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배우자의 외도를 겪은 많은 이들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다시 살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맞는 말이다. 외도는 결혼 생활에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결혼 관계를 지속하든 이혼을 하든, 심지어 재혼을 한 후에도 이런 상처는 잊히지 않는다. 당신이 아무리 잊고 싶어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약해지기는 하지만) 마음에 새겨진 ‘주홍글씨’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실 어느 면에서 외도는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외도 당사자는 자신에게 그런 취약성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그 취약성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동시에 상처 배우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처 배우자인 당신이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용서’다. 당신은 “잊히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용서는 잊는 것과 다르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용서는 상대의 명백한 잘못을 잘못이 아닌 것으로 눈 감아주는 것과는 다르다. 상대가 저지른 잘못에 내가 더 이상 갇혀 있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회복할 기회를 주겠지만, 그런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것이 외도로 부숴진 당신의 ‘삶을 되찾는’ 방법이다.
지금부터 당신이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이전 글에서 외도 배우자에게는 ‘외도를 저지른 자신’과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으로 분리하라고 했다. 상처 배우자인 당신도 자신을 ‘상처받아 분노하는 자신’과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신’으로 분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이다. 비록 상대의 잘못으로 ‘늪’에 빠지고 말았지만, 그런 잘못을 한 상대를 탓하느라 '허우적거리는' 대신 스스로 벗어날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다.
만약 상대가 당신이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를 쓴다면, 이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경우라면 당신도 외도 배우자를 탓하기 보다는 함께 그 늪에서 벗어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처 배우자들은 (상대가 이런 모습을 충분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도 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 데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리고 그런 배우자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인한 가정 불화, 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만성적 우울 상태로 빠지고 만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나중에는 반성할 줄 모르는 배우자가 문제인지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자신이 문제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되고, 회복은 점점 더 어렵게 된다.
용서는 당신이 이런 비극적 결말을 맞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외도는 상대의 잘못임이 분명하고, 이에 대한 당신의 분노는 정당하다. 용서는 이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잘못과 분노로부터 당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상대의 잘못은 상대가 고치도록 남겨두고,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잘못을 수정하는 데 전념하기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배울 것은 배우고 고칠 것은 고쳐서 같은 일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용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어지는 글에서 이야기하겠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