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어쩌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면서 지내오고 있지 않는가?

“배우자가 외도를 저지르고도 확실한 반성과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이대로 묻어두고 살기는 너무 억울하다. 무엇보다도 “이혼하겠다!”고 주장하지 못하는 나를 바보 취급할 것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에 이혼을 밀어붙이기에는 염려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상대가 조금만 굽혀 들어오면 좋겠는데, 배짱을 부리는 건지 눈치를 보는 건지 도무지 상대의 속셈을 알 수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사람들은 ‘헤어질 것’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헤어지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결혼 생활을 끊어 내기가 막상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 쉽게 이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알고 보면 ‘이혼하겠다’ 하면서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니 당신이 이혼 결심을 못하고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책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길어지는 것은 분명히 좋지 않으니, 다음의 글에서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

우선, 당신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결정을 어려워한다면, 이는 외도나 결혼 이전에 당신에게 이미 익숙한 생활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즉 당신의 자존감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이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기보호 본능’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 당신이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점이 있는데, 선택하지 않음으로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도 있을 지 몰라도 그만큼 무시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우자의 외도라는 배신을 겪은 지금이야말로 당신이 그런 습성을 떨쳐내야 할 때일 수도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당신에게 한가지 ‘힌트’를 주겠는데, 이혼은 당신에게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어려운 선택이라는 점이다. 즉 이혼할 지 말 지라는 ‘뜨거운 감자’를 당신이 처리하려 하지 말고, 상대에게 넘겨주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상대는 외도도 저질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조심하며 살아야 하나? 이제는 좀 다르게 해보자. 아무려면 이보다 더 큰 일이 뭐 있을라고?’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결혼 관계의 회복은 당신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이혼 역시 배우자가 반대하면 쉽지 않다. 그러니까 앞날에 대한 책임이나 위험을 당신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배우자와 반씩 나누라! 아직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 지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당신이 내키는 대로 “당신과 더 이상 못 살겠으니 이혼하자.” 또는 “당신이 한 짓이 정말 실망스럽지만 나는 가정을 지킬 거다.”와 같은 선언부터 해놓고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라는 말이다.

당신이 오랫동안 할 말을 못하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렇게 라도 해서 우선 ‘통쾌한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데, 당신은 아직까지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 말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해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당신이 이렇게 했을 때의 또 다른 효과는 외도 배우자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잘못에 대해서 상대가 평소와 다르게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서 그 잘못의 정도를 깨닫는다. 자신이 외도를 저질렀음에도 당신이 평소처럼 ‘할 말을 못하고’ 있으면, 처음에는 눈치를 보더라도 얼마가지 않아 (자기 편한대로) ‘별 일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상대도 ‘이 사람이 결코 만만치 않구나!’ 생각하고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당신은 상대의 이런 반응을 확인한 후에 당신이 정말 바라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아마 당신은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당신에게 확신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외도 배우자가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일 텐데, 미안한 말이지만, 그럴 사람이라면 애초에 외도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당신이나 외도 배우자가 서로 분명한 입장 표명 없이 시간만 끄는 것은, 상처 배우자인 당신에게 훨씬 해롭다. 만성적인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지 않으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일단 통고해 놓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지켜보라!(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