으로 큰 여객기다. 그러나 이 슬로건은 좀스럽게(?) 비행기나 도입하자는 정책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연평균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달성해 보이겠다는 역대급 정권잡기용 구호였다. 비행기가 너무 높이 날았나보다. 어지럼증이 났다.

지난 정권의 성적은, 비행은 커녕 국내에서는 4대강 삽질만, 해외에서는 자원개발 투자 삽질만 하다가 5년을 마감했다(성적표:성장률 3.2%,‘12년 국민소득 24,696달러, 세계15위권 경제). 그 기간 동안 소득불균형이 더욱 심화돼 유효수요(투자,소비)는 바닥을 기었고, 저성장, 저물가가 본격화 됐다.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안 되면 고양이라도 그린다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고양이는커녕 정작 쥐 한 마리만 남았다. 그래서 시중에서는 ‘칠(7) 사기(4)는 다 쳤(7)다’는 우스개 소리가 낙양의 지가 대신 SNS의 클릭 수를 올렸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는 474 공약을 내세웠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도 정권 출범하면서 문패로 내걸었다. 474는 연평균 4% 경제성장, 고용률 70%, 4만달러의 국민소득 기반마련이다. 전 정권에 비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많이 겸손해졌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달성은 물 건너 갔고, 고용률은 임기동안 목표를 채우기 힘들 것이 확실하다. 같이 먹고 살자는 경제민주화는 망한 중소기업의 먼지 가득한 선반 위에나 있다.

그래도 지금 정권이 임기 2년을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다짐을 지킨 분야도 있다. 창조경제다. 신용창조(대출)를 엄청나게 잘한다. 특히 가계와 중소기업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개념이 모호한 창조경제를 사람들은 신용창조 경제라고 읽는다.

474와 747은 ‘닮은 듯 닮지 않은 닮은 것 같은 너’
중하위 계층의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수요를 진작시키려는 정책이 별반 안 보이는 것은 피차일반이다. 실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이보다 더 높다 하더라도 고용과 임금없는 성장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어 서민들은 쓸 돈이 없어 못쓰고, 기업들은 쓸 데가 없어 돈을 못 쓰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내세워 정규직의 고용을 흔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어렵게 하는 정책을 집행하려고 해 우려스럽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물가하락이 지속되는 현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정권과 현 정부는 기업친화적이고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왔다. 이에 따라 사회의 부가 대기업에 편중되게 분배되고, 가계의 소득정체 또는 양극화가 심화돼온 것도 사실이다. 자본소득보다 근로소득의 소비성향이 매우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근로소득 중위자의 연소득이 1천만원 남짓인데 소비가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 소비 여력 감소는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회피한다. 이에 따라 물가는 떨어지고 가계와 중소기업의 빚은 늘어간다.

기댈 곳 없는 서민은 각자도생
지난 연말연시 우리 언론은 D(디플레이션)의 공포, 충격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2년 연속1.3%), 과중한 가계부채, 예정된 미국 금리인상 등 새해의 어려움에 대해 앞 다퉈 보도했다. 새해맞이 희망섞인 립서비스 보다는 우울한 전망들을 내보내느라 바빴다. 어느 언론은 우리가 이제 가보지 않는 길을 가야할 때라고 비장하게 진단한다.

정부에서 집행하는 정책이 국민 모두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긴다. 불행히도 중하위층은 어려운 세상을 만나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모진 놈 만나 돌베개 밴 셈이다.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온 것은 맞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서민들에게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준비 할 일도 있다.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이 시기에 과도한 빚으로 아파트를 장만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창업에도 신중해야 한다. 빚 없이 일을 벌인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약 70%의 가구가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닥치면 피땀 흘려 마련한 자산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빚 권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빚으로 자산을 구매하면 마지막 호갱이 될 공산이 크다.

2013년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 이자 부담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금액)에서 대출 원금 상환 비중이 21.5%다.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소득 1~2분위(소득분포 하위 40% 계층)의 비난이 들리는 듯하다. ‘당장 쓸 돈도 없는데 투자나 확보할 현금이 어딨냐’고. 내가 미안해진다.

경제활동의 기본으로 돌아가 검약하고 저축해야 한다. 구닥다리 냄새를 풍기는 레토릭이지만 가계의 가장 근본원리다. 너무 잊고 살았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600cc 기아자동차 쏘울을 탔다. 우리나라 전체 승용차 가운데 약 60% 이상이 1600cc가 넘는다. 자동차는 소비재다.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는 매년 10% 가량 늘어난다. 세계를 놀이터로 삼는 것은 좋으나 가난한 빚 지갑에서 꺼낸 돈이 아니길 바란다. 4~5분위(소득분포 상위 40% 계층)의 비난이 들리는 듯하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뭘?’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재산이나 소득이 많은 계층은 소비를 해줘야 한다. 4~5분위 특히 5분위 계층은 해당사항 없으시니 많이 소비해 주시기 바란다.

소비패턴을 다시 점검하고 사교육비 등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계 대출금 사용처 가운데 1위가 주택구입이고,2위가 생활자금이었다. 카드는 딱 하나로, 중고제품의 재발견, 쿠폰이나 마일리지는 악착같이, 백화점과 홈쇼핑은 처삼촌댁 가듯이 등 생활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우리나라 40대가 2013년 가처분 소득에서 지출한 교육비는 13%다. 미국의 40대는 2.1%다. 중고등학생을 둔 가구의 평균 1인당 교육비 지출은 처분가능 소득대비 10%다. 사교육비는 어떤 부모에게는 성역이 된 듯 하다. 성역을 파괴하면 좋겠지만 최소한 축소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연대하고 사랑하라. 어려운 시대에는 사회적인 연대가 중요하다. 온오프라인의 연대는 정보의 나눔도 가능토록 하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가족들과의 유대를 강화하여 서로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린 엄동설한을 날 때 가족이나 온오프라인의 연대하는 사람들의 체온이 무엇보다 따뜻한 난로가 되는 법이다.

외환위기가 왔을 때 우리 국민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로부터 10년후 금융위기가 덮쳐 서민들의 삶을 더욱 신산스럽게 만들었다. 이후로 뚜렷한 회복없이 어려움이 지속되고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고난의 시대다.

1929년 미국에 대공황이 닥쳤을 때 이를 공황으로 인식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몇 년이 흐른 후 에코버블이 꺼진 뒤에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1990년 초에 시작되었지만 일본 사회가 이를 자각한 것은 훨씬 뒤인 1997년경 이라고 한다.

모든 일은 대비하고 준비하면 위기가 오기 어렵고, 오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준비하면 그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문수호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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