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려면,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선의(善意)만으로는 냉엄한 현실을 견뎌 내기가 어렵고, 지나친 경계심으로 기회를 놓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니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지만, 편의상 당신의 배우자 그리고 당신의 입장만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다.

외도 배우자의 태도는 다음 두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i) 외도에 대한 반성이 불분명하고 실제적인 행동 변화가 없는 경우
(ii) 자신의 외도를 반성하고 부부 관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

물론 외도 배우자의 태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겠으나, 당신이 보기에 가까운 쪽을 고르라.

상처 배우자인 당신의 입장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배신감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헤어질 것을 고려하는 경우
⒝ 앞날에 대한 희망이 불분명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
⒞ 외도의 상처에서 벗어나 부부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경우

당신 부부는 어떤 경우의 조합에 속하는지 생각해보라. 또 다른 경우로 조합된 부부들은 어떤 상황에 있으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도 짐작해보라.

우선 (i)+ ⒜의 부부는 이혼하게 될 가능성이, 그리고 (ii)+⒞의 부부는 부부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는 결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사실 대부분의 부부가 이런 조합에 속한다. 이전 글에서 외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약 80%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외도 후에 관계가 바람직하게 회복되는 경우는 대략 1/4 정도다. 즉 외도 사건을 경험한 부부들의 최소 50%가 이혼은 하지 않는 채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사진 출처=픽사베이

외도 후 관계 회복의 시작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외도 배우자의 확실한 반성과 분명한 태도 변화다. 그러나 부부 관계의 회복 그 자체는 상처 배우자가 결정짓는다. 이는 부부 관계의 회복에 대한 책임이 상처 배우자인 당신에게 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생각했을 당신의 선택과 결심에 따라서 이후의 상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을 할 권리와 힘이 당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상처 배우자들은 외도 배우자의 반성과 변화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거기에 상응하여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분명한 결심과 구체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상처 배우자 A와 B의 예를 각각 살펴보자. A는 외도 배우자를 다시 믿어도 될 지 염려하여 외도 상황을 캐묻고 매일의 행적을 확인하며 지낸다. B는 외도를 안 지 며칠만에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전과 다름없게 지낸다. 당신 생각에는 이들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A의 배우자는 A의 추궁과 감시에 점점 지쳐서 결국 강하게 반발하게 되었고, A는 더 깊은 분노와 우울에 빠지게 되었다. B의 배우자는 B의 태도에 안심하여 얼마 후 다시 외도를 이어갔고, 이를 알게 된 B는 심하게 분노하며 이혼할 것을 선언했다.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A와 B의 대응은 달랐지만,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결과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A와 B의 배우자가 잘못한 것은 명백하니 생략하기로 하자. 그런데 A와 B는 잘못한 점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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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외도 배우자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에 대한 검토와 확인이 없었다. 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배우자에게 확실하게 알리지도 않았다. 부부 관계의 회복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배우자 양쪽이 나눠 맡아야 하는 것이며, 누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A는 상대만 탓하고 반대로 B는 스스로 그 짐을 떠맡다가 결국 원치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결말을 피하려면, 상대와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외도의 상처로부터 회복하는 데에는 부부 두 사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상처 배우자인 당신이 외도의 충격과 배신감에서 벗어나 부부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당신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특히 외도 배우자가 외도를 끊고 가정으로 돌아오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가 어렵다. 따라서 부부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상처 배우자는 자신의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외도 배우자에 대하여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상대에게 의존하는 것과는 혼동하지 말기를 강조한다. 위에서 예로 든 A와 B는 겉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상 배우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타인에게 (특히 외도라는 배신 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survivor가 될 수 없다. 당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 즉 외도 배우자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

이 글 서두에서 소개한 방식으로 말하겠다. 만약 당신이 ⒜라서 이혼을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도움을 받아 추진하면 된다. 또 당신들이 (ii)+⒞의 경우, 즉 당신 두 사람이 모두 관계의 회복을 원하는 것이 확실하면,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때로는 몇 번만의 부부 상담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b), 즉 어떻게 할 지 여전히 결심을 못하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신이 결심을 내리기 어려워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고, 후회 없을 결심에 이르기까지는 (외도 배우자의 태도에 따라서) 장기간의 부부 공동 상담 또는 개인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당신이 결심을 어려워하는 경우에 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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