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일반인들이 범죄 피해를 당하면 보통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찰서측에서 "이건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라며 고소장 접수를 안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떻게 해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어떠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경찰이 고소장을 내러 온 시민에게 "이건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라며 접수절차도 밟지 않고 고소장을 반려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므로 반려한 수사관 및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5년 4월 'D로부터 운송료 4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B 등이 일하던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당직 근무 중이던 B는 A가 제출하려는 고소장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며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습니다.

이에 A는 같은 내용으로 관할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결국 D는 사기죄로 약식기소되어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져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A는 B가 근무하던 경찰서를 찾아가 청문감사실에 B의 고소장 반려 행위는 비위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뒤 담당 경찰관인 C에게 전화해 직접 방문하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C는 바쁜 일이 생기면 못 만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A를 제대로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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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는 두 경찰관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고, 같은 해 10월 B에게는 '절차위반' 등을 이유로, C에게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 등을 이유로 각각 경고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A는 B와 C,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B와 C가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A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위법한 업무집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에게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2심 법원은 "B는 A가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해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 절차도 밟지 않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A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C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공무원의 성실의무, 친절·공정의무는 단순한 도덕상의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전제한 후,

▲ 사진 출처=픽사베이

"실제로는 C가 대직자를 통하거나 우편 또는 전자문서의 형태로 A로부터 민원서류를 충분히 제출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안내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C는 A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해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는 A가 경찰관인 B와 C,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B는 A에게 50만원을, C는 A에게 30만원을 지급하라. 국가는 B와 C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 중 5만원씩을 공동해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19다296790).

위 사건을 통하여 고소장 접수를 반려한 수사관에 대하여 ①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비위 사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 ② 나아가 관련 수사관 및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A의 고소가 결국 피고소인 D에 대한 불기소처분 등으로 종결되었다면, 과연 담당 수사관에게 위와 같은 징계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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