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호영 국장의 직격인터뷰] 일본 도쿄에서 서북쪽으로 300km쯤 떨어진 이시카와(石川)현은 탄소섬유(carbon fiber) 제조 및 연구의 메카로 꼽힌다. 일본 내 탄소섬유 공장으로는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도레이사(社)의 주력공장도 이시카와현에 있다.

반도체와 함께 ‘미래산업의 쌀’이라는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4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 높아 꿈의 소재로 불린다. 일본의 탄소섬유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한국 무역위원회가 2018년 매긴 일본의 탄소섬유 종합점수는 미국·독일(각각 89점) 및 한국(75점)에 크게 앞선 98점이다.

전북 전주에서 2003년부터 적외선 수신장치 및 조명제품을 생산해 온 루미컴의 이복수 대표는 4~5년전 이시카와현에서 열린 탄소섬유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무릎을 치고 다짐을 했다. 탄소섬유를 소재로 꼭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 전주시는 2006년부터 탄소산업을 지역 경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해오던 터였다. 시청 직제에 탄소정책팀이 있고, 일본 이시카와현에 시 공무원을 파견할 정도로 탄소산업에 적극적인 전주시의 직간접 지원도 받아 루미컴은 드디어 탄소섬유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바로 탄소섬유 LED가로등이다.

전주 팔복공단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조성된 루미컴 본사에서 이복수 대표를 만났다. 조립라인 한쪽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가로등과 탄소섬유 LED가로등이 비교 분석용으로 놓여 있었다.

Q. 두 개의 가로등을 들어보니 무게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우리 업계에서는 하우징이라고 하는데, 가로등 외함의 무게가 재질에 따라 크게 다르다. 기존 아연도금 및 스테인리스 외함은 150W(와트) 가로등 기준으로 6.5~9.8kg 사이다. 그런데 탄소섬유 LED 가로등은 4.7kg에 불과하다.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이면서도 인장강도는 알루미늄 보다 평균 30.5Mpa(메가 파스칼) 높게 나왔다.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시험한 결과치다.”

Q. 색깔이 검은색인데?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특징이다. 색상에서 주는 느낌처럼 부식 발생이 거의 없다. 부경대학교 산학협력단 LED-해양 융합기술 연구센터에 의뢰해 240시간 염소분무시험 결과 알루미늄 하우징은 부식이 발생하지만 우리 회사가 사용하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부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금기 많은 바닷가 지역에서 탄소섬유 가로등의 경쟁력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Q. 외함 표면도 윤기가 나고 돌기형태로 제작된 게 특이하다.

“반짝이게 보이는 것은 불소수지로 코팅을 했기 때문이다. 열에 강하고 거의 모든 물질이 달라붙지 않는 특징이 있다. 물이나 기름도 잘 묻지 않아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돌기를 설치한 것은 바닷가에 많은 갈매기 등 조류가 가로등 외함에 아예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류 배설물은 스테인리스 재질도 상하게 만든다. 불소소지 코팅으로 표면이 미끄러운데다 돌기간 사이가 넓어 조류가 앉기 어렵게 설계됐다“

Q. 외함의 소재가 바뀐 것인가, 기능의 특징은?

“혁신적인 소개 개발에 걸맞게 스마트 기능이 추가됐다. 반도체칩을 활용해 주변 환경에 따라 조도가 자동 조절되는 기능이 더해졌다. 일출·일몰 시간에 따라 가로등이 켜지고 꺼지며 약한 안개가 끼는 시간에는 색온도를 낮춰 안전한 운행을 도와주기도 한다”

Q. 제품 특성상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수요처 일 텐데, 납품실적은?

“전주시에 공급을 시작으로 무주군, 장수군에도 설치돼 있다. 해풍, 염분, 조류배설물에 강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에 바다를 메워 조성되는 도시인 새만금방조제 일대에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나라장터에 100W, 120W, 150W 등이 등록돼 있다. 오는 8월에는 우수조달제품도 신청할 계획이다”

Q. 루미컴은 당초에는 조명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었는데...

“설립초기에 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IR리시버(적외선 수신장치)’로 시작했다. 내수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이어서 중국 대만 홍콩 등지로 수출에 주력했다. 2010년에는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중소기업들이 저가로 치고 들어오면서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경영실적이 좋을 때 더 많은 연구개발(R&D)투자에 나섰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로 부품 생산에서 완제품 제조에 치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빛(루미)의 통신(컴)이라는 회사 이름처럼 잘하는 분야인 빛산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로 2015년 8월에 나온 게 깜빡임 없는 플리커 프리(Flicker Free) LED다. 매년 매출액 대비 10%를 연구개발에 꼬박꼬박 투자하면서 음식인식 LED 스마트 감성조명, 경관조명 등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 감성조명은 쉬는 시간이나 수업 내용에 따라 조명의 색과 온도가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Q. 마스크도 생산하는 게 독특하다.

“마스크의 모든 소재를 국산으로 제작하는데다, 유통과정을 단순화하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는 게 온라인상에서 소문나 있기도 하다. 우리의 본업은 아니고 의약부외품을 제조할 수 시설로 지정돼 있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우리의 전공분야인 빛을 이용한 의약부외품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데 산소포화도센서, 심박수 센서, 산소포화도 바이오 멀티 센서가 대표적이다. 산소 농도가 낮아져 질식 위험성이 커지거나 심박수 이상이 생길 경우 착용자에게 미리 알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Q. 생산 준비 중인 ‘자동샤워장치’도 센서기술을 활용한 것인가.

“맞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목욕을 해드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에 높이 1m9cm, 두께 1m16cm, 폭 74cm 크기의 샤워장치를 개발해 생산을 준비 중이다. 장치에 앉게 도와드리면 미세분사 물줄기로 샤워가 가능한 장치다. 공공기관이나 요양시설을 에서 필요한 장치라고 판단해 개발했다”

Q. 공장 내부가 무척 깨끗하다.

“공장 제조시설과 연구소를 같이 돌아봐서 알겠지만, 우리 회사는 가공된 웨이퍼에 반도체를 설계하고 입히는 공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도체 칩의 크기가 손톱만해서 맨 눈으로 봐서는 회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먼지라도 들어가면 불량이 생기기 때문에 주변이 깨끗해야 하고 작업공간에 들어갈 때는 에어샤워룸 통과가 필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반도체에서 빛이 나듯이 꾸준한 연구개발로 광(光)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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